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과동을 꼼꼼히 읽은 독자들이라면 ‘똥’의 효능을 알 거예요. 친구의 똥을 뒤적뒤적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기분은 불쾌하겠지만 친구가 뭘 먹었는지, 장에는 어떤 미생물이 사는지 알 수 있지요. 그런데 똥으로 동물의 행동도 알아낼 수 있다는군요! 똥 분석으로 박쥐의 사냥법을 알아낸 최초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동물의 똥을 샅샅이 뒤지면 이전에 뭘 먹었는지 알 수 있어요. 먹이의 유전자가 소화기관을 거쳐 ‘똥’으로 배출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탓에 똥을 분석해 먹이 정보를 얻은 연구가 많았는데, 10월 22일에는 사냥 행동까지 알아낸 연구가 발표됐어요. 미국 스미스소니언열대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사마귀입술박쥐의 똥을 뒤진 결과지요.
사마귀입술박쥐는 개구리가 짝짓기를 할 때 내는 울음소리의 주파수를 듣고 먹잇감을 찾아내 영어로 ‘프로그이팅 뱃(개구리를 먹는 박쥐)’이라고 불려요. 실제로 연구팀이 사마귀입술박쥐 136마리의 똥 샘플 143개에서 먹이의 DNA를 분석한 결과, 개구리의 유전자가 27%로 가장 많았어요. 다음으로 도마뱀이 많았고 벌새도 일부 발견됐지요.
연구팀은 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 실험을 설계했어요. 사마귀입술박쥐가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벌새와 도마뱀 모형을 만들고 박쥐의 행동을 관찰했지요.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한 야생 사마귀입술박쥐 10마리가 모형을 공격하는 등 포식자의 반응을 보이는 걸 확인했어요.
이는 사마귀입술박쥐의 반향정위 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좋다는 뜻이에요. ‘반향정위’란 박쥐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쏜 뒤, 초음파가 물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으로 물체의 위치를 찾는 능력을 말해요. 연구에 참여한 메이 틱슨 미국 텍사스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전까지 박쥐가 멈춰 있는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며, “잎과 나뭇가지도 초음파를 반사하기 때문에 정글에서 정지한 먹이를 반향정위로 찾는 것은 힘들다”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