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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완료, 장기확보가 문제

국내의술, 어디까지 왔나

조직형 검사의 고도화, 면역억제제 기능향상 등을 기반으로 많은 국내 의료진들이 비공개적인 동물실험을 통해 이식수술의 기술을 확보했지만 뇌사인정 등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는 이식수술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월 19일 인제대의대 서울 백병원에서는 국내 두번째의 간이식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는 말기간경변을 동반한 간암을 앓고있던 30대의 남자. 그에게 간을 준사람은 보름전 교통사고를 당해 상계백병원에 입원해있던 20대의 남자로 뇌사판정을 받은 지 4일만에 가족이 동의해 간을 기증하게 된 것이다.

8시간에 걸친 수술이 성공리에 끝났다는 보도가 있자 곧 여론은 두가지 쟁점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우선은 지난 88년에 이어 간이식이 다시 한번 실행됨으로써 장기이식으로 간암 등의 불치병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은 장기이식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뇌사(腦死)인정문제와 맞물릴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은 간이나 심장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일은 뇌사가 법률적으로도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살인행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장이식 비약적으로 늘어나

69년 가톨릭의대 부속 성모병원팀이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수술에 성공한 이래 88년 3월에는 월슨씨병에 걸린 14세 소녀가 서울대병원 김수태박사팀의 집도로 뇌사소년의 간을 이식받았고 같은해 부천 세종병원 송명근박사팀이 경찰의 폭행으로 숨진 명노열군의 심장 중 대혈관과 판막을 다른 사람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보다 앞서 83년에는 장기라기보다는 세포단위의 이식이긴 하지만 성모병원 김동집박사팀이 첫 골수이식 수술을 해 백혈병에 걸린 20대 선원을 살렸다. 반면 89년에 국내 처음으로 시도됐던 췌장이식은 수술 8일만에 거부반응으로 인해 이식했던 장기를 떼어내는 실패를 겪어야 했다. 췌장을 제외한 다른 장기의 최초이식자들은 모두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심장과 간 췌장 등의 이식수술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실정법상의 문제로 아직 실험적인 케이스에 그치는 반면 신장의 경우는 지난 79년 이래 수술건 뿐만 아니라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시행 첫해인 69년부터 78년까지의 총 수술건수가 81건에 그치는 데 비해 84년까지는 4백30건, 84년 이후는 해마다 전년 대비해 1백% 가까운 신장세를 보여준다. 수술시행병원도 늘어나 최근 신장이식수술을 행하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27개소에 이른다.

비약적 신장세의 전환점이 되는 해를 살펴보자. 78년은 부분의료보험이 적용된 해고 84년은 새로운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 국내에 도입된 해다. 즉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신장기능이 모두 망가져 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경제적 부담과 수술후 거부반응의 위험이 격감되는 계기가 주어진 시점인 것이다.

수술사례가 2, 3건에 불과한 간 심장 등의 경우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지만 인체수술의 전단계인 동물실험(주로 개를 이용)의 성적은 외국 것보다 낫다는 게 이식수술준비팀의 설명이다 수술기술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골수이식의 경우 90년 이식사례 1백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골수이식 성공사례들과 견주어 환자의 생존연한이나 수술성공률이 낮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으며 구미지역의 동포들이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아오기도 한다.

각각의 장기들이 서로 이식되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술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한가지 열쇠만은 같다. 바로 이식후의 거부반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

1950년대에 세계최초로 신장이식을 시작할 무렵만해도 거부반응에 대한 현대의학의 이해도는 대단히 낮았다. 거부반응이란 간단히 말해 항원항체반응(antigen antibody reaction)의 일종. 즉 몸안에 세균 등 자기와 다른 이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인식해서 공격하는 인체의 면역기능이 그대로 발휘돼 장기이식을 통해 원래의 자기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이 들어왔을 패 기존의 면역계가 새로 들어온 낯선 조직을 공격해대는 것이다. 이 거부반응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애당초 서로 닮은 '얼굴'(조직형)의 장기로 바꿔주거나 아니면 이식조직을 알아채고 공격해대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둔화시키는 것이 있다.

ABO식 혈액형을 통해서 서로 수혈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리듯이 장기를 이식할 때도 지부반응을 좌우하는 지표가 있다. 흔히 조직형이라 불리는 이 지표는 정확히 말하면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단백질로 이식받은 쪽이 이식돼온 장기의 MHC를 세균과 같은 이물질, 즉 항원(antigen)으로 판단하게 되면 면역체계가 작동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상인은 자신의 골수를 이식해줘도 8일이면 원래 신체상태로 회복된다. 사진은 제공자의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모습
 

조직적합성확인이 거부반응 예방

사람의 혈액형을 ABO로 구분할 수 있게 한 항원이 적혈구에 있는 것이라면 인체의 조직형을 구분짓는 항원, 즉 MHC는 적혈구외의 체세포 전체에 퍼져있다. 맨 처음 발견된 것이 백혈구에서였으므로 HLA(Human leucocyte Antigen)로 불리는데 ABO형보다는 훨씬 복잡해 유전자의 위치(locus)에 따라 HLA 1군과 HLA 2군으로 크게 구분되며 그 하위에 많은 표현형을 갖는다.

(표1)은 첫 발견이후 현재까지 밝혀진 HLA의 표현형을 열거한 것으로 각 인체는 이것의 고유한 조합을 갖고 있어 장기를 이식할 때도 제공자(donor)와 수혜자(recipient)의 HLA타입을 비교해 이식가능여부를 결정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병원에서의 HLA타입 검사는 1군인 HLA-A, B, C, 2군인 DR 군중 10가지 정도의 표현형을 드러내는 것으로 어느 부위를 이식할 것인가에 따라 HLA 타입의 일치도가 얼마나 높아야 하는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골수의 경우에는 세포의 어머니격인 간세포(stem cell)를 만들어내므로 극도의 일치성이 요구돼 밝혀진 조직형의 전부가 다 같거나 하나 정도만 달라야하지만 상대적으로 거부반응이 적은 간의 경우는 일치도가 그보다 떨어져도 수술 후 용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장도 간과 비슷한 정도의 민감성을 가지며 신장은 이보다 높은 일치도가 요구된다.

한편 서로 꼭 맞는 얼굴의 장기를 찾지 못하거나 그랬다해도 일어날 수 있는 수술 이후의 거부반응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면역억제제를 써서 면역세포를 둔화시키는 것이다.

사이클로스포린 이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제제는 FK 506. 면역억제제 개발의 방향은 보다 적은 양으로 원하는 특정 부위의 면역기능만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외에도 방사선을 쬐어 면역세포를 약화시키거나 '침입자'를 인식하고 면역계에 공격지시를 내리는 전령격인 T세포를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수술전에 사용하기도 한다.

일단 HLA 타입이 맞고 서로의 장기 크기가 비슷하면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한 곧 이식수술에 돌입하게 된다. 수술상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환자의 출혈을 방지하면서 기존의 조직을 떼내고 새 조직을 잇는가에 있다. 장기가 혈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을 뿐만 아니라 대사(代謝)를 위해 다른 기관과 인결돼있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만약 혈관을 자른 뒤 이식장기의 것이 제대로 결합되지 못하면 혈액이 흘러들어갈 수가 없다. 특히 현재의 장기이식 중에서는 간이식이 연결부위에 미세혈관이 많고 담도 등 타기관과의 연결도 많아 가장 섬세한 기술을 요한다.

수술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적정량 투입해 거부반응을 막는데 면역억제제는 단순히 이식된 장기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 부위에 영향을 미치므로 인체의 다른 항원에 대한 저항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체력이 어느 정도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합병증에 유의해야 한다. 간이나 신장 심장을 이식한 경우는 죽는 날까지 적정량의 면역억제제를 먹고 정기적인 점진을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장기를 확보해야

장기이식전문의들은 누구나 수술성공의 실제요건으로 '적시(適時)'를 꼽는다. 인체장기는 혈액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파괴되므로 세포파괴가 급속히 진행되기 전의 장기가 아니면 아무리 제공의사가 있다해도 이식은 불가능하다는 것.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이식수술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속도로 수술을 진행한다해도 환자가 숨을 거둔 상태에서는 장기파괴속도가 현저히 빨라진다. 더구나 심장이 멈추기 전에 이미 혈압이 떨어져 산소공급이 원할치 못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조직이 죽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이식을 위해 뇌사가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후,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만 간이나 신장 등은 이린 경우 적절한 이식수술시간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뇌사란 규정은 사실 인공호흡기가 도입되면서 제기된 개념이다. 인공호흡기 등 현대식 생명유지장치의 출현이전에는 뇌사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사실 불가능했기 때문 우리나라에서 법률적으로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는 심장사와는 달리 뇌사는 뇌의 전 기능이 죽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뇌사와 심폐사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 보다는 상호적인 것이다. 뇌와 심장의 관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호흡운동의 중추인 뇌간이 파괴되면 일정시간(최대 1시간 추정)은 심장의 맘대로근이 자동적으로 움직여 박동하지만 회생불능으로 결국 숨이 멎고만다. 반대로 심장의 원활한 동작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 역시 인체 장기 중에서 가장 먼저 파괴된다. 따라서 죽음의 구체적인 과정을 보면 심장사가 뇌사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뇌사가 심장사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뇌사의 경우는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의 도움으로 길게는 10일까지 호흡을 연장할 수 있지만 회생은 불가능하다. 이 불가역(irreversible)의 상태가 뇌사와 식물인간을 확연히 구분한다. 즉 식물인간은 뇌간 등 뇌의 일부가 살아있어 호흡이나 반사 등을 나타내며 드물기는 하지만 상태가 극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뇌사의 상태에서는 전혀 나아진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뇌사상태가 비록 살아있는 인체로서 기능은 다 못하지만 인공호흡기를 통해서나마 호흡이 계속되기 때문에 장기는 심장사의 경우보다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다. 장기이식을 원하는 의료진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서 뇌사인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뇌사는 결코 장기이식의 수단으로 생각될 것이 아니다. 지난 89년 대한의학협회에서 구성했던 뇌사특위위원회의 일원인 이영균박사(부천 세종병원·흉부외과)는 "장기이식은 뇌사가 인정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하나지 그를 위해 뇌사를 인정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생각이다. 뇌사는 의료기기의 개발로 이미 생명현상이 끝난 사람을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희망을 갖게 해 당사자는 물론 특히 그 가족들이 더 많은 심신의 고통을 겪는 일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호흡기 등 응급구호시설이 작은 병원에까지 설치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사망자 중 뇌사자가 어느 정도인지 통계치를 낼 수 없지만 영국과 일본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약 1%가 뇌사자라는 보고서가 나와있다. 뇌사로 판정하기 위해서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무호흡검사(인공호흡기를 10분간 뗀다)와 뇌간반사·뇌파검사 등을 반복적으로(6시간 간격으로 2회) 시행한다. 지난 90년 대한의협이 제안한 뇌사판정기준은 타국에 비해 보수적인 것이라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비뇌사자를 뇌사로 보는 오진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의료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뇌사자 모두가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사상태에 이르기 전에 이미 다른 장기도 파손당했을 수 있고 AIDS 암 등 본인이 갖고 있는 다른 질환으로 장기를 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교통사고 사형 등으로 건강한 사람이 급작히 죽었거나 뇌종양이 악화된 정도가 장기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
 

골수이식은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등 불치병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된다. 그러나 그 효과는 병 발생 초기에 치료할수록, 또 환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45세 이상의 환자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수술을 피한다. 사진은 급성백혈병세포
 

비근친간 기증 늘어나야

골수이식수술전문의인 성모병원의 김동집박사는 작년 가을 주한 미대사관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시카고의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어린이가 백혈병에 걸렸는데 미국내에는 이 어린이와 조직형이 맞는 사람이 없으니 한국에서 HLA타입이 같은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봐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성모병원측이 보관하고 있던 HLA타입에서도 이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 없어 이식은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는 HLA타입을 저장해놓는 골수은행설립 운동이 시작됐다.

장기이식이 성사되는데 가장 큰 벽은 말할 것도 없이 장기의 확보문제. 현재 우리 실정으로는 뇌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심장이나 간 췌장 등은 아예 이식할 수 없지만 모든 장기가 뇌사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이나 골수는 장기 제공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않고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장이식전문의인 연세대의대 박기일교수는 "신장기능은 25%만 살아있으면 인체에 해가 없다. 따라서 한쪽을 떼어낸다해도 50%가 남아있어 별문제가 없으며 게다가 신장은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지 않고 나빠지게 되면 양쪽이 함께 나빠지므로 한쪽을 떼어줬다해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골수의 경우도 정상인이 일정정도의 골수를 준다해도 8일이면 제공자가 원래 상태로 회복되므로 이식을 위해 마취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건강을 근심할 필요가 없다. 사후 기증이기는 하지만 각막의 경우는 거부반응문제가 더 미미하기 때문에 제공자만 있으면 수술성공률은 95%에 이른다.

한편 간의 경우 부모 간의 일부를 어린 자녀에게 주는 부분 생체 간이식이 모색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원래 간의 20%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이 간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의료적인 문제보다는 윤리적인 문제에 걸려 시행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의 기증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핵가족시대를 맞아 조직형이 맞는 근친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데 있다. 유전법칙상으로는 부모와는 50% 형제간에는 25%로 서로의 조직형이 일치할 확률이 있지만 가족구성이 단촐해져 근친간에 조직적합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비근친간일지라도 조직형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해야하는 골수이식의 경우 2백50명중의 1명꼴로 같은 조직형의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있고 신장의 경우도 50명의 1명꼴은 비근친일지라도 이식이 가능할만큼 조직형이 유사하다는 것이 장기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관계자들의 경험이다.

무상의 장기기증이 좀 더 많아지면 장기이식확대가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로 지목되는 장기 매매문제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장 1개당 ○천만원'이라는 매매 가격이 공공연히 얘기될 만큼 법망을 피한 장기매매가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뇌사마저 인정한다면 인신매매 대신 장기매매가 인명을 유린하지 않겠는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해 서울대의대 황상익교수(생리학)는 "헌혈이 활발해지면서 병원에서 피를 사들여 모을 필요가 없어져 매혈(賣血)이 사라졌듯이 현재의 장기매매도 기증을 늘여 매매의 필요성을 줄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원하는 사람은 많고 제공될 장기는 부족한 상태에서는 어떤 사람에게 장기를 줄 것인가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유럽장기이식본부(Eurotransplant)는 자신들의 컴퓨터망에 입력된 환자들을 병세진전정도와 수술받을 수 있는 신체여건 여하에 따라 ABC급으로 분류한다. 우리의 경우 이런 종류의 수혜자 선정기준은 아직 있을 수 없고 다만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대표 박진탁목사)에서 신장 수혜자로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이 있어도 건강상 이유로 줄 수 없는 사람 ▲ 수술 후 사회복귀가 가능한 사람 등의 기준을 적용해 수혜자를 선정하고 있다.
장기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막대한 수술비용도 큰 짐이 된다. 입원에서 퇴원까지 본인부담 20%인 신장의 경우를 제외하고 전혀 의료보험의 혜택을 입을 수 없어 가난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인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생명. 그 생명의 치유될 수 없는 병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생명에 빚을 져야하는 장기이식문제는 결코 의료기술차원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정의와 정확한 판정, 장기기증의 확대와 매매근절등은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공동의 과제인 것이다.
 

(표1) HLA의 표현형^최근까지 밝혀진 HLA의 표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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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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