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적 인재 키운다
_오세정 (서울대 총장)
올해 초 입시를 주제로 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화제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일명 ‘학종’)으로 서울대 의대에 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는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현실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다. 학종은 언제부터 입시 지옥을 만드는 ‘공공의 적’이 됐을까. 또 언제부터 의대가 이공계의 모든 전공을 제치고 선망의 대상이 된 걸까. 2월 8일 취임식을 마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만나 물었다.
“세계를 선도하거나 질적으로 탁월한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3월 13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난 오세정 총장은 “독창성과 열정을 가진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상아탑에서 학문에만 정진해온 연구자보다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연상시켰다.
‘의원 배지’ 반납하고 대학으로
오 총장이 제27대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부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반납하고 교육계로 되돌아온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역대 서울대 총장 가운데서도 그의 경력은 독특하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을 지냈고, 2011년 이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초대 원장 등 정부기관을 두루 거쳤다. 그러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이 됐다.
“대학 교수로만 있었다면 평생 배우지 못할 것들을 외부에서 배웠습니다. 대학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많이 깨달았죠.”
오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구조에 맞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금 사회에서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토론과 탐구융합적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공계 인력 양성은 서울대만의 고민은 아니다. 2019년 취임한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총장이 오 총장과 마찬가지로 모두 이공계 출신인 것도 이공계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2018년 취임한 홍익대, 인하대, 세종대, 아주대 총장도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오 총장은 “대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학생들이 교수들과 좀 더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세요”
오 총장은 선거 공약으로 수월성과 공공성을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폭넓은 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도록 입시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학생의 역량과 학생이 자라온 가정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학종을 어떻게 운영할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학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학종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또 이것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청소년, 또는 현재 전공하고 있는 과학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물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약 180편의 논문을 썼는데, 남는 연구는 결국 하고 싶어서 한 연구뿐이더라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연구비를 얼마나 썼는지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해야 지나고 나서 후회가 없다고. ‘핫’한 전공, ‘핫’한 연구 주제와 진정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의적절한 조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