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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대학의 석좌교수인 스티븐 호킹.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스타 과학자이다.


빅뱅이 시작된 시점을 우주론가들은 태초(the beginning)라고 부른다. 태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태초 이전은 뭐냐"고 심술굳게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 우주론에서 태초는 우주론가들을 무척이나 괴롭히고 있는 주제다. 빅뱅 우주론에서 태초는 어마어마한 밀도와 온도를 가진 특이점(singularity)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특이점이란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전혀 맞지 않는 시공간으로, 블랙홀의 중심에나 있는 그러한 것이다. 그동안 우주론가들은 이 태초의 특이점을 제거하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태초가 시공간의 특수한 점이라면 우주의 탄생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무경계 우주론으로 태초를 훌륭하게 설명했다. 그는 태초보다 10분 전의 시간에 대해서 묻는 것은 지구의 북극에서 북쪽으로 1km 간 지점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이는 정말 기가막힌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북극에서는 북쪽이라는 방향조차 없다. 하늘 방향이 북쪽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극에 서있는 사람에게 동쪽이나 서쪽으로 가라고 해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동쪽이나 서쪽도 없기 때문이다. 북극에서는 오로지 남쪽이라는 방향만 존재한다. 북극에 서 있는 사람이 넘어지면 남쪽인 것이다. 이렇게 이상한 북극이지만 지형적으로 특이한 점은 결코 아니다. 이는 단지 우리가 지구 표면에 적도를 정하고 동서남북을 지금처럼 정의했기 때문이다.

호킹에 따르면 우주의 시작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주의 시작은 결코 특이한 조건에서 시작되지 않았고, 태초가 그 이전과 이후의 시간적 경계가 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우주는 '저절로' 태어나 진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호킹의 우주에서는 공간도 지구표면처럼 부피는 유한하나 경계가 없는 존재가 된다. 공간은 휜 3차원 공간, 즉 4차원 구의 '표공간'과 같은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호킹의 '무경계 우주'는 태초 직후부터 0.00…(0이 모두 43개)…01초(이 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부른다)가 지날 때까지의 물리학을 모르기 때문에 현재 증명될 수 없다.

이 짧은 찰나에 우주를 지배하는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의 4가지 힘이 모두 한가지의 형태로 통일되는, 우주 최고의 극적인 이벤트가 전개돼야 한다고 우주론가들은 믿고 있다. 하지만 그 극적인 이벤트를 기술할 수 있는 물리학을 아직 우리 인류는 소유하지 못했다.

과학의 가설은 증명돼야 의미가 있지만, 마찬가지 논리로 증명이 아직 안 되었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호킹은 자신의 '무경계 우주론'이 단지 '제안'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태초 직후 그 찰나에 대한 설명에 남은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절로 태어난 호킹의 우주는 '시간의 화살' 을 따라 진화하게 된다. 시간의 화살은 반전될수 없다고, 즉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호킹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호킹이 이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전하는 최근의 외신 보도가 우리의 흥미를 끌고있다. 조금 더 기다려 보면 이 위대한 천재가 어떤 새로운 생각을 했는지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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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천문정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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