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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다중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전파는 쏘는데 수상기는 살 수 없어

지난해 12월말 전기대학 합격자발표가 한창일 때 TV의 9시뉴스가 방영되는 도중에 '전기대학 합격자명단을 문자다중방송으로 방영하고 있다'는 자막방송이 나왔다. 이 짤막한 자막방송이 나오자마자 방송국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문자다중방송이 뭐고 어떻게 보면 되느냐'는 문의였다.

문자방송이 시행된 지 1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 일반 대중들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매우 씁쓸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KBS와 MBC에서는 KOINS와 MINDS라는 이름으로 문자다중방송을 개막했다. 방송매체의 장점(속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쇄매체의 장점(재현성)을 덧붙인 일종의 '전파신문'을 쏘기 시작한 것. 문자다중방송(텔리텍스트)은 TV방송에서 사용하지 않는 주사선(총 5백25개 중 21개)중 네개를 활용해 문자전파를 가정에 송신하는 일종의 뉴미디어다. 전달하는 정보는 뉴스 날씨 증권 스포츠 문화예술 관광 등 9개분야이며, 총 4백여페이지(TV의 한화면을 의미)의 정보량을 갖고 있다.

TV를 보는 도중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언제라도 신선한 뉴스를 볼 수 있으며 증권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스포츠뉴스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그날의 경기기록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문자다중방송의 장점이다. 뉴스시간에 요약해 발표된 중요 경제정책을 조금 상세히 문자방송 화면으로 보충할 수도 있으며, '오늘의 요리'재료들의 상세한 목록을 문자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유익한 뉴미디어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것일까. 문자다중방송은 기존TV수상기만으로는 수신이 불가능하다. 새로 디코더를 구입하든가, 아니면 문자방송용 디코더를 내장한 TV수상기를 사야 한다. 그런데 디코더를 사려면 30만원정도를 부담해야 하므로 값이 너무 비싸고, 결국 TV를 교체할 때 문자방송용 디코더를 내장한 수상기를 사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도 TV수상기 가격이 15만원정도 비싸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 문자방송을 시작할 때 가전4사(금성 대우 삼성 아남)에서 문자방송용 TV수상기를 만들어 국내에 팔기 시작했으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자 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3,4백대만 팔고 금방 생산을 중단한 곳도 있고 지금까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결국 현재 소비자들이 문자다중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 시중에서 수상기를 찾아도 살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KBS와 MBC에서는 방송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총 판매 대수를 3,4만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중에는 문자다중방송을 방영하지 않는 지역(현재 서울 경기 일원에만 방영)에서 잘 모르고 산 경우도 있고, 난시청지역(문자방송은 전파가 고감도이므로 난시청지역은 아예 시청이 불가능)에서 구입해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시청자는 얼마 안된다고 봐야 한다. 결국 소수를 위해, 좀 심하게 얘기하면 '허공'에다 전파를 쏘아대는 꼴이다. 매년 10억원 이상씩 들이는 방송사의 낭비와 국민들의 무관심이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1976년부터 문자다중방송을 시작한 영국은 현재 전체 수상기의 3분의1이나 되는 8백만대가 문자방송용 수상기다. 영국 이외도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는 문자방송이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방송사와 신문사 IP업자들이 공동으로 문자방송 회사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세워진 회사만 28개사나 된다. 현재 수상기 보급대수는 1백만대. 이와 반면에 미국은 CATV(유선TV)에 눌려 문자다중방송이 활기를 띠기 못하는 실정이다. 문자다중방송이 활발히 되고 있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초창기에 여러가지 혜택을 주어 국민들이 싼 가격으로 새로운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게끔 유인한데 힘입은 바 크다. 영국 독일 등은 가전사에 수상기 중 일정비율을 문자방송용으로 생산하게 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주었다. 우리나라도 수상기 생산에 세제혜택을 준다면 시청자부담이 5만원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고 한다.

방송사측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도 '방송은 하고 있는데 수상기는 살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MBC 문자방송부 김건영 부국장은 "특정한 이벤트를 이용해 문자방송을 홍보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 대학입시나 선거때 문자방송의 필요성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문자다중방송을 이용하면 자기가 관심이 있는 지역구의 개표현황을 언제나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송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방송지역의 전국확대, 정부의 뉴미디어에 대한 세제지원, 정보란 돈주고 사보는 것이라는 국민들의 인식,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발달, 가전사들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생산계획 등이 어우러질 때 문자다중방송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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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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