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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보면 걷기 불편한 사람들이 보행보조기에 의존해 이동하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보행보조기란게 쇠파이프를 적당한 모양으로 구부려 붙여놓은 듯, 영 보기가 좋지 않다. 보행을 도와준다는 기능성만을 고려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모습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도 기분이 안 좋은데 보조기구까지 볼품없게 생기다보니 이들이 더욱 우울해집니다. 기능성도 높이면서 보기에도 날렵한 보행보조기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지요.” ‘액티브’(Activ)란 이름의 보행보조기를 디자인한 영국 탠저린의 디자이너 이돈태 부사장의 말이다.

이 부사장은 사람들이 보행보조기를 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되기보다는 위안을 얻고 기분이 좋아지는 디자인을 컨셉으로 삼았다. 그 결과 ‘필요’에 의해 할 수 없이 찾는게 아니라 다리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이 갈 정도로 쓰기를 ‘원하는’ 멋진 보행기가 탄생했다.

“심플해 보이지만 마시던 커피를 놓는 받침대도 되고 보던 잡지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련된 디자인을 사용자들이 마음에 꼭 들어한다는군요.”

일본 마츠시타전기회사에서 나온 전신욕 샤워기도 기능성과 미려함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 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일상용품도 젊은이 뿐 아니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UI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경향은 오른손잡이나 기성세대로 불리는 주류에 대항한 개념이라기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컨셉으로 한다.

마츠시타의 샤워기도 그렇다. 허리높이에 고정된 손잡이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앉아서도 샤워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서 샤워하는데 별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고 디자인도 미려해 보기에도 좋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방영순 큐레이터는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이 물건의 외형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관념은 진부합니다. 물건을 만드는데 꼭 고려해야할 것은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이전에 사용자에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니버설디자인제품은 다른 어떤 제품보다 과학적이죠.”

최근 들어 디자인에도 ‘친환경’을 내세우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디자인적 요소로 해결해보려는 시도다. 산업시대의 디자인은 제품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서 소비자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었다. 반면 환경 규제 시대의 디자인은 제품의 안전성과 기능성에 역점을 둬 재활용 가능하며 소비자를 만족시켜 오랫동안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과 소비자가 제품을 팔고 선택하는 관계를 넘어 폐기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아라이 토시하루 ‘가위’

일본 가나자와대학의 교수인 아라이 토시하루가 고안한 노약자 장애자용 손가위.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한 사람이나 한손이 없는 사람, 다양한 손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가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가위가 스스로 테이블위에 직립하기 때문에 가위의 손잡이를 상부에서 누르는 것만으로 가위를 조작할 수 있으며, 손가락걸이에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끼워서 손에 가위를 걸칠수 있기 때문에 손의 기능이 각기 다른 이용자도 각자의 능력에 맞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트라이포드디자인의 ‘핸디버디’

유니버설디자인 제품 개발과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트라이포드사가 고안한 새로운 방식의 필기도구.

손전체로 쥘 수 있는 달걀형태로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펜의 굴곡들은 적은 힘으로도 글씨를 쓸 수 있도록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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