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업체들은 왜 굳이 달걀에 난각번호를 거짓으로 쓴 걸까? 그만큼 난각번호의 의미가 큰 모양인데?

닭이 사는 환경 중요하다
난각번호 끝자리 수인 사육환경 번호는 달걀의 영양 성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다만 자유로운 행동이 제약되는 환경일수록 닭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지난 2월 12일 전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는 이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어요.
윤진현 교수팀은 사육환경 번호 3번 환경에 사는 닭과 2번인 다단식 평사 농장에 사는 닭의 스트레스 지수를 비교했어요. 두 환경에서 나온, 각각 45개의 달걀노른자에 담긴 성분을 분석한 결과, 3번에 사는 48주 나이의 닭이 낳은 달걀이 2번 48주 닭이 낳은 달걀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두 배 정도 더 높았어요. 닭에게 생긴 스트레스 호르몬이 달걀에 남아 있었던 거죠. 이 결과를 통해 3번 닭이 2번 닭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윤진현 교수는 “닭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서 닭을 가두지 않고 닭이 본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사육환경 번호 1번이나 2번 환경에는 행동 풍부화를 돕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행동 풍부화는 사육하는 동물이 야생에서처럼 행동하거나 재미를 느끼도록 장난감과 장치를 개발하는 방법이에요. 닭은 높은 곳에 올라가 두려움을 줄이려고 하는 본능이 있고, 몸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모래 목욕을 하려는 본능도 있어요. 높은 위치로 올라가 앉을 수 있는 횃대와 모래 목욕을 위한 깔짚을 사육 환경에 깔아주는 행위가 행동 풍부화가 될 수 있지요.
공간이 좁은 케이지와 달리 바닥에서 생활하는 평사 사육장이나 계단이 있는 다단식 평사에서는 이러한 장치를 설치할 만한 여유 공간이 있습니다. 사육환경 번호 1번 농장에서 닭을 자유 방목해 사육하는 청미래농장 김미지 대표는 “소나무 밑에 있는 썩은 낙엽을 주워 만든 부엽토라는 흙을 닭에게 깔아주고 햇볕이 강한 날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차광막도 설치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좋은 달걀을 낳으려면 우선 닭의 상태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닭의 건강과 스트레스 조절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