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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패션디자인 멋보다 기능

테크놀로지를 입는다

가장 멋스러우면서 기능적인 디자인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패션디자인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패션 디자인의 본질은 기능에 더 충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현대로 넘어 오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

삼성패션디자인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바지의 보급’을 그 단적인 사례로 꼽는다. 자전거가 보급되면서 좀더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하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지가 당시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뒤 수많은 변형을 겪으면서도 오늘날 바지는 평범한 일상복으로 자리잡는다. 청바지도 1850년경 미국 서부의 황금광 시대엔 텐트천으로 만든 평범한 작업복이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힘든 노동을 하는 광부들이 입던 옷이 오늘날에는 고급 브랜드 제품으로 팔리는 셈이다.

나무로 된 토글과 끈, 모자로 대표되는 더플코트도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해군 복장이었다. 겨울 바다의 맹렬한 추위를 막기 위해 코트에 모자를 달고 얼어붙은 손으로도 쉽게 여미거나 열 수 있도록 나무 토글과 삼으로 만든 끈으로 단추를 대신한 것이다.


2004년 프랑스텔레콤이 한 패션업체와 공동으로 선보인 통신장치가 내장된 재킷.


트렌치코트도 전쟁의 산물이긴 마찬가지다.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참호안에서 장교가 착용한 레인코트에서 비롯됐다. 바람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던 팔목끈과 어깨 견장끈은 이제는 기능적인 측면보다 트렌치코트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김정희 과장은 “패션디자인은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편리함과 기능을 더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패션디자이너들은 옷을 디자인할 때 형태보다는 색상과 기능을 더 먼저 고려한다.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패션 베스트셀러 청바지. 옷의 기능성을 가장 잘 설명한 사례다.


최근 들어 첨단 소재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패션 디자인에서 기능성은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스스로 열을 내는 실, 형상기억합금, 정교한 방직기술 등이 선보이면서 120g에 불과한 양복이나 발열점퍼, 끈없는 브래지어 등 지금까지와는 판이한 의복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포츠 의류에서도 여러 섬유를 덧대거나 이음선을 없애는 등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몸의 각 부분을 고정시켜 몸매를 고르게 유지하면서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다기능 옷은 인체공학기술과 패션 디자인이 잘 결합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을 옷에 직접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어깨끈에 스피커와 볼륨조절장치를 붙인 가방이나 소매단추에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의 조작 버튼을 단 경우가 대표적이다. 모자나 칼라 안에는 얇은 스피커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명 패션회사와 첨단 기업의 윈-윈 사례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1990년대 들어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와 IT기업, 자동차업체가 공동으로 제품을 기획해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의 장점과 브랜드 힘을 살려 개성 넘치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나이키와 필립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필립스가 생산한 MP3플레이어를 나이키의 운동복안에 넣은 것.

세계적인 가전 업체와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경우다. 자동차 업체와 전자업체의 결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돼 왔다. 007차로 유명한 오스탱마틴과 유명 오디오시스템 제조업체 린이 팀을 이뤄 고급 자동차 오디오를 만든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폴크스바겐 운전석에는 애플의 휴대용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이 오디오 대용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승차감을 좋게 하는 신발도 자동차 회사와 스포츠 브랜드가 ‘윈-윈’한 사례다.

푸마와 BMW는 통기성이 있고 충격을 완화하는 운전자용 신발을 공동 개발했다. 이밖에도 아디다스와 타이어회사 굿이어가 개발한 신발 밑창과 정유회사인 엑손모바일과 시계업체 타이맥스가 출시한 시계형 전자 주유지불시스템도 성공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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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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