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삐요옹 뿅뿅 뿅뿅뿅 삐요요용 삐용뿅 삐용용 삐요요용.’
경쾌한 트로트 리듬에 강력한 전자음악(EDM)을 얹어 앉은 자리에서도 엉덩이가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마성의 음악이 있다.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는 노래’로 유명한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다.
아모르 파티는 라틴어 ‘사랑(AMOR)’과 ‘운명(FATI)’을 합친 말로 직역하자면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니체는 자신의 글 ‘즐거운 지식’에서 이 말을 쓰며 삶에 대한 태도를 표현했다. 고통과 상실을 포함해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긍정적이고 선한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즉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진 운명을 그저 감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니체 철학의 핵심인 ‘영원 회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니체는 인생이 마치 카세트테이프처럼 반복돼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매 순간순간이 반복돼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현실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논조의 철학을 펼쳤다.
영원 회귀는 니체가 쓰면서 유명해졌지만 오래전부터 있던 관념이다. 인도의 종교나 고대 이집트 문화에서 이미 발견됐을 뿐 아니라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학파에서도 다뤘던 것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영원 회귀의 사전적 의미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반복되고 계속 자기와 유사한 형태로 반복된다는 뜻이다.
니체가 살던 19세기 말로 다시 돌아가 보자. 1889년 1월 21일은 당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왕이었던 오스카르 2세의 60번째 생일이었다. 오스카르 2세는 노벨 수학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국왕이다. 과학 특히 수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그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사람들에게 두루 기억에 남을 행사를 고민하다 ‘국제수학대회’를 개최했다.
전 세계 학자를 대상으로 수학 분야에 4가지 문제를 냈다. 그중 하나는 ‘중력에 의해 n개의 천체가 서로 잡아당기면서 움직이는데 각각의 천체는 어떤 궤도로 움직이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3체 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우승 상금을 손에 넣었다. 문제를 푼 건 아니었지만 가장 좋은 답안을 낸 것이다. 3체 문제는 세 행성 간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그 결과 어떤 궤도로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푸앵카레는 3체 문제에 관한 연구 논문을 출판하기 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로 대회 상금을 논문을 재출판하는 비용으로 써버리기도 했다. 이때 푸앵카레가 떠올린 또 다른 수학 정리가 ‘푸앵카레 재귀정리’다. 수학적으로 특정한 조건이 주어진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점에서 초기 상태로 무한히 계속해서 돌아간다는 내용의 정리다.
즉 푸앵카레는 전체 크기가 유한한 공간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공간에서 변환을 여러 번 시행했을 때 어떤 집합에서 출발해 결국에는 처음 상태로 돌아올 확률이 1이라고 증명했다. 그러니 만약 푸앵카레가 니체를 만났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무한하고, 우주가 유한하면 당신의 말은 확률 1로 옳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수학적인 조건이 더 필요하다. 어찌 됐든 우리 모두 아모르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