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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자인의 진화심리학

보기 좋은 떡이 정말 더 맛있다

 

아이들이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원색의 장난감을 집는 것도 진화를 통해 당도가 높고 색이 선명한 과일이 영양이 풍부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 각인된 결과다.


“우아! 잘 빠졌는데···.”

길을 걷다가 옆을 미끄러져 달리는 고급 스포츠카를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감각적인 곡선, 선명한 도색. 왜 우리는 이런 대상을 보면 가슴이 뛰고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걸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도날드 노먼 교수는 ‘마음의 진화’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는 “깔끔하고 잘 빠진 모습은 건강하고 활력있음을 상징한다”며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철저히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실제 물건을 다룰 때 효율도 높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5년 일본의 연구자들은 현금자동지급기(ATM) 버튼의 배치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난이도를 측정해 봤다. 그결과 0부터 1까지의 숫자와 수정, 취소 등 여러 버튼이 보기 좋게 배치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사용하기 쉽게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정서는 이성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즐거운 상태는 사고과정을 넓혀주고 창조적인 생각을 촉진하지요.”
도날드 노먼 교수는 지난해 펴낸 책 ‘감성적 디자인’(Emotional Desing)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즉 학습과 호기심,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하려면 긍정적인 감정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ATM 버튼의 미적인 배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사람은 생각이 유연해져 쉽게 사용법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분이 좋을때는 생각이 유연하고 나쁠때는 경직될까. 역시 ‘마음의 진화론’이 그럴듯한 답을 제시한다. 저쪽에서 호랑이가 달려오면 싸우든지 줄행랑을 쳐야지 ‘이 생각 저 생각’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급할 때일수록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진화한 마음의 구조가 현대생활에서는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것. 맹수가 쫓아올 때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쓸 줄 몰라 화가 치밀 때도 우리 마음은 마찬가지의 ‘스트레스’ 반응을 한다. 그 결과 컴퓨터를 발로 차거나(싸우거나) 컴맹이 된다(도망친다). 노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다가 짜증을 내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생각이 많이 요구되는 대상일수록 미적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 성공, 아이맥(IMac)

 

 

지각은 단순함을 선호

“좋은 형태는 모든 대상을 가급적 단순한 형태로 지각하려는 내재적 지각 성향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현대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형태(Gestalt) 심리학’의 기본명제다.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더라도 제대로 구조화돼 있다면 더 단순하게 지각될 수 있고 이럴 때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국 디즈니사의 심벌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보자.

미키마우스의 얼굴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이 변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예전의 미키마우스와 현재의 미키마우스를 비교해보면 후자가 더 세련됐고 아름다워졌다. 둘의 사진을 겹쳐보면 최근 것은 앞이마가 더 확실하게 휘어 있어 곡선의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현재의 미키마우스 얼굴은 더 적은 숫자의 원으로 환원된다.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지상현 교수는 “둘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잠시 뒤에 보지 않고 그리게 하자 최근의 미키를 본 학생들이 더 정확히 그렸다”며 “특히 앞이마와 전체적인 얼굴 모양이 두드리지게 정확했다”고 말했다.
 

뉴비틀(New Bee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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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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