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자친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22일 이후로 더는 이 말을 못 들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특유의 청량한 음색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나 운동하면서 들을 노래의 추천 목록에 여자친구의 노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시간을 달려서’, ‘밤’, ‘너 그리고 나’ 등 제목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듣다 보면 괜히 어디론가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노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친구 앨범 중에 ‘回:LABYRINTH’와 ‘回:Song of the Sirens’, ‘回:Walpurgis Night’에서 그들의 음색은 여전히 청량하지만, 노래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딘가 모르게 비장함이 감돈다. 미궁이라는 뜻의 ‘Labyrinth’,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을 뜻하는 ‘Siren’에서 절대 이 앨범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실제로 ‘회(回)’ 시리즈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세계관을 확장해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새롭게 표현한 앨범이다. 첫 번째 시리즈의 타이틀 곡 ‘Labyrinth’의 설명을 보면 ‘화려한 미로 속에 그대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빠져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두 자아 사이에서 충돌하는 소녀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제목은 미궁인데 곡 설명은 미로라고? 둘 중에 여자친구가 갇힌 곳은 정확히 어디인 걸까? 실제로 미로냐 미궁이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진다.
미궁은 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라비린토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라비린토스는 반은 인간, 반은 동물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살고 있어 한 번 들어간 사람은 빠져나갈 수 없는 건물이다. 영웅 테세우스가 실타래를 풀면서 이곳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고 빠져나왔다고 전해진다.
실생활에서는 보통 ‘들어가면 나오는 길을 찾기 어려운 곳, 사건 따위가 얽혀서 쉽게 해결하지 못하게 된 상태’라는 의미로 ‘미궁’과 ‘미로’를 함께 쓴다. 여자친구의 곡 ‘Labyrinth’의 설명이 미로로 돼 있는 것도 아마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의미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자면 수학적으로 미궁과 미로는 다른 의미다.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
여자친구가 있는 곳이 미로라면 먼저 자신이 갇힌 공간이 탈출할 수 있는 미로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한다. 만약 미로가 끊어진 부분이 없는 ‘조르당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면 자신이 있는 지점에서 바깥까지 직선을 그어 직선과 미로벽이 만나는 점의 개수로 탈출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조르당 곡선은 평면의 안과 밖을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하는 처음과 끝이 같은 곡선으로, 구부러진 곳 없이 쫙 펴면 하나의 원으로 만들 수 있다. 이때 내가 있는 지점이 원의 안쪽이면 어디로 향하든 바깥으로 나갈 수 없고, 원의 바깥쪽이면 빠져나갈 수 있다.
나갈 수 있는 미로라면 미로의 벽에 한 손을 짚고 따라가기 방법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중간에 짚은 손을 절대 바꿔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