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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용목적을 고려한뒤…

이제는 16비트 PC시대-구입요령

국내에 개인용 컴퓨터(PC)가 등장한 지 어느덧 7년이 되어간다. 이제 PC도 소수의 사치스런 취미대상에서 벗어나 다수의 실질적인 활용도구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16비트 PC인 IBM-PC 호환기종이 업무용 컴퓨터로도 인기가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K씨는 요즘 아들의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아들이 개인용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입시공부를 내세워 녀석의 호기심어린 눈망울을 컴퓨터 쪽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었지만 이제 제법 이름있는 공과대학에 입학하여 전공을 들먹이며 16비트 PC의 구입을 요구하는 데에는 달리 반대할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다.

K씨의 고민은 1백만원을 웃도는 16비트 PC를 사줄 형편이 안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결코 싸지 않은 그 기계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느냐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k씨는 이 의문을 만족시킬 만한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K씨와 같이 개인용 컴퓨터를 갑자기 접하게 되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대부분은 개인용컴퓨터, 퍼스널컴퓨터(personal computer), 퍼스컴(일본인들이 만든 조어), PC 등으로 불리우는 이 새로운 문명의 산물에 대해 전혀 무지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터무니 없을 정도로 과신하거나, 두려워 기피하는 현상마저도 보이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또는 무책임한 판매원의 허황된 말만 믿고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했다가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왜 개인용컴퓨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개인용컴퓨터는 마이카
 

개인용컴퓨터는 마이카


P씨는 무척이나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자가용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와 의견을 종합하여 자신의 실정에 맞는 차종을 선택하였고 그 월부금을 마련할 계획까지도 완벽하게 세워 놓았다. 물론 새벽부터 회사 근처의 자동차 학원에 나가 운전교습을 받아 면허증을 따는 것도 잊지 않았으며,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시내주행까지 연습해 두었다. 그렇지만 막상 차를 굴려 보니 싱경을 써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좋아하던 술도 못마시는 데다 피곤함은 더하고 주말에는 가족아니면 친구들의 운전수 노릇에 세차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P씨는 그의 차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져야 했는데 그것은 그의 권리에 대한 의무였다.

L씨는 들뜬 마음으로 16비트 PC를 구입했다. 그것만 있으면 워드프로세서로 편지도 쓰고, 데이타 베이스로 업무를 척척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컴퓨터를 구입하여 자신이 원하던 일을 처리하려니 다른 부속장비를 더 구입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고 또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관련 서적이 영어로 되어 있어 그것을 읽고 소화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들었다. 그는 컴퓨터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관리자,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실행시키는 사용자가 되기 위해 매우 많은 것을 알아야 했으나 정작 도움을 받을 만한 곳도 사람도 주위에는 없었다.

승용차와 개인용컴퓨터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계지만 앞에서 예로 든 P씨와 L씨의 경우에서 보듯이 그 사용자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다. 개인용컴퓨터는 말 그대로 한 개인의 것이며, 그것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디스켓에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자신의 업무에 가장 적당한 소프트웨어를 고르는 일까지 매우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것이다. 또 그만큼 배우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과 정열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P씨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준비한 정도만이라도 L씨가 신중했다면 낭패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을지 모른다.

알테어에서 IBM PC까지

1975년 1월 미국의 MIT대학에서 '로버트'(E.Roberts)와 '예이츠'(B.Yates)가 '알테어'(Altair)라는 개인용컴퓨터를 발표함으로써 개인용컴퓨터의 역사는 시작된다. 1977년 5월 '스티브 워즈니악'(S.Wozniak)과 '스티브 좁스'(S.jobs)가 애플사를 설립하고 컴퓨터 역사에 길이 남을 애플 II라는 기종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애플 컴퓨터는 국내에서도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취미나 교육용에서 머물뿐 업무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미국에서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 방면의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애플컴퓨터가 국내에는 제대로 기를 못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글문제로 귀결된다. 원래 한글을 고려하고 만든 것이 아닌 데다가 한글을 처리하기에는 8비트 개인용컴퓨터인 애플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1981년 8월 미국에서는 컴퓨터 업계의 거인 IBM이 개인용컴퓨터시장에 뛰어 들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주인공이 바로 IBM PC라고 불리우는 16비트 개인용컴퓨터인데 그때까지의 PC시장의 판도를 뒤엎고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이다. 첫해의 판매고를 20만대 까지 올린 IBM PC는 3년도 되지 않아 개인용컴퓨터의 표준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IBM PC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개인용컴퓨터가 업무를 충분하게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였고, 8비트 PC를 판매하거나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으로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하우스들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8비트 컴퓨터에서나 보다 훨씬 나은 한글처리가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이다. IBM PC에 의한 표준화는 그것이 가장 우수한 컴퓨터인가 검토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IBM이 많은 컴퓨터를 팔 것이고 따라서 충분한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호환기종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IBM의 영향력이 막대하여 IBM이 선택한 하드웨어와 오퍼레이팅시스팀으로 개인용컴퓨터의 표준화를 얻게 되었는데, 이것은 어떤 장점을 지니는가?

우선 표준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여러 컴퓨터 사이의 차이가 없어졌고 가격경쟁이 일어나 싼 가격으로 PC를 쓸수있게 되었다. 하지만 표준화의 가장 큰 장점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하드웨어, 같은 오퍼레이팅 시스팀을 사용하는 커다란 고객시장이 생기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그 시장을 향해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다양하고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싼 가격으로 얻을 수 있다.

호환기종의 허실

한 기종의 개인용컴퓨터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거나 많은 판매고를 올리면 항상 따르는 것이 호환기종이라는 것이다. IBM PC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게 되자 많은 회사들이 IBM PC와 비슷한 제품 즉 호환기종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호환기종이란 무엇인가?

IBM PC를 만든 전략은 특이하다. IBM은 그들의 권리를 IBM PC의 바이오스(BIOS : Basic Input Out put System)롬이라는 한개의 칩에 두고있다. 따라서 이 롬을 그대로 복사만 하지 않는다면 IBM PC와 비슷한 호환기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IBM의 IBM PC와 다른회사들의 호환기종은 같은 것인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가?

IBM PC 호환기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바이오스 롬을 최대한 같에 만들고 가격을 낮추어 IBM과 경쟁하는 것. 다른 하나는 바이오스 롬을 제외한 다른 규격 즉 우수한 부가장치를 제공하여 IBM과 경쟁하는 것이다. IBM의 대응전략도 이와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즉 값을 낮추고 성능을 높이는 것인데 1983년 3월 IBM PC XT를 발표하고 1984년 8월 IBM PC AT를 발표한 것도 그러한 전략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호환기종은 IBM PC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서로 다른 호환기종 사이에는 엄청난 벽이 있을수도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IBM PC 호환기종은 20여가지를 넘는데 제조업체들은 모두 완벽한 호환성을 주장하고 있다.

호환기종들 사이에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차이의 대표적인 것은 그래픽 카드이다. 이 그래픽 카드는 화면의 해상도나 컬러를 결정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컬러 그래픽 카드와 허클레스 카드의 두 종류로 나뉘고 있다. 허클레스 카드를 채택하고 있는 기종으로는 삼보 컴퓨터의 트라이젬88과 대우통신의 프로2000을 들수 있으며 반면에 컬러 그래픽 카드는 삼성전자의 SPC-3000, 금성사의 마이티16, 대우전자의 코로나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두 그래픽 카드는 화면의 해상도도 다르고 컬러의 지원여부(허클레스는 컬러를 표시하지 못한다.)도 다르므로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에 문제가 생가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는 보다 많은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여러가지의 그래픽 카드들을 지원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 점유율이 비교적 낮은 (미국에서의 상황) 허클레스 카드를 지원하지 않을수도 있다. 또한 허클레스 카드에만 맞추어 제작된 소프트웨어는 컬러 그래픽 카드가 설치된 IBM PC 호환기종에는 동작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래픽 카드의 비호환성은 양반인 셈이다. 1백% 호환성을 자랑하면서도 메모리를 확장하기 위한 확장카드는 꼭 자사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등의 일부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의 이상한(?) 방침은 사용자를 당혹하게 만든다. 더우기 한글처리방식을 보면 국내의 IBM PC 호환기종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한글과 소프트웨어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었다"고 한다. 컴퓨터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생기가 돌아 그 값어치를 다하는데 IBM PC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장을 통일한 댓가로 수만종의 소프트웨어를 얻게 되었다. 이점에 있어서는 8비트 PC인 애플 컴퓨터도 지지 않아 상품화되지 않고 유통되는 소프트웨어까지 합치면 10여만 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애플 컴퓨터는 국내 퍼스널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IBM PC에 손쉽게 자리를 내주었을까? 그것은 한글처리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란 무것인가? 컴퓨터를 움직여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다. 그 일이한 것은 이제 하도 다양해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워드프로세서, 데이타베이스, 언어 프로그래밍, 통계, 산술계산, 그래픽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게임, 음악 등과 같은 특수한 분야에 쓸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통계, 언어 프로그래밍, 산술 계산의 소포트웨어에는 한글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애플 컴퓨터나 IBM PC가 국내에 보급될 때 대학과 연구소가 항상 그 첫 고객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들은 한글처리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업무용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쓰려는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한글은 제일 먼저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워드프로세서, 데이타베이스 등에서는 사용자가 한글을 입력하여 모니터에 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프린터로 출력될 수 있어야 한다. 애플 컴퓨터에서도 이 두 조건은 성립되었다. 다만 이렇게 한글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지극히 적었다. 그 이유는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소프트웨어를 팔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위축되었고, 애플 컴퓨터의 하드웨어 자체가 한글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날 때는 최소한 한줄에 40자는 되어야 하는데 애플 컴퓨터의 한글은 한 줄에 불과 20자 만을 표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에서의 숫자처리는 12자리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애플 컴퓨터의 사용자들이 가장 쉽게 쓸 수 있고 한글이 가능한 베이직에서는 9자리의 숫자처리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불평은 IBM PC에서는 많이 해결된다. 한글은 한 줄에 40자까지 출력되어 대부분의 언어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베이직의 숫자처리도 12자리까지 수용된다. 또 한글을 쓸 수 있는 테크닉도 발달하였다. 즉 한글 카드라는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미국에서 제작된 많은 소프트웨어에 한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국내에서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선택의 기준
 

컴퓨터 선택의 기준


"IBM PC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군요. 어느 회사의 제품이 가장 좋을까요?" 필자 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개인용 컴퓨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좀더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컴퓨터의 구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다.

이와 같은 질문에 바로 "이것이 좋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PC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적합한 기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학생에게 IBM PC를 사주어도 소용없을것이고 회계관리업무에 애플 컴퓨터를 쓰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 즉 PC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PC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얻어야 한다. 개인용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것을 이용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몽상가의 짓이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IBM PC의 구입을 결정하게 되면 이번에는 다양한 IBM PC의 종류에 놀라게 된다. 어떤종류의 IBM PC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무엇이 다른가?

현재 IBM PC는 크게 XT와 AT로 나눌 수 있다. XT는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연산장치 즉 CPU로 8088 또는 80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이며, AT는 이보다 상위인 802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이다. XT와 AT는 IBM PC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있는데 그것은 XT에서 실행되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그 상위기종인 AT에서도 실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CPU의 차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실행속도와 메모리 크기와 가격이다. AT에서는 XT에서보다 프로그램의 실행속도가 무척 빠르다. 또 AT는 XT보다 더 큰 메모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AT는 그만큼 비싸다.

최근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특히 전산관련학과를 중심으로) IBM PC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XT가 적당하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사용할 언어 프로그래밍이나 워드프로세서 등에는 XT로도 충분하고 복잡한 산술계산 또는 CAD(컴퓨터를 이용한 설계)의 경우에도 AT의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참을 만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CAD라는 복잡한 계산을 많이 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거나 유닉스(UNIX)라는 매우 큰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AT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AT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IBM PC를 업무용으로 사용 하려면 한글처리관계를 확실하게 이해해 두어야 한다. 현재 IBM PC에서 한글을 쓰려면 두가지 중 하나의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하나는 한글도스를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카드를 쓰는 것이다. 기종마다 한글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확실하게 알아 두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또 처리하려는 업무를 어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처리할 것인지도 결정하여 두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글 처리방식이 결정되고 기종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글도스에서 실행되는 업무용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 있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특정업무와 특정업체에 맞게 개발된 것들인데 이런 소프트웨어를 쓰려면 컴퓨터를 구입하기 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잘 상의해야 한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구입하는 경우와 따로 구입하는 경우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글카드의 경우 그래픽용·소프트웨어를 제외한 미국산 소프트웨어의 약 50%에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IBM PC를 쓰거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용역을 맡기지 않을 경우에 한글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글카드를 구입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에서 한글카드의 한글이 잘 되는지 철저하게 검사해 보아야 한다. 또 한글카드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 기능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도 좋다.

IBM PC를 선택하는데 빠질수 없는 사항이 가격이다. "A회사의 IBM PC가 1백만원이고 B회사의 IBM PC가 1백50만원이니 A회사의 것이 싸다."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A회사의 IBM PC'와 'B회사의 IBM PC'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IBM PC는 어느것이나 거의 엇비슷한 자전거와 같은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승용차와 같이 여러가지 추가옵션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고급상품인 것이다. 예를 들어 메모리는 256K인가 512K인가, 아니면 640K인가? 시스템 클럭은 내장되어 있는가? 통신을 하기 위한 RS-232C 포트는 준비되어 있는가? 드라이브가 1대인가 2대인가? 이와 같이 IBM PC의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은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다른 기종 사이의 값을 지교할 때는 IBM PC의 기본사항과 부착된 옵션을 체크해야 하며 확장을 대비하여 옵션을 여러가지 붙였을 때의 가격비교도 해보아야 한다.

IBM PC의 가격은 서울의 청계천 세운상가의 중소 컴퓨터 제조업체와 대기업체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경제적 부담능력이 적은 개인 사용자들은 청계전의 IBM PC를 선택한다. 가격은 메모리 640k, 디스크 드라이브 2대, 흑백 모니터, 한글카드를 포함한 IBM PC 본체가 1백10~1백20만원 정도, 프린터는 9핀 80컬럼이면 20~60만원, 24핀 132컬럼이면 1백30만원 이상을 홋가한다.

청계천의 IBM PC에 비해 비싼 대기업체의 IBM PC는 나름대로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체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아프터서비스와 품질이다. 사실 개인이 아닌 중소업체에서 IBM PC를 구입할 때는 활용 소프트웨어의 구입, 교육 등의 이유 때문에 대기업의 IBM PC를 선택하는 경향도 있다. 청계천 IBM PC의 박한 마진으로는 충분한 교육이나 아프터서비스가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IBM PC를 구입하려는 사용자들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불행하게도 그리 밝은 내용은 아니다.

한글을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적고 한글카드라는 것을 써봐도 그렇게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IBM PC를 구입한다고 하면 제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릴 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 PC의 사용자는 계속 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증가되어 갈 것이다. 이 늘어나는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와 쉽고도 충분한 교육이 베풀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너무도 다양해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한글처리 방식이 통일되고 향상되어야 한다. 올해 8월부터 실시될 프로그램 보호법이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촉진시켜서 사용자들이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보급되어야 한다.

세계 컴퓨터 시장의 흐름을 볼 때도 개인용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PC는 어제의 그것이 아니며 내일에는 오늘의 것과도 다른 모습으로 급격하게 변화되어갈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급격한 변화는 IBM PC라는 표준에 묶여 당분간은 이 표준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안심하고 IBM PC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IBM PC를 어느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가 문제로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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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연성 컴퓨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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