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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내리|인간이 풀지 못한 세포의 비밀 프런티어 과학자가 밝힌다

2019 과학계 파워피플

 

인간이 풀지 못한 세포의 비밀, 프런티어 과학자가 밝힌다

_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산악인, 로켓을 타고 지구를 벗어난 우주인,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리는 미술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자, 감동과 울림을 주는 존재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과학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가 풀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온몸으로 개척해나가는 과학자의 파워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RNA(miRNA) 연구는 분명히 재밌고,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생명 현상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원리를 찾는 일이니까요. 되기만 하면 유용한 기술 개발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월 15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마이크로RNA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마이크로RNA를 선택한 이유


마이크로RNA는 세포 안에서 발생, 성장, 노화 등 다양한 생명 현상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RNA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긴다. 김 교수는 이런 마이크로RNA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2002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어 그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RNA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드로셔(DROSHA)’ 단백질을 발견했다. 10년 뒤인 2016년에는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까지 처음으로 밝혔다. 마이크로RNA 연구를 20년 가까이 선도해온 공로로 최근에는 ‘네이처’가 선정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에도 뽑혔다. 2012년부터는 국내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RNA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힘든 ‘무명’ 시절은 있었다. 김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2001년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RNA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모험을 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이전부터 RNA가 훨씬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마이크로RNA는 그런 제 판단이 맞았다는 증거였어요. 용기보다는 좋은 연구 주제를 알아볼 수 있는 지식과 해당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후배 과학자들에게 한국 과학자가 세계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나도 했으니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문적인 성취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넘사벽’인 그의 말이 처음에는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는 연구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 과학자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할 것. 계속해서 지적 자극을 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면 스스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적인 호기심과 성취욕 같은 내부적인 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이런 기질은 일정 부분 타고나기도 하지만(그는 무언가를 깨달을 때 강한 희열을 느끼는 신경회로를 갖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외부 환경에 따라 강화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귀기울여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 미팅에서는 ‘교수님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는 말이 비교적 편하게 나온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교육열이 높고 인적자원 수준이 높아 이공계의 발전 가능성이 큰 데 비해 낙관적인 전망은 많지 않다”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들의 롤모델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 역시 출산을 하고 1년 6개월간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용수철처럼 버틴 것 같아요. 실험을 못 하게 하니까 더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훨씬 더 열심히 했어요. 여성 과학자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절하 하는 ‘우먼 디스카운트’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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