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센터에서 우리나라 우주인 후보 2명이 보내오는 훈련일기가 우주로 홈페이지(www.woojuro.or.kr)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훈련을 통해 배우는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우주기술에 대한 얘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한 장 있는데, 바로 소유즈호의 내부를 담은 사진이다.
이 우주선의 출입구는 어디 있을까.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 우주인이 탑승할 소유즈 우주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우주선의 출입구는 어디?
먼저 소유즈 우주선의 출입구부터 찾아보자. 간단한 질문 같지만 러시아가 냉전시대 비밀리에 개발했던 소유즈 우주선은 경쟁국인 미국도 1975년 아폴로 우주선과 우주에서 도킹을 추진하기 전까지 출입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소유즈 우주선은 발사대에서 출발할 때는 페어링이란 보호 덮개 속에 들어가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즈 우주선은 조종석이 있어 발사할 때와 귀환할 때 이용하는 귀환모듈, 우주에서 지구의 궤도를 돌 때 생활하는 공간인 거주모듈, 그리고 산소공급장치와 동력장치, 추진장치가 있는 기계모듈로 이뤄졌다. 출발할 때는 모듈 세 개가 붙어 함께 가지만 임무를 마친 뒤 지구로 돌아올 때는 귀환모듈만 돌아온다.
가가린 훈련센터에 있는 소유즈 우주선 실물모형에는 1층에 해당하는 귀환모듈 앞쪽으로 출입구가 있다. 하지만 이 문은 시뮬레이터용 귀환모듈로 쉽게 들어가기 위한 ‘훈련용 문’에 불과하다. 실제 소유즈 우주선의 출입구는 귀환모듈에 없다! 그럼 출발할 때 어디로 들어간단 말인가.
러시아가 우주탐사 초기에 개발한 보스토크와 보스호드 우주선은 귀환모듈과 기계모듈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주인이 머무는 귀환모듈에 출입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우주선을 개조해 달 탐사용 우주선으로 소유즈를 만들면서 입구를 귀환모듈에서 거주모델로 옮겼다.
출입구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우주선의 탑승인원이 3명으로 늘면서 귀환모듈의 공간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소유즈 우주선의 귀환모듈 지름은 1961년 한 명이 탔던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와 똑같은 2.2m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의 크기를 이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안정성이 검증된 R-7이란 로켓으로만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왔기 때문이다.
탑승인원이 늘어 무거워지면서 착륙할 때 귀환모듈의 속도를 줄여주는 낙하산이 커진 것도 공간을 좁게 만든 이유다.
소유즈 우주선에는 모두 4개의 낙하산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주낙하산의 면적은 1000m2에 이르며 낙하산 줄의 길이도 45m나 된다. 여기에 만일을 대비해 예비낙하산까지 귀환모듈에 구겨 넣으니 출입구를 만들 공간조차 확보할 수 없게 됐다.
그럼 우주인은 어떻게 귀환모듈에 타고 내릴까. 우주선에 탑승하는 동안 우주선은 발사대에 서 있다. 우주인은 로켓의 보호덮개 측면에 있는 입구를 통해 2층에 해당하는 거주모듈로 먼저 들어간 뒤 지름이 70cm밖에 되지 않는 좁은 이동용 해치를 통해 귀환모듈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동안 사다리 같은 도구는 없다.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우주복을 입고 중요한 장치를 손상시키지 않으며 비좁은 입구를 2개나 통과하려면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먼저 비행엔지니어가 가장 왼쪽 의자에 앉고 다음으로 탐사우주인이 오른쪽에 앉는다. 마지막으로 선장이 탑승해 중앙에 앉는다.
임무를 마친 소유즈 우주선은 귀환모듈만 지구로 돌아온다. 귀환모듈이 낙하산을 펼쳐 땅에 착륙하면 기다리고 있던 귀환팀이 거주모듈과 연결됐던 해치를 열어 우주인을 밖으로 ‘꺼낸다’. 결국 소유즈 우주선은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는 셈이다.
계기판이 우주인 손에 닿지 않아?!
소유즈 우주선의 조종과 관계된 중요한 계기판은 모두 귀환모듈에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계기판이 우주선 의자 아래쪽 멀리 떨어져 있어 선장이 의자에 앉아 계기판 버튼을 누르기 어려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우주선 설계자 세르게이 코룔예프는 보스토크 우주선 같은 러시아 초기 우주선의 설계 책임을 맡았을 때부터 ‘인간에 의한 실수를 줄인다’는 설계 지침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주선의 계기판을 굳이 우주인의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설치하지 않았고, 발사와 귀환 과정은 물론 궤도 변경과 도킹 같은 모든 조종을 ‘자동모드’로 이뤄지게 했다.
의자에 누운 채 계기판을 만져야 한다면 선장은 지시봉 같은 막대를 이용한다. 즉 소유즈 우주선에 탄 우주인은 우주선을 ‘조종’한다기 보다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임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하다가 비상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선장이 직접 조종한다. 1985년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가 자동도킹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소유즈호에 타고 있던 블라드미르 쟈니베코프가 우주정거장에 수동으로 도킹하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선장이 조종할 때 의자 아래쪽에 있는 2개의 조이스틱으로 모니터와 잠망경을 보며 우주선이 도킹하는 방향을 맞춘다. 우주인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철저한 도킹 훈련을 받는다.
‘새로운’ 기술보다 ‘검증된’ 기술이 우선
우주선의 모든 조종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면 소유즈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성능은 얼마나 될까.
이소연 씨는 최근 소유즈 우주선 이론교육 시간에 컴퓨터의 낮은 성능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가정용 컴퓨터 CPU의 처리속도는 2~5GHz정도다. 그런데 소유즈 컴퓨터 CPU의 처리속도는 단 5Hz로 거의 10억분의 1 수준이다.
소유즈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러시아의 컴퓨터 기술연구소에서 설계한 아르곤-16이란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소유즈 우주선의 기계모듈에 장착돼 우주선이 움직이는 동안 필요한 자료를 처리한다.
1970년대부터 사용한 이 컴퓨터는 성능은 낮지만 그동안 알마즈, 살류트, 미르에 이르기까지 우주정거장의 ‘두뇌’ 역할을 해왔고 무인 화물우주선인 프로그레스의 ‘조종사’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현재까지 이 컴퓨터가 유인 우주비행 도중 고장난 경우는 단 한번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1975년 소유즈 우주선이 살류트 우주정거장과 도킹하기 위해 접근하던 도중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생겨 과속으로 충돌할 뻔했으나 충돌 직전 수동으로 전환해 사고를 막았다고 한다.
러시아 우주선은 컴퓨터가 없던 보스토크 우주선 시대부터 오랜 검증을 거치며 지금까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다. 따라서 러시아 우주선은 아날로그적이지만 완벽한 구동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방식의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치 않았다.
사람들은 보통 낡은 기술보다 새로운 기술을 더 좋게 평가하지만 우주기술에서는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신뢰성이다. 새로운 부품과 장비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우주에서 우주인의 생명을 보호할 만큼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우주선에 장착할 수 없다.
소유즈 우주선의 부품은 다소 낡아 보이기도 하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안정성의 검증을 받아왔다.
그 화려한 무사고 경력에 우리 우주인의 비행기록도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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