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여러분께 유의사항을 알려 드립니다. 시간에 맞춰 입실해야 하며, 컴퓨터 사인펜을 반드시 준비해주세요. 전자기기는 반입 금지이니 아날로그 시계만 착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절대 이 글에 나와 있는 곡을 듣지 마십시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언급되는 노래가 있다! 한 번 들으면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아 도저히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수험생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한다는 ‘수능 금지곡’이다.
대표적으로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딩디기 딩딩딩’을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샤이니의 ‘링딩동’이 있다. 그리고 SS501의 ‘U R Man’,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가 그에 어깨를 견준다. 아이돌 노래 외에 또 강력한 곡으로는 CF 음악이 있다. 방송인 전현무가 이상한 춤을 추며 선전하는 비타민 음료의 CF 음악과 EXID의 하니가 춤을 추며 선전하는 앱 CF 음악도 절대적인 수능 금지곡이다.
머릿속을 침범한 범인의 정체, 귀벌레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귀벌레 현상’이라 말하며 연구하고 있다. 귀벌레 현상은 영국의 소설가 데스먼드 배글리가 1978년에 쓴 소설 <플라이웨이>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영미 문학에서 종종 쓰이던 말이다.
제임스 켈러리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교수는 사람들의 98%가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귀벌레 현상을 분석해보니 이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오래 지속됐다. 또한 가사가 있는 노래가 귀벌레 현상의 73.7%, CF 음악이나 광고 음악은 18.6%, 기악곡 음악은 7.7%를 차지했다.
이런 중독성 때문에 역으로 귀벌레 현상을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한다. 중독성 있는 노래를 만들어서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에 2016년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은 귀벌레 현상의 강도를 알 수 있는 공식을 만들었다. 리듬이 얼마나 반복되는지, 다음 구절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에 따라 귀벌레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식이다.
귀벌레 처치 방법!
계속 맴도는 귀벌레 현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는데, 이미 중독이 됐다고 절망하지 말자. 완벽한 퇴치는 불가능하지만 귀벌레를 쫓아내는 방안을 연구한 사람이 있다.
아이라 하이먼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교 음악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적당히 어려운 일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뇌의 인지기능을 활성화하면 머릿속에서 맴도는 노래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여러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단어를 뒤집는 게임인 ‘애너그램’을 하거나 가로와 세로가 모두 9칸으로 나눠진 격자판의 각 줄에 숫자 1~9를 하나씩만 채워 완성하는 ‘스도쿠’를 했을 때 귀벌레 현상이 줄었다. 주의할 점은 스도쿠의 난도가 높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이먼 교수는 문제의 노래를 찾아 끝까지 들어버리라고 한다. 그는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가 대개 일부분만 알고 있어 끝마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원인이라고 봤다. 즉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반복해서 생각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은 껌을 씹는 것을 추천한다. 음악을 듣고 기억하는 뇌의 부위는 청각뿐 아니라 말하기를 담당하는 곳과도 연관돼 있어 껌을 씹으면 귀벌레 현상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