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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일(현지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며칠 전부터 예고한 ‘중대발표’를 했다. 울프 사이먼 박사팀이 미국의 한 호수에서 DNA 같은 생체분자에 인(P) 대신 비소(As)를 쓰는 박테리아인 GFAJ-1을 발견했다고 주장해 곧바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과학동아’ 2011년 1월호 ‘무엇이 비소 박테리아를 유명하게 만들었나’ 참조). 반박 내용 중에는 비소가 인 대신 생체분자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왜 검증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NASA 발표 후 19개월이 지난 ‘사이언스’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이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문 2편이 실렸다. 하나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로즈매리 레드필드 교수팀의 논문이고 다른 하나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줄리아 보홀트 교수팀의 논문이다. 논문은 비소 박테리아가 인 대신 비소를 써서 증식하는 현상을 관찰하지 못했고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 같은 정밀한 장비로 DNA를 분석한 결과 분자 골격에 비소가 참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레드필드 교수팀은 먼저 과거 울프-사이먼 박사팀이 사용한, 비소가 들어있고 인은 없는 배지(+As/-P)에 사실은 인이 미량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이 배지에서도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었다는 것.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인의 함량이 농도별로 정밀하게 조정된 배지를 만든 뒤 여기에 박테리아를 키웠더니 박테리아 증식은 인 농도에 비례했다.
 
[비소 박테리아의 현미경 사진. 세포 안의 쌀알처럼 생긴 게 액포로 이 안에 비소가 농축돼 있다. 따라서 이 박테리아는 비소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고농도 비소에 견디는 것뿐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또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DNA에서 비소가 들어있었다는 울프-사이먼 박사팀의 ‘엉성한’ 데이터를 반박하기 위해 추출한 DNA를 수차례 씻어내는 과정을 더했다. 추출한 DNA에 존재하는 비소는 인 DNA 골격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비소 성분이 DNA가 침전될 때 딸려 붙어있게 된 것일 뿐이라는 것. 실제로 세척 과정을 거치자 비소가 거의 사라졌다.

좀 더 확실한 검증을 위해 액체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비소가 인을 대신했을 때 나와야 할 디옥시아데노신일비산(dAMA)은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비소 박테리아는 비소를 이용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생명체는 살지 못할 고농도의 비소 환경에서도 견뎌내고 살아남은 박테리아였던 것이다. 사실 울프-사이먼 박사팀 논문에 실려있는 박테리아의 사진을 보면 내부에 쌀알처럼 생긴 액포가 잔뜩 들어있다. 즉 녀석들은 세포 안으로 들어온 비소를 이 안에 농축시켜 독성을 최소화해 살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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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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