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과 도형은 샘 로이드 주니어와 퍼즐대결을 벌이며 미국 여행을 하던 중 마피아 조직인 코사노스트라의 일당을 잡아 거액의 현상금을 손에 넣는다. 허풍과 도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껏 들뜬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인 영국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허풍과 도형을 영국경찰이 맞이하는데…, 이번 여행에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1. 칼잡이 잭의 망령
안개가 자욱한 월요일 아침 런던의 출근길.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은 골목길 안쪽에서 울려 퍼진 이 비명소리는 바쁜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잔인하게 살해된 여인의 시체. 사람들은 40여 년 전 런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칼잡이 잭의 망령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구경꾼들을 비집고 경찰이 사건현장에 도착한다. 뒤를 이어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바로 셜록 홈즈의 아들로 알려진 런던의 명탐정 네로 울프다.
“어떻습니까? 정말 칼잡이 잭의 망령이 나타난겁니까?”
“아닙니다. 녀석이 아니에요. 녀석만큼 잔인하긴 하지만 상당히 다른 패턴이에요. 그리고 혼자가 아닙니다. 적어도 두 명 이상이에요.”
네로 울프는 경찰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한다.
“피해자는 28세의 여자로 아스널FC의 구단 사무실 직원입니다.”
“경감님, 피해자의 손에서 쪽지와 다잉메시지로 추정되는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피해자의 오른손에는 쪽지가 있고, 바닥에는 죽기 직전 피로 쓴 듯한 ‘1892 Reds’라는 메시지가 써있다.
“1892 R…, 1892년의 Reds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는 말인가? 잠깐 이 여자, 축구 구단 사무실에서 일했다고 했나? 그렇다면 리버풀! 1892년에 창단한 The Reds! 리버풀이다. 리버풀에 사건의 단서가 있어. 쪽지에는 뭐라고 써 있지?”
“그게…, 수식이 적혀 있습니다.”
네로 울프는 경찰에게서 쪽지를 건네받는다.
“512 = 8 × 8 × 8, 8 = 5 + 1 + 2! 각각의 자릿수를 더한 수의 세제곱이 원래의 숫자를 만드는 수로군. 이런 수들 중 가장 큰 네 자릿수를 찾으라는 건가. 경감님, 리버풀을 드나드는 모든 배편을 조사해주세요. 항구도시인 리버풀이라면 일단 배와 관련된 화물이나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퍼즐은제가 반드시 풀어 내겠습니다.”
2. 위기에 처한 허풍과 도형
“선생님~! 저기 항구가 보여요. 항구에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요. 우리를 마중 나왔나 봐요.”
“미국에서 은행 강도를 때려잡은 무용담을 듣기위해 경찰들까지 몰려나왔나 보군.”
현상금으로 여행 시작 후 가장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허풍과 도형은 리버풀 항구에 다다른다.
“허풍 씨와 도형 군이 맞습니까?”
“하하하! 그렇소, 내가 바로 은행 강도를 때려잡은 허풍이외다.”
“명석한 두뇌로 은행 강도를 잡은 도형입니다.”
“저희는 런던 경시청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명탐정이신 네로 울프 씨입니다.”
“네로 울프라고 합니다. 런던경찰과 함께 이번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희를 찾아오신 거죠?”
“사건 현장에서 당신들이 이용한 배의 방 번호가 발견되었소. 그리고 두 명의 범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이러한 단서들을 볼 때 우리 런던 경시청은 당신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기로 했소.”
“말도 안 돼요. 우린 방금 영국에 도착했다고요.그런데 어떻게 용의자가 된다는 거예요?”
“맞소, 우린 미국에서 은행 강도를 잡은 영웅이란 말이오. 어째서 살인을 했다는 것이오?”
“사건 해결을 위해 단서를 쫓아 왔을 뿐이오. 결백하다면 걱정할 필요 없소.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니까.”
이 때, 경찰 한 명이 급히 달려온다.
“네로 울프,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이번에도 사건 현장에서 퍼즐이 발견됐습니다.”
“잠깐만요. 그럼 두 번째 사건의 단서를 제가 풀수 있게 해 주세요.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요.”
“좋소. 같이 가시지요.”
네로 울프와 허풍과 도형은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향한다.
“헉! 사람이 어찌 사람을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한단 말인가.”
“이번에도 역시 퍼즐이 담긴 쪽지를 남겼군! 우리와 게임을 하자는 건가. 그런데 이 숫자에 일정한 규칙이 있잖아!”
도형과 네로 울프는 합심해 퍼즐을 푼다.
3. 누명을 벗어라
도형과 네로 울프가 풀어 낸 퍼즐의 정답을 가지고 고심하던 런던경찰은 허풍과 도형에게 다가와 말한다.
“자, 이제 확실해졌군요. 일단 경찰서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허풍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다시 살펴본다.
“왜 내 이름의 획수와 딱 들어맞는 거지?”
“잠깐만요. 이건 억지잖아요. 우리 이름의 획수가 어째서 단서가 되는 거냐고요? 그리고 선생님은 왜 인정하는 거예요?”
“범인이라는 것이 아니잖소. 일단 경찰서까지 같이 갑시다. 뭣들 하나, 경찰서로 모시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용의자로 몰린 허풍일행, 이 때 네로 울프가 허풍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40여 년 전 미해결사건의 모방범죄가 일어난 것에 경시청의 높은 분들이 빠른 해결을 바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마침 당신들이 나타나 준겁니다.”
“그럼 우린 죄도 없는데 잡혀가게 된 거란 말이오? 그럼 어떻게 해야 결백을 입증할 수 있소?”
“경찰서에 끌려가게 된다면 안에서는 방법이 없을 거요. 일단 몸을 숨기고 단서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오. 내가 참여한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끝나는 건 싫으니까….”
“감히 이 몸을 범인으로 몰다니…. 경성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네로 울프 씨, 어떻게 여기서 벗어나죠? 경찰들이 저렇게 많은데….”
“항구의 뒷골목은 미로와 같소. 골목 끝에 가면 315호 창고가 있는데 그 곳에서 만납시다. 내가 잠깐 시선을 끌어 볼 테니 빨리 도망치시오.”
네로 울프는 시선을 끌기위해 경찰에게 다가간다.
“경감님, 여기 어디 다잉메시지가 있을 겁니다. 연쇄살인범들은 살인도 의식처럼 일정한 절차에 따라서 하죠. 빨리 찾아보세요.”
그 사이 허풍과 도형은 경찰의 눈을 피해 항구의 뒷골목으로 달아난다.
4. 코사노스트라의 음모
“아이 참, 선생님 그 쪽이 아니라니까요. 이 쪽으로 오세요.”
창고에 들어선 허풍과 도형은 기다리고 있던 네로 울프를 만나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는다.
“경찰이 당혹스러워할 칼잡이 잭 사건을 모방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경찰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위해 작은 단서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자 같소.”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이 우리를 노리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도형아 너, 나 몰래 사고 치고 다니는 거니?”
“제가 선생님이에요? 혹시 선생님이?”
“아니, 이 녀석이?! 사나이 허풍,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단다.”
“얼마 전 항구를 통해 미국의 마피아가 입항했다는 정보가 있소. 조사해 본 결과 당신들과 관련이 있던데.”
“네? 우리 선생님이 아무리 사고를 치고 다니셔도 그런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으세요.”
“그게 아니라, 미국에서 붙잡은 은행 강도의 일당인 코사노스트라파였소.”
“경성에 있는 우리 애들을 불러야겠군. 도형아, 경성으로 돌아가자.”
“선생님은 친구도 없잖아요. 그리고 아직 여행도 안 끝났는데 어딜 가요. 네로 울프 씨, 다른 단서는 없나요?”
“난 첫 번째 살인사건의 경찰조사가 끝난 후, 사건현장을 다시 둘러봤지. 그리고 사건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암호판을 발견했소. 색과 모양이 다른 조각의 뒷면에 뭔가 써 있는 걸로 보아 이 정사각형 틀 안에 색에 맞게 조각을 맞추면 글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소.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군요.”
“도형이 너 자꾸 나를 무시하는데….”
조각을 유심히 살펴보던 도형은 깜짝 놀라며 말한다.
“선생님, 잠깐만요. 이럴 수가…! 이 자들을, 이 자들을 막아야 해요. 어서요!”
5. 코사노스트라의 복수
‘조직의 쓴맛을 보여 줘라. 눈에는 눈, 퍼즐에는 퍼즐이다. 녀석들을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라.’
완성된 조각판 뒷면에는 복수를 부탁하는 말과 함께 음모의 전말이 써 있었다.
“선생님, 이 사람들 무고한 시민을 해치고 있어요. 아주 치밀하게요. 우리 때문에 사람들이….”
“사나이 허풍, 항상 허풍을 쳐왔지만 이번만큼은 이 녀석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 결백을 증명한 허풍 일행이었지만 무서운 음모와 희생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정말 죄송합니다. 단서가 여러분들을 지목해서 그런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악당들은 잡았나요?”
“이미 항구를 통해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어쩌죠? 그 악당들을 잡지 않으면 더 큰 사건이 생길 거예요.”
“도형아, 넌 먼저 돌아가거라. 나는 녀석들을 잡으러 가겠다. 경성에 가서 나의 무용담을 전해다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시면서. 이것 봐요. 덜덜덜 떨고 계시잖아요.”
이 때 쿵쿵쿵 소리를 내며 커다란 덩치의 네로 울프가 경찰서로 달려 들어온다.
“경감님, 그 날 이후 항구를 나와 국외로 나간 배는 프랑스행뿐입니다. 녀석들이 프랑스로 갔어요.”
“프랑스에 협조요청을 해야겠군. 고맙소.”
“선생님, 우리도 가요. 우리가 막아야 해요.”
“그, 그래. 우, 우리가 마, 막아야지….”
커다란 음모에 휘말린 허풍일행. 명탐정 네로 울프와 함께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