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대전 당시 사이판섬으로 폭격하러 가던 B29가 발견한 제트기류. 이 기류가 몰고오는 변화에 기상학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는 중립권(中立圏), 열권(熱圈) 및 외기권(外氣圈)을 포함하는 거대한 물질과 에너지의 영역이다.
가장 외각 부분인 외기권의 바깥 경계는 지구 중심에서 4만㎞나 되며 이는 대체로 적도 상공에 있는 정지위성의 고도에 해당 한다. 열권은 80~5백㎞에 걸쳐 발달한 여러 이온층으로 구성되며 온도가 최고 1천2백℃에 이르는 매우 뜨겁고 안정된 기층이다. 지표에서 80㎞사이의 중립권은 플라즈마가 아닌 중성 기체로서 건조 공기(일정한 조성비로 모인 질소 산소 아르곤 및 이산화탄소의 혼합체)와 기타 미량성분(수증기 오존 등)으로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적이지만 전체 대기질량의 99.999%가 중립권에 몰려있다.
초속 2백m 강풍, 극야제트
중립권은 다시 대류권(對流圏) 성층권(成層圈) 중간권(中間圏)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 데, 오늘날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인 지구의 온난화와 오존의 감소는 모두 이 중립권의 변화에 관련된 것이다. 대류권의 계면(界面)은 적도에서 극쪽으로 낮아지나 대략 12㎞ 상공에 있으며, 성층권의 계면은 대략 47㎞ 상공에 있다. 중립권의 공기는 쉬지않고 움직이는데, 이 운동을 흔히 바람이라 부른다. 바람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것이 보통이지만, 비교적 성층권의 바람이 대류권의 바람보다 큰 계절 변화를 보인다.
성층권의 바람은 겨울철에는 서풍, 여름철에는 비교적 약한 동풍이다. 이 가운데 겨울철 극지방에 발달한 강한 서풍대를 극야(極夜)제트(polar night jet)라 부른다. 이 제트기류는 지구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도는 거대한 편서풍 소용돌이인데, 그 세기가 가장 강할 때에 2백 m/s를 넘어선다.
대류권의 바람도 곳에 따라 계절 변화를 보이긴 하지만, 성층권 바람에 비해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표 부근에서 보면 열대에 동풍, 중위도 지방에 서풍, 그리고 극지방에 다시 미약한 동풍이 있다. 상층으로 올라가면 대체로 서풍이 우세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아열대 상공 대류권 계면에 중심 세기가 50m/s에 이르는 강한 서풍대가 나타난다. 이를 아열대제트라 부른다. 이 제트기류는 다소 약해지긴 하지만 여름철에도 있으며, 겨울철에는 극야제트와 함께 자전축 주위로 회전하는 도넛 모양의 소용돌이를 이룬다.
제트기류는 태잉복사와 지구복사 사이의 열수지(熱收支) 관계로 열이 남는 저위도에서 열이 모자라는 고위도로 열을 효율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중립권이 취하는 운동 모습이다. 태양의 계절 변화와 이에 따른 열수송의 욕구 변화를 생각하면, 제트기류가 왜 여름철에 성층권에서 사라지거나 대류권에서 약해지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제트기류는 지구 표면과 대기의 열수지에 따른 운동 모습으로서 수동적 측면을 가지지만, 사실 이 기류는 때때로 열수지 자체를 제어하며 심지어 이 수지를 결정하는 기구로까지 이해될 정도로 능동적인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장마전선과 일심동체
항상 존재하는 아열대제트의 미세한(?) 변화는 열수지 욕구의 결과일 수도 있고, 제트기류 자체의 역학적 불안정성(흔히 경압 불안정이라 함)의 결과일 수도 있다. 미세하지만 이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날씨 변화를 수반한다. 여름철 장마는 소위 장마전선과 더불어 오고 간다. 이 전선은 복잡한 지형 때문에 매끈하게 생긴 제트기류 보다는 다소 복잡한 모습을 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트기류와 일심동체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제트기류의 흐름을 분석해 장마의 앞날을 결정하는 기상예보법이 중요한 방법으로 등장하게 됐다. 사실 제트기류는 전선들뿐만 아니라 이들이 갈라놓고 있는 기단(氣團)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날씨는 겨울철 추위, 봄철 가뭄, 여름철 장마 그리고 높고 맑은 가을하늘이라는 계절적 특성과 그 미세한 변동으로 대표 된다. 이 모든 특징들은 제트기류의 능동적 변화가 몰고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철 추위는 바이칼호 부근에 중심을 두고 발달한 시베리아 고기압으로부터 불어온 건조하고 찬 바람 때문이다. 이 고기압의 높이는 2~3㎞에 불과하고 그 상층에는 거대한 저기압이 지상 고기압의 동북쪽에 위치하며 제트기류는 다시 그 상공에서 동남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 상층 저기압으로 들어 온 무겁고 건조한 공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제트기류를 타고 동남쪽으로 이동하다가 차갑게 식은 광활한 지표면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 공기는 다시 지상 고기압에서 발산하는 찬 공기가 된다. 봄철 가뭄은 겨울철 가뭄의 연장에 불과하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때라서 비가 더욱 절실하게 기다려지기 때문에 느껴지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사실 봄에는 겨울보다 더 많고 더 자주 비가 내린다. 차츰 더워진 지표면 위로 그전처럼 제트기류의 하강이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시베리아 고기압은 덜 발달하고 또 발달했다 하더라도 곧 약화되곤 하기 때문에, 날씨는 보다 가변적으로 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저위도로 갔던 제트기류의 축이 다시 북상하는데, 이 때 대륙보다는 해양에서의 북상이 더 빨라 여름철 제트기류는 대체로 남서풍이 된다. 이것이 우리 나라 부근에서 하강하면 불볕 더위가 초래된다. 장마는 제트기류의 축이 북상하는 도중에 우리 나라 부근에서 약 한달 동안 지연될 때 함께 전선이 우리나라에 동서로 걸쳐지면서 강수가 자주, 그리고 오래 계속되는 현상이다.
서울-LA 항로를 두시간 단축
오늘날 많은 기상학자들은 고기압과 저기압들이 제트기류의 경압 불안정에 따른 요동(搖動)으로 생긴다고 믿는다. 이처럼 날씨와 제트기류의 연관성이 큰 만큼 기상이변이나 이상기상에 관한 제트기류의 관련설이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겨울에 치른 걸프전에서 수 많은 유전의 폭파로 상당량의 검댕과 이산화탄소가 중립권으로 특히 대류권으로 투입됐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라는 포괄적 질문을 받는다. 걸프전 중에 제트기류는 대체로 쿠웨이트 상공에 있었는데, 검댕의 평균 상승 고도가 4㎞인 점으로 보아 제트기류의 평균 고도인 12㎞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검댕이 태양 복사를 흡수하고 지구 복사의 공간 방출을 격감시킨다는 가정 아래 기온이 상승한다고 보아, 제트기류의 축은 다소 북상하고 걸프만 지역의 봄은 더 빨리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중동지역 제트기류에 연계된 극동지역 제트기류도 예년 보다 빠르게 북상하여 우리나라의 여름은 더 빨리 오겠다고 예견됐다. 한편 편서기류가 직접 수송할 검댕이 히말라야에 투하되어 눈을 덮으면 태양열 과다흡수로 히말라야 지역은 예년보다 심한 눈사태가 예상된다. 이 모든 예상은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진위가 판가름 날 것이다.
제트기류의 영향은 날씨 이외에 비행기의 운항에도 중요하다. 원래 제트기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29편대가 사이판섬으로 폭격을 가던중 고도 10㎞ 상공에 강풍대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됨으로써 그 존재가 드러났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경우 제트기류에 인접한 항로를 택했을 때 서울과 로스앤젤레스 사이에는 편도로 두시간정도 빨리 날아 간다. 그렇지만 제트기류의 중심부에는 난기류가 흐르고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또한 핵폭발실험으로 생긴 방사능물질 이 제트기류를 따라 멀리까지 운반되는 경우도 있다. 위성의 발사 및 궤도 진입에도 제트기류의 효과는 매우 세밀하게 계산되어야 한다.
화성에서도 발견
최근 우주 탐사의 결과로 제트기류는 지구 대기 뿐만 아니라 태양계 안의 다른 행성 대기에서도 발견됐다. 목성 대기의 위성 촬영 사진을 보면 지구의 중립권에 두 개의 제트기류가 존재하는데 비하여 훨씬 많은 제트기류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백여년 동안 그 모습과 위치를 유지해 오고 있는 대홍반(大紅班)도 실은 제트기류의 섭동(攝動) 반응이 만든 구조로 보인다. 화성과 금성 그리고 토성의 대기에서도 지구 대기의 제트기류나 목성 대기의 그것에 비슷한 운동 모습들이 발견됐다.
세계 각국의 유체역학 실험실에서도 제트기류의 모형들이 만들어져 학문적 흥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트해류라 불릴 만큼 강력한 흐름이 대기나 실험실에서 뿐만 아니라 해양에서 발견됐다. 남극대륙 주위를 동쪽으로 흐르는 환남극류와 태평양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흐르는 적도잠류(潛流)가 있다. 이렇게 보면 제트흐름이란 제한된 국지 현상이라기보다는 열전달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한 하나의 보편적 운동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섭동(攝動, perturbation)
천체의 궤도에 교란을 미치게 하는 인력. 행성의 궤도는 태양의 인력만을 생각하면 타원이 되지만 실제 다른 행성의 힘도 작용하고 있으므로 정확한 타원이 되지 않는다. 이때 이 힘을 섭동력이라 부른다. 인공위성의 궤도도 지구 적도부의 부풀음과 대기저항, 달과 태양의 인력 등에 의한 섭동을 받고 있다.
대기권의 온도
지표와 맞닪아 있는 대류권에서는 1km 상승할때마다 5~6℃씩 기온이 하강한다. 고도 20km를 넘어 성층권에 진입하면 반대로 기온은 상승한다. 이곳에 위치한 오존층이 태양으로부터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고도 50km에서 3℃ 정도로 극대에 달한 기온은 중간층에 들어서면서 다시 하강한다. 고도 80km에서 -93℃로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한다. 대기의 온도는 열권에 들어서면서 다시 상승해 고도 3백km 지점에서는 8백~9백℃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