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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3] 루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VR로 실전처럼

루지는 스켈레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종목이다. 스켈레톤이 썰매에 엎드려 타는 반면 루지는 하늘을 향해 누워서 탄다. 또 무릎과 어깨로 썰매를 눌러서 조종하는 스켈레톤과 달리 루지는 ‘쿠펜’이라고 불리는 조종 장치를 발로 조작해서 움직인다. 그만큼 ‘발놀림’이 중요하다.

 

한국 루지 대표팀은 세계 상위권 실력은 아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 왔다. 날씨 여건상 1년 내내 얼음 트랙에서 훈련할 수 없는 대표팀은 여름에는 체력 훈련에 주력했다. 비록 직접 썰매를 타고 트랙을 달릴 수는 없었지만 각 구간에서 어떻게 썰매를 조종할지 머릿속으로 ‘상상 훈련’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집중했다.

 

여름엔 ‘루지 시뮬레이터’로 훈련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은 아무리 반복해도 실전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루지 트랙은 작년 말에야 최종 완성돼 코스를 익히기 어려웠다. KT와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선수들이 실제 트랙을 주행하는 것처럼 훈련할 수 있는 ‘루지 시뮬레이터’를 2016년 개발했다.

 

루지 시뮬레이터는 전자 센서가 부착된 루지 썰매와 50인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이뤄져 있다. 루지 썰매에 누워서 다리로 쿠펜을 조종하면 실제로 썰매 방향이 바뀌고, 화면 속에 등장하는 선수의 아바타와 썰매도 그에 맞춰 움직인다.

 

대표팀은 루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두 가지 방식으로 훈련했다. 우선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그대로 재현한 애니메이션 트랙을 탔다. 다리로 썰매를 조종하면 그에 따라 썰매 움직임이 변하기 때문에 실전에서처럼 화면의 트랙을 따라 주행하며 몸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선수가 실제로 트랙을 질주하는 동안 360도 카메라로 촬영도 했다. 그리고 루지 시뮬레이터로 이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트랙을 익혔다. 실제 주행 시 썰매에 달린 센서에 기록된 속도와 가속도 등의 데이터가 시뮬레이터의 썰매 움직임에 반영돼 속도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4차원 이미지 트레이닝’ 훈련을 한 셈이다.

 

김종선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 부장은 “트랙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다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돼 대표팀이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며 “2017년 여름 한 달 동안 시뮬레이터로 훈련한 만큼 평창 코스를 숙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의 출발 동작을 영상으로 분석한 화면. 손을 얼음판에 짚는 간격, 상체와 다리가 이루는 각도 등이 기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VR 시뮬레이터가 근육 활성 증가


VR을 이용한 루지 시뮬레이터의 훈련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바 있다. 권대규 전북대 바이오메디컬공학부 교수팀은 ‘한국정밀공학회지’ 2015년 9월호에 VR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의 근육 활성도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뮬레이터는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루지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루지 시뮬레이터는 영상을 보면서 직접 썰매를 조종하고, 코스 상황에 따라서 좌우, 앞뒤,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트랙의 기울기와 주행 시 썰매의 진동을 표현하기 위해 좌우, 앞뒤 방향으로는 양쪽으로 최대 15도까지 기울어지고, 위아래 방향으로도 최대 4cm까지 들썩거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시뮬레이터에 국가대표 루지 선수와 일반인 7명을 탑승시킨 뒤 작동하는 동안 나타나는 다리 근육의 활성도를 근전도검사기로 측정했다. 인체가 시뮬레이터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허벅지 앞부분의 길게 뻗은 근육인 대퇴직근은 코스에 따라 시뮬레이터의 앞뒤 방향 기울기가 커지면서 좌우 방향으로 기울어질 때 근육 활성이 최고 30.54% 증가했다. 정강이 뒷부분의 두 갈래로 나뉜 비복근 역시 경사에 따라 근전도가 최고 30.52% 증가했다. 비복근 아래에 있는 가자미근도 최고 33.83% 활성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경사각이 커지면서 인체 감각기관이 속도감을 느끼고 운동기관인 근육이 그에 반응해 근육을 수축시켜 이런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상현실 시뮬레이터가 이미지 트레이닝에 사실감을 더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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