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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기술을 안내하는 설명서”

김영미 이노디자인 이사

김영미 이노디자인 이사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기기 전시회인 CES2005. 기조 연설자로 나선 빌 게이츠 회장이 연설 도중 자신의 바지주머니에서 뭔가 작고 빨간 물체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내 벤처기업 레인컴이 만든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 H10였다. 그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작은 제품을 가리키며 앞으로 우리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급속도로 바뀌게 될지 설명했다. 레인컴의 MP3플레이어가 수많은 경쟁제품을 물리치고 ‘IT황제’의 눈에 띈 것은 단지 기술이 우수했기 때문일까.

레인컴 제품에는 꼭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 이름이 있다. 바로 ‘designed by INNO’란 표시. 이노디자인은 3년째 레인컴의 주력기종인 아이리버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디지털 기술은 복제에 복제를 거듭하다보니 이제는 기술 경쟁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아직까지 혁신의 여지가 많죠.” 이노디자인 김영미 이사의 말이다.

이노디자인은 ‘기술이 우선, 디자인은 나중’이라는 관행을 통쾌하게 거부한다. 이노디자인의 미국지사와 한국본사를 오가는 ‘블랙박스’ 속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제품기획들이 가득 담겨 있다.

“디자인을 먼저 한 뒤 그 안에 들어갈 기술을 개발하거나 발굴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디자인 우선, 기술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아이리버의 삼각기둥형 MP3플레이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금에야 보편화된 형태지만 처음 이 제안을 접한 레인컴 관계자는 ‘어이없어’ 했다. 레인컴 신화의 원동력인 N10과 카메라가 탑재된 MP3플레이어 IFP-1000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노디자인이 제시한 디자인 컨셉에 따라 제작된 이 제품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레인컴은 출시 예정된 모든 상품 계획을 완전히 변경했다. 얼마전 3세대 GSM회의에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바타입 회전형 휴대전화 역시 이노의 제안에 따라 제작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제작자 중심의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고 김 이사는 말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와 그를 충족시킬 기술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히 포착하는 능력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합니다. 디자인은 기술을 포장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올해의 디자인 컨셉을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로 잡고 있는 이노디자인의 맹활약을 또한번 기대해본다.

이돈태 탠저린 부사장

“영감도 공학이다”


이돈태 탠저린 부사장


세계 산업디자인을 리드하는 나라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회사인 탠저린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다. 탠저린의 이돈태 부사장이 그 주인공. 그는 이 회사의 유일한 동양인 임원으로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각종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영감은 공학적 토대 위에서 탄생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게 아니더군요.”

국내에서 산업디자인 대학원까지 마친 이 부사장이 1996년 영국 왕립예술대학원(RCA)에 유학가서 처음 한 일은 ‘디자인은 감(感)’이라는 낡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었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그저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만드는 것은 2류 디자인일 뿐이다.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전문 회사의 컨설팅도 받아야해요.”

외형을 세련되게 하면서도 쓰는데 불편함이 없게 하려면 인간공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야 하고 재료나 가공기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8년 탠저린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그동안 영국항공의 비즈니스석을 인간친화적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쓰기 편하면서도 보기 좋은 보행보조기 디자인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고 사용자도 감수하던 불편함을 디자인 혁신을 통해 없애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영국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시각’은 인정받고 있는 이 부사장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한병혁 모토디자인 이사

“디자인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치밀한 전략”


한병혁 모토디자인 이사


토종 디자인이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지는 불과 10년.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산 제품 디자인은 거의 외국제품 베끼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창의적이고 모험심 강한 디자인회사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모토디자인은 그 가운데 비교적 일찍부터 독자적인 제품 디자인에 뛰어든 회사다. 한병혁 이사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한 아트디렉터다. 보는 MP3플레이어인 한텔의 쿨키와 1998년 하나로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화상전화기가 모두 그의 작품. 베테랑 디자이너인 그에게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다. 바로 처음 디자인을 계획하는 일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고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 변화를 늘 주시하죠. 그 시기에 맞는 적절하면서 정확한 컨셉을 도출해 내야 합니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죠.”

그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경영자들과 면담하거나 기획자나 실무 엔지니어와 의견을 나눈다. 회의와 인터넷 자료 검색, 관련 서적, 기술지, 백화점이나 전자 매장, 해외 출장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찾는다. 한 이사는 디자인 작업이란 개인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개성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엔지니어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꼭 필요하다. 이렇게 제품 하나를 디자인하는데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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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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