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된 과학자, 과학 현장의 목소리를 높이다
_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여성가족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인공지능(AI) 소위원장까지.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8년 한 해 누구보다 바쁘게 일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6년 국회에 들어온 그는 “‘과학계 파워피플’로 선정된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구체적인 운영규칙을 수립하는 일이 남았죠.”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학기술계 소통 통로로서 아직 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선명한 초록색 재킷에 실크 스카프를 매칭한 ‘여성 정치인’ 스타일이 32년간 물리학자로 살아온 그에게도 꽤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의원실 한 벽을 채운 책꽂이에는 헌법 관련 서적과 인공지능(AI) 책 등 전문 서적이 가득 꽂혀 있었다.
‘사람 중심’의 연구 환경 만들고파
공운법 개정은 과학기술계의 숙원이었다. 그동안은 공운법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포함한 국가연구기관이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은 기준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예산을 집행해야했기 때문이다.
모든 공공기관의 정규직 정원을 기획재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었고,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대신 임금을 일부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이 61세인 출연연도 억지로 적용해야 했다. 무엇보다 성공과 실패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 받아야 했다.
“과거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출연연을 연구 목적의 별도 기관으로 분류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논의 테이블에 한 번도 올라오지 못했어요.”
신 의원의 발의로 공운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공운법 심의 의결을 거쳐 올해 1월 출연연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등 69개 기관을 다른 공공기관과 다른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별도 지정했다. 연구기관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는 최근 과학기술 헌법 개정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현행 헌법에는 과학기술이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만 돼 있다”며 “이는 헌법에서 파생된 다른 법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 안전법)이 대표적이다. 현행 연구실 안전법의 목적은 연구자원의 효율적 관리,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의 활성화 등에 맞춰져 있다. 신 의원은 “연구실 안전법을 연구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으로 전면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협력을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신 의원은 국회 입성 전부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과학자로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과학기술 정책에 뜨거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측정 자동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들어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애쓰던 한 명의 여성 과학자였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주변 여성 과학자들과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계기로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법을 만들 때 실무를 맡게 됐어요. 처음으로 연구소 밖 여성 과학자 이슈에 눈을 뜨게 됐죠. 그 때부터 각종 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업인,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상승작용이 일어나면서 점점 보는 눈이 넓어지고 네트워크가 쌓이더군요.”
신 의원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직을 내려놓고 2016년 당시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19대 국회에서 활약했던 과학자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나라도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는 2년도 안 돼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정치에 타고난 능력이 있었던 걸까. 그의 마지막 말에는 그가 가진 파워의 힌트가 있었다.
“과학자의 언어와 정치인의 언어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70~80% 심증이 있어도 절대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으니까요. 아직도 적응하는 중입니다. (웃음) 저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비교적 쉽게 받는 편이에요. 과학자로도 정치인으로도 여기까지 오는 데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택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