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은 향을 조합하는 기술이야. 조향사가 되려면 수백 가지의 향료 냄새를 구별하고, 향의 변화도 예민하게 감별해야 하지. 수 년 동안의 실습이 필요한 일을 인공지능이 몇 분 만에 해낸다면 어떨까?

Q.너는 누구야?
내 이름은 OG디퓨전, 향료를 화학적으로 분석해서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야! 일본 도쿄공업대학교에서 태어났어. 인간 조향사가 조향을 할 때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개월의 시향과 테스트 과정이 필요해. 하지만 난 3분이면 해낼 수 있지. 이용자가 상큼한 향, 나무 향 등 9가지 향기 종류 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사전에 입력된 166개의 향료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해서 해당하는 종류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 내.
Q.향료의 정보를 분석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나는 향을 맡을 수 없잖아. 그러니까 하나의 향료 안에 어떤 화학 물질이 몇 개,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 확인해서 이게 어떤 향인지 판단하는 거야. 예를 들어 라벤더 오일에는 리날룰이라는 천연 알코올 성분이 약 20~30%, 리날릴 아세테이트라는 화합물이 35~50% 정도 있어. 리날룰은 짙은 꽃향을 강하게, 리날릴 아세테이트는 부드럽고 단 허브향을 은은하게 내게 해 줘. 쉽게 말해 숫자를 통해서 향기를 확인하는 거지.
Q.향기를 분석하는 AI는 전에도 있지 않았어?
나처럼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없어서 결과가 한정적이었어. 난 다른 AI들보다 수학을 훨씬 더 잘하거든! 만약 이용자가 나에게 ‘적당히 달콤하면서 괜찮은 과일 향’ 같은 다소 모호한 향을 주문해도, 나는 그동안 배워 둔 향료별 구성 성분의 종류, 함량 데이터를 가지고 즉시 계산을 시작해. 어떤 향료들을 얼마만큼 써야 이용자의 요청에 맞는 향이 날지 바로 알 수 있지. 기존에 나온 향수나 향기 제품들과 겹치지 않도록 향료와 성분의 비율을 조절할 수도 있고 말이야.
Q.그래서, 네 조향 실력은 어때?
아주 훌륭해! 나를 개발한 연구팀은 나한테 ‘매콤한 나무 향’, ‘달고 상쾌한 허브 꽃 향’ 등을 만들라고 주문했어. 이후 14명의 실험 참가자가 내가 만든 향기를 맡고, 주문한 것과 향이 완벽히 일치한다고 답했어. 도쿄공업대학교 나카모토 타카미치 교수는 “초보자도 원하는 향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OG디퓨전은 컴퓨터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