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종목4] 봅슬레이, 최첨단 ‘과학 썰매’로 金 사냥

봅슬레이 대표팀이 현대차에서 제작한 썰매로 훈련하는 모습. 현대차는 원윤종, 서영우 선수의 체격에 맞는 맞춤형 썰매를 제작했다.

 

봅슬레이는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포뮬러원(F1·자동차 경주)에 비유된다. 시속 130~150km의 속도로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썰매를 타고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F1만큼이나 첨단 과학기술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봅슬레이 강국들은 BMW, 맥라렌, 페라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제작한 썰매를 타고 경기에 나선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영화 ‘쿨러닝’의 주인공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왔다. 훈련 장소가 없어서 썰매에 바퀴를 달고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했고, 국제대회에는 외국 썰매를 빌려서 출전했다.

 

2008년 미국에서 열린 아메리카컵에 출전한 대표팀은 500달러를 주고 빌린 미국 썰매에 태극기를 붙이고 동메달을 따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2013년에는 처음으로 전용 썰매를 구입했고, 국제대회에서 최초로 우승(2인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비록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18위(2인승)에 그쳤지만,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불리는 라트비아산 BTC 썰매를 도입한 2015~2016년 시즌에는 원윤종, 서영우 2인조가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의 중심에는 늘 썰매가 있었다.

 

국가대표만을 위한 맞춤형 썰매


현대자동차는 2015년 10월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한 썰매를 전달했고, 2016년 10월에는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새로운 썰매를 전달했다.

 

기존 썰매가 ‘기성복’이라면 현대차가 개발한 썰매는 원윤종, 서영우 선수를 위한 ‘맞춤복’이다. 봅슬레이 차체는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는게 관건이다. 선수가 탑승한 부분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생기는 와류도 공기 저항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현대차 연구팀은 3차원 입체 스캐너로 두 선수의 체형을 측정해 봅슬레이 설계에 반영했다. 실물 풍동 테스트에서도 두 선수의 마네킹을 제작해 탑승석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실험을 거듭했다.

 

썰매 동체의 유연성도 강화했다. 원윤종, 서영우 선수는 경기 중 회전구간에서 썰매가 부드럽게 코너링하는 주행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를 위해 현대차 연구팀은 차체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 구조에 ‘샌드위치 패널’을 적용해 강하면서도 유연성 있게 만들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서로 다른 재료를 샌드위치 형태로 쌓아 붙인 합판이다. 표면층은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한 변동이 적은 강하고 단단한 재질을 썼고, 내부는 가볍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재료를 썼다.

 

봅슬레이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관계자는 “차체 후면부에 탄소섬유와 폼 코어(스티로폼의 일종)를 이용한 샌드위치 구조를 적용했다”며 “회전할 때는 동체가 부드럽게 움직히지만 썰매가 뒤집히는 등 급격한 변동이 생기면 동체를 견고하게 지지하도록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현대차는 선수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위에는 방탄복을 만들 때 쓰이는 케블라(아라미드 섬유)를 적용해 썰매가 충돌하거나 뒤집혔을 때 선수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썰매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썰매 진동이 클 경우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썰매의 섀시 부분을 바닥과 최대한 가깝게 설계해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다. 무게중심이 높으면 바람과 얼음과의 마찰 등 외부에서 미치는 힘에 의해 생기는 진동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썰매의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바닥에 달라붙어 미끄러지듯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또 맞바람이나 얼음 트랙과의 마찰에서 받는 힘에 따라 썰매가 떨리는 정도를 수치화하는 실험을 통해 동일한 자극이 가해질 때 동체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섀시 마운팅 구조를 개발하고 썰매에 적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썰매가 대표팀의 성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과학으로 金빛 질주, 국가대표 사이언스

[종목1] 스피드스케이팅, 0.1초 단축 위해 찰나의 순간 분석

[종목2]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도운 DNA 훈련법

[종목3] 루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VR로 실전처럼

[종목4] 봅슬레이, 최첨단 ‘과학 썰매’로 金 사냥

[종목5] 컬링, ‘ 빙판 위의 체스’ 돕는 얼음 물리학

[종목6] 아이스하키, 선수 위치 실시간 분석 ‘ 언더독의 반란’ 꿈꾼다

[종목7] 스키점프, 金빛 바람 타고 더 높이 날아올라

[번외종목] 스키로봇챌린지, 8봇 8색 도전! 로봇 스키

[규정] 도핑 ZERO ‘클린 올림픽’ 만든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