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즈를 만든 빌 게이츠나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신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아주 불편하게 컴퓨터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수학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예 컴퓨터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는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2407/1720929812-88350d8d-b5fc-4c49-81bc-9183df30e95a.png)
요즘 컴퓨터라고 하면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가 있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혹은 태블릿PC를 떠올린다. 튜링이 대학을 다니던 1930년대에도 컴퓨터라는 단어는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과 달리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뜻했다.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계산을 맡아서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단순한 계산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수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실제로 기계 계산기를 만든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계산기로는 정해진 계산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계산을 하려면 다른 기계를 만들어야 했다.
1936년 튜링이 발표한 가상의 장치인 ‘튜링 기계’는 기존 계산기와 달랐다. 적당한 알고리듬만 있으면 어떤 계산이든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오늘날의 컴퓨터와 비슷한 셈이다.
우리가 컴퓨터로 동영상도 보고 글도 쓰는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건 컴퓨터의 구조가 튜링 기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컴퓨터라면 거의 모두 이런 구조를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튜링을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당연하다.
컴퓨터 음악 역시 튜링의 손에서 시작됐다. 2016년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 연구팀은 튜링의 아이디어로 녹음한 최초의 컴퓨터 음악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음악은 소리가 훼손된 채로 12인치 LP판에 담겨 있었다. 연구팀은 속도 조정, 잡음 제거 등의 과정을 거쳐 음악을 복원했다.
LP판 안에는 당시 영국 국가인 ‘여왕 폐하 만세’와 동요 ‘바 바 검은 양’, 트롬본 연주가 글렌 밀러의 ‘인 더 무드’까지 3곡이 저장돼 있었다. 실제 녹음 작업은 1951년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컴퓨터연구소에서 크리스토퍼 스트레이치가 개발한 최초의 컴퓨터 음악프로그램을 이용해 진행했다. 1940년대 후반에 컴퓨터를 음악 작업에 쓸 수 있는 악기로 봤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