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과 성장촉진제를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성장호르몬은 간접적으로 인간의 성장을 돕지만 성장촉진제는 그 효과가 직접적이다"
최근 성장촉진제 IGF-1 개발에 성공한 KAIST 유전공학센터 분자유전학팀(팀장 이영익박사)의 한 연구원의 말이다.
즉 종래에 직접 체세포에 관여하여 신체의 성장을 돕는다고 알려졌던 성장호르몬이 실제로는 성장촉진제의 분비를 유도하는 매개물에 불과하다는 것.
이러한 성장촉진제와 성장호르몬의 관계를 잘 입증해주는 종족이 있다. 난장이족으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이다. 그들의 체내에서 성장호르몬을 측정한 결과, 다른 종족의 성장호르몬치(値)와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 이는 성장호르몬이 아닌 어떤 새로운 신비의 물질이 인간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래서 신화와도 같았던 성장=성장호르몬이 정상(正常)인 피그미족의 몸에는 성장촉진제 즉 IGF-1이 부족했다.
Insulinlike Growth Factor-1의 머리글자를 딴 IGF-1은 이름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인슐린과 많이 닮았다.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인슐린대신 당뇨병치료에 사용될지도 모른다. 인슐린은 혈액의 당성분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치료의 보도(寶刀)'로 군림해왔으나 이제는 IGF-1에게 그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 인슐린투여에 의한 부 용이 심심찮게 보고돼 왔으며, 인슐린투여가 불가능한 환자도 있었다.
키 뿐아니라 당뇨병, 상처, 골절의 치료효과 있을 수도
소마토메딘(Somatomedin)-C 또는 MSA로 불리우기도 하는 IGF-1은 인터페론(Interferon)이나 인터루킨(Interleukin)처럼 몸안에 극히 미량(微量) 존재하는 단백질의 일종. 사람의 혈청에서 분리할 경우 혈청1ℓ에서 7μg 정도밖에 얻지 못하는 극미성분인 것이다. 따라서 가격도 비싸, 1백㎎에 3백만달러를 홋가한다.
이처럼 귀한 IGF-1을 다량생산할 방법은 없을까? KAIST 유전공학센터 이영익박사를 주축으로 한 유향숙, 곽주원팀이 이 일을 해냈다. 유전공학적인 기술을 도입하면 IGF-1의 대량생산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한 결과 마침내 '성공의 과실'을 따낸 것이다.
인간의 간세포에서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인자를 분리하여, 대장균 내에 투입시킨 후 유전공학적 합성을 했다. 대장균을 이용해 유전자 조각을 했다는 점에서 보면 인터페론(interferon)의 생산방법과 유사한 면도 있다.
이번에 개발된 IGF-1이 국내 최초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등에서는 이미 생산단계에 와 있다. 대표적인 생산업체가 미국의 제넨텍(Genentech). 그런데 이박사팀이 만든 IGF-1은 제넨텍사 제품보다 정제방법이 단순, 생산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최근의 실험에 따르면 IGF-1은 근육, 연골세포, 뼈세포의 성장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IGF-1을 실험용 쥐에 주입했을 때 대개 보통 쥐의 1.5배는 커진다는 것.
그밖에는 IGF-1은 상처나 골절의 치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의학적인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작년 성장호르몬이 어린이의 키를 크게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마자, 성장호르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때아닌 돌풍을 일으켰다. 그 돌풍은 이제 방향을 바꿔 성장촉진제에 쏠려 있다. KAIST에 문의전화가 쏟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IGF-1의 개발에 관여했던 연구원들은 좀더 시간을 달라고 주문한다.
"아직 독성실험이나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으므로 IGF-1이 실제로 활용될 것인지 예측하는것은 시기상조다. 실용화 된다해도 그 시기는 2년쯤 후나 될것이다."
이렇게 말한 한 IGF-1 관련자는 더 많은 연구결과가 나와야만 사람의 키를 크게 하는데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