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담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다. 특히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음악은 영화만큼, 어쩌면 영화보다 더 인기다. 그래서일까. 월트 디즈니는 오디션을 통해 영화 음악을 노래하는 그룹을 만들었다. 바로 ‘디카펠라(DCapella)’다.
디카펠라의 첫 곡은 초능력자 히어로 가족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에 등장한다. 영웅 일라스틱 걸이 활약할 때마다 ‘빠라빠라 빠라라라 일라스틱 걸~♪’이라는 노랫말을 가진 조화로운 화음이 영웅을 더욱 멋지게 표현해 준다. 어떤 악기보다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노래가 압권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다른 악기 없이 온전히 사람의 목소리만 있다. 사람 목소리의 음높이만을 다르게 해서 부르는 ‘아카펠라(A capella)’ 곡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악기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본래 아카펠라는 5명 내외의 사람이 목소리만으로 부른 곡을 말한다. 이탈리아 교회에서 성악가들이 무반주로 부르던 노래가 시초인데, 19세기부터는 악기 반주가 없는 곡 대부분을 아카펠라라고 불렀다. 이후 꼭 성악이 아니더라도 무반주 또는 최소한의 악기 반주로 화음을 이뤄 노래하는 합창과 대중 보컬 음악까지 아카펠라라고 부르게 됐다. 월트 디즈니 아카펠라 그룹 디카펠라도 현대적 의미에서 아카펠라 그룹인 셈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루는 화음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놀랍게도 화음 개념을 처음 이론적으로 다룬 건 수학자다.
처음 화음을 울린 건 수학자
음악에서 음의 상대적 높낮이를 ‘음률’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최초로 이론적으로 규정한 사람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수로 해석하려고 했고,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수에 매료돼 있던 피타고라스는 모든 음은 정수와 관계가 있다며, 진동수의 정수배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와 ‘솔’은 소리가 잘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 음인데, 피타고라스는 두 음의 진동수를 비로 나타나면 2:3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이용해 모든 음의 진동수를 유리수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다고 보고 ‘순정률’이라는 조율법을 만든다.
그러나 음높이를 고정한 악기에서는 조성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고, 이후 ‘평균율’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평균율은 처음부터 음을 균등하게 나누는 조율법이다. 예를 들어 서양 음계는 한 옥타브에 12개의 음이 있다. 피아노에서 흰 건반 7개와 검은 건반 5개가 한 세트로 연속해 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평균율은 기준이 되는 ‘도’의 진동수에 지수함수의 값을 곱해 음을 조율하는 것이다. 즉 피아노 건반을 기준으로 ‘도’ 음의 바로 다음 검은 건반은 21/12배의 진동수를, 그다음 흰 건반은 22/12배로 조율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한 옥타브 위의 도는 212/12로 정확히 처음 기준이 된 도의 2배의 진동수를 갖는다. 이것을 ‘12평균율’이라 한다. 물론 나라마다 평균율을 나누는 방법은 다르지만, 요즘은 대부분 실용적이며 조성을 바꾸는 데 장점이 있는 평균율을 사용한다.
최고의 하모니는 순정률
평균율에는 무리수 개념이 이용된다. 따라서 무리수 개념이 없던 기원전 6세기에는 이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악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순정률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순정률은 현대 서양 음계와 본질적으로 같으며, 순정률로 화음을 구성하면 실제로 훨씬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음높이를 자유롭게 바꾸는 아카펠라 그룹은 이를 기준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고, 화성적으로도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
유독 디카펠라의 음악이 영화가 끝나도 귓가에 맴도는 것도 순정률 때문일지도 모른다. 디카펠라가 부른 노래는 영화 흥행에도 공을 세웠다. 7명의 구성원이 모두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정확한 음을 짚어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