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콘셉트와 뛰어난 실력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EXO는 세계관이 분명한 그룹으로 유명하다. 그룹명도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exoplanet)에서 영감을 얻어 미지의 세계에서 온 스타라는 의미가 있다. 이 세계관 속 EXO 멤버들은 기억도 초능력도 잃고 지구에 왔지만, 점차 힘을 되찾아 적을 물리친다.
이런 심오한 세계관은 앨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이를 ‘EXO학’이라고 부르며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엑소 앨범에는 종종 암호가 새겨져 있다.
그 끝판왕은 정규 3집 앨범이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이번 앨범의 로고가 한 수학 이론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EXO는 앨범 발표 일주일 전 티저 영상을 통해 앨범 명과 타이틀 곡 제목을 알렸다. 영상에서는 의문의 글자가 하나씩 뜨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글자는 알파벳 E, 이어서 X와 E에서 X로 이어지는 화살표가 나타난다. 영상 공개 7시간 뒤에는 일곱 글자와 화살표가 하나로 연결된 정육각형 로고가 만들어졌다. 화살표를 따라 알파벳을 읽으면 EXACT, EXO3이 된다.
로고를 클릭하면 두 가지 이미지와 글자가 뜬다. 네 잎 클로버를 연상케 하는 그림과 ‘Lucky One’, 뼈로 만들어져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육각형 로고와 ‘Monster’. 바로 3집 앨범의 타이틀 곡 제목이다.
그런데 한 네티즌이 이 앨범의 로고가 ‘exact 수열’을 나타낸 것 같다고 본인의 SNS에 올렸다. 앨범의 제목명이 EX'ACT인 데다가 exact 수열도 알파벳과 화살표로 이뤄져 있어 그럴싸한 면이 있었다. 곧바로 수학적인 해석이 달린 댓글이 올라왔다.
의문을 처음 제기한 네티즌은 수학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 수열의 표기법을 이용한 디자인일 뿐 수학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네티즌은 알파벳 하나하나를 집합으로 보고, 알파벳 O를 숫자 0, 화살표를 두 집합을 연결하는 함수, 연결된 집합 모두 수학적으로 같다고 가정하면 exact 수열이 된다고 주장했다.
과연 EXO 정규 3집의 앨범 로고는 정말 exact 수열일까? 앨범 공개 당시 <수학동아>가 이광연 한서대학교 교수에게 문의한 결과 숫자 0에서 3으로 가는 화살표만 없다면 로고의 내용이 수학적으로 틀리지 않다고 한다. 다만 exact 수열의 정의에 의해서 집합 E, X, A, C, T가 모두 0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exact 수열을 의도해서 디자인한 걸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을까? 앨범 발매 당시 SM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은 ‘디자인에 대해 팬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길 원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으며, 그 답은 디자이너만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 수열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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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act 수열은 수학과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으로, 이에 관한 정의를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여기서는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우선 집합 A를 정수의 모임, 집합 B를 2의 배수(음수 포함)의 모임, 집합 C를 2로 나눴을 때 나머지의 모임이라고 하자. 또 집합 A에서 집합 B로 가는 함수를 f, 집합 B에서 C로 가는 함수를 g라고 하자. 이 상황을 도식으로 나타내면 위쪽과 같다.
먼저 집합 A와 B를 살펴보자. 집합 A에서 B로 가는 함수 f가 있을 때 f(a)를 모두 모아 놓은 집합을 ‘im(f)’라고 한다. 그림에서 짙은 보라색 부분이 im(f)이다. 이제 집합 B와 C를 살펴보자. 집합 B에서 C로 가는 함수 g가 있을 때 함수 g의 해집합을 ‘ker(g)’라고 한다. 이 역시 그림에서 짙은 보라색 부분이다. 해집합은 변수 b가 가질 수 있는 값 중에 g(b)가 0인 b의 값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함수 y=(x-2)(x-5)의 해집합은 {2, 5}다.
이처럼 im(f)와 ker(g)가 같을 때 집합 A, B, C와 함수 f, g의 관계를 exact 수열이라고 하고, A → B → C라고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