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 힐베르트 강연 사진을 보세요. 어떻게 우리 집에 있는 거예요? 혹시 고조할아버지께서 이 대회에 참가하신 건가요?
맞아. 제1회 스위스 대회 때부터 참가하셨지. 고조할아버진 러시아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 밑에서 수학을 배우셨단다. 민코프스키와 다비트 힐베르트는 요즘 말로 절친이었거든. 그래서 작은 일 하나도 서로 상의했대.
1900년 제2회 프랑스 파리 국제수학자대회 때 특별강연을 요청받은 힐베르트는 민코프스키와 함께 어떤 강연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
민코프스키는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에 수학자들이 어떤 문제에 공을 들여야 하는지 설명해 주면 수십 년 뒤에도 자네의 강연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거야”라고 힐베르트에게 조언했지.
힐베르트는 민코프스키의 조언대로 강의 준비를 했고 강연에서 발표할 24개 문제도 선정했어. 그런데 마지막까지 24번 문제를 발표할까 말까를 두고 고민했대. 24번 문제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증명이 있을 때, 가장 단순한 증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방법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어. 고민한 이유를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고조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가장 단순하다’의 의미가 수학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한 것 같대. 결국 24번 문제는 공개되지 않았지.
24번 문제에 대해 아는 이가 없어서 고조할아버지 말씀을 믿는 사람이 없었어. 그런데 2000년, 힐베르트가 문제를 공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에 독일의 역사학자인 뤼드게르 틸레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24번 문제를 발견한 거야. 고조할아버지 말씀이 사실이었지. 하하.
힐베르트는 강연에서 “어떤 한 문제가 수학과 과학, 그리고 또 다른 학문의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일은 중요합니다. 또 연구자는 문제를 푸는 것으로 강한 힘과 새로운 방법과 발전가능성, 자유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제시된 문제 중 하나라도 해결하면 20세기의 수학 발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문제를 제시하는 이유를 밝혔대. 힐베르트는 강연 때 시간이 허용하는 대로 열 가지 문제만 발표하고 나머지 문제는 나중에 출판했어.
이 강연은 민코프스키가 예상했던 것처럼 오래도록 관심을 받았어.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발표한 문제 대부분이 풀렸다는 점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수학자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지.
힐베르트가 발표한 문제 중 3번 문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
정사면체로 정육면체를 만들 수 있을까?
힐베르트가 발표한 3번 문제는 부피가 같은 다면체가 있을 때, 하나의 다면체를 조각내 다른 하나의 다면체로 항상 만들 수 있는가를 묻고 있어. 힐베르트가 문제를 공개하고 몇 달 되지 않아 아주 쉽게 풀렸지. 힐베르트의 제자인 마르크스 덴이 정사면체로 정육면체를 만들 수 없음을 증명했거든. 하지만 부피가 같은 다각기둥끼리는 조각 내서 만들 수 있대. 예를 들어 부피가 같다는 조건만 있으면 육각기둥을 직육면체로 만들 수 있는 거지.
삼각형으로 육각형을 만들다?
다각형끼리는 가능할까? 넓이가 서로 같다면 항상 다른 다각형으로 만들 수 있어. 그 이유는 모든 다각형을 직사각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야. 삼각형을 육각형으로 만든다고 가정해 볼게. 우선 삼각형을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마찬가지로 육각형도 직사각형으로 만들지.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모양은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는데, 같다면 문제는 해결된 거고, 다르다면 삼각형으로 만든 직사각형을 다시 조각 내 육각형으로 만든 직사각형으로 만들면 돼.
현대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는 머리가 나빴다?!
힐베르트는 기억력과 이해력이 무척 나빴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계속 까먹어서 몇 번이고 되물었대. 또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문제 자체가 이해가 안 가 다른 수학자에게 설명해 달라고 조르는 일이 많았대. 힐베르트 자신도 수학책은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실제로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어. 수학과 교수까지 지내며 현대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손꼽히는 힐베르트를 보면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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