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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도전하는 컴퓨터바둑 세계수준은 아마8급 정도

국내에도 오는 6월에 컴퓨터 바둑대회가 열린다.

컴퓨터가 바둑을 둔다. 전자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사활묘수풀이나 오목(五目)게임이 아닌 정식으로 수(手)를 통해 인간과 대결한다.

최근 조훈현 9단으로부터 최고위(最高位)타이틀을 따낸 '바둑신동' 이창호 4단이 컴퓨터와 바둑을 둔다면 누가 이길까.

물론 아직까지는 이창호가 월등하게 강하다. 아홉점을 깔더라도 프로기사가 일방적으로 컴퓨터를 눌러버릴 것이다. 현재 컴퓨터 세계챔피언의 수준이 아마 8급 정도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컴퓨터의 바둑실력은 매년 2~3급씩 향상되고 있다. 언젠가는 인간을 능가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정석(定石)의 정확한 암기나 완벽한 수읽기를 통해 인간의 허점을 교묘하게 찔러올 가능성도 크다.

이번 6월에는 국내에도 처음으로 컴퓨터바둑대회가 열린다. 개최일시는 6월 24일, 장소는 한국기원이다. 주최는 (주)상운이 맡고 전자신문과 정보문화센터가 후원한다
 

화면상의 커서를 착수(着手)를 결정한다.컴퓨터가 백(白) 인간이 흑(黑)
 

대만에서 시작

컴퓨터바둑이란 바둑의 한수 한수를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하는 것으로 인간이 수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해 다음 수를 화면상에 표시해 준다. 쉽게 말해서 인간 대신에 컴퓨터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컴퓨터바둑대회는 컴퓨터끼리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게임인데, 컴퓨터를 양옆에 두고 중간에 바둑판을 설치해서 인간이 컴퓨터가 두는 수를 중계하는 방식을 취한다. 게임룰(rule)은 보통 바둑과 동일하고 시간제한 역시 엄격하게 적용된다.

컴퓨터바둑의 원산지는 대만이다. 지난해 조훈현 9단이 '응창기(應昌期)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이 응창기씨가 컴퓨터바둑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만에서는 85년 세계최초로 컴퓨터바둑대회가 열렸는데, 응창기씨가 마련한 '응창기기금'과 대만 최대의 컴퓨터메이커 '에이서'가 앞장서서 상금을 걸어 대회가 성사됐다. 첫 대회에서 대만국립대학 학생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우승했는데, 이어 벌어진 인간-컴퓨터 게임에서는 아마 5급과 9급의 어린이(8세)들에게 컴퓨터가 여지없이 참패당해 버렸다. 그러나 그후 컴퓨터는 매년 실력이 2~3급씩 향상되어 88년의 경우 8급정도 수준의 컴퓨터프로그램이 우승했다고 한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이 세계대회에는 일본과 유럽 북미 쪽에서도 컴퓨터선수들이 참가한다. 일본도 아직 세계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무시못할 저력을 갖고있어 조만간 컴퓨터 고수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한다.

응창기씨는 세계컴퓨터바둑대회의 우승상금 20만대만달러(5백만원)외에 컴퓨터가 인간과 대결하여 프로기사에게 정선(定先)으로 이기는 경우 2천만대만달러, 호선(互先)으로 이기는 경우 4천만대만달러를 별도의 상금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

'고수' '쾌남' '제비' '귀와 변' '은하수' '푸른 들' '맥'….

이번 국내 컴퓨터바둑대회에 참가할 컴퓨터선수들의 명단이다. 현재 컴퓨터 바둑대회 운영본부(본부장 금문호)에 참가신청을 낸 선수는 33개팀. 이미 지난해 12월에 신청접수를 마감했는데 이들 팀에게는 6개월동안 프로그램개발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동안 비장의 프로그램을 통해 남보다 실력이 나은 컴퓨터 바둑선수를 양성하는 것이다. 참가신청은 개인 또는 단체, 어느 쪽으로도 가능한데 대학생으로부터 과학기술원생 전자통신연구소의 연구원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교수들, 기업의 프로그래머들 등등 참가계층은 다양하다. 컴퓨터학원 원장과 기원의 바둑사범이 합작하여 컴퓨터선수를 만드는 특이한 경우도 있다.

바둑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은 최신의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인 인공지능이론이 주로 적용된다. 바둑의 칸이 19x19(3백61)에 불과하지만 그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역사상 이제까지 두어진 어떤 바둑도 똑같은 내용이 있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바둑수는 복잡하다.

컴퓨터프로그램은 가능하면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에 가장 가깝게 컴퓨터의 논리구조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이와함께 정석의 변화나 고수들의 기보(棋譜), 끝내기 계산방식 등을 미리 컴퓨터사전 속에 입력시켜 컴퓨터의 인간보다 빠른 암기와 계산능력을 활용한다. 요컨대 컴퓨터가 '직관'과 '경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우수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다. 계산속도나 기억 용량의 한계를 지닌 퍼스널 컴퓨터로 개발한 프로그램만이 참가자격이 인정된다. 단지 주최측이 제공하는 시스템외에 본인의 퍼스널 컴퓨터로 참가하는 것은 승인된다. 그러나 주최측의 예상에 따르면 참가신청을 한 33팀 가운데 실제 대회 당일날까지 프로그램을 완성할 팀은 별로 많지않을 것이라고 한다. 바둑과 소프트웨어, 특히 첨단기술인 인공지능기술을 완벽하게 조화하기란 아마추어 수준으로서는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참가신청을 낸 시스템공학센터 신동필 박사(인공지능연구부)는 "업무외에 과외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므로 마감시간에 몰리고있다. 아직 국내 수준은 12급 이하의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개발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본격적으로 2~3개월 개발할 시간만 충분히 준다면 세계적인 수준을 능가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낼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이번 컴퓨터바둑대회에는 1, 2, 3등외에 그래픽상 최연소프로그래머상 등이 별도로 수여된다. 또 우승팀은 11월에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파견돼 외국 컴퓨터선수들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컴퓨터끼리 바둑을 둘 때는 인간이 중계한다.
 

변칙에 약하다

최근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바둑프로그램 '네메시스'(Nemesis, 10급수준)와 인간이 바둑을 두는 장면 하나.

백을 잡은 컴퓨터선수는 포석단계에서는 기억된 대로 판을 차분하게 짜나간다. 중반에 이르러 싸움이 시작되면 컴퓨터선수는 행마에는 빈틈이 없지만 수읽기와 변칙수법에는 형편없이 약해진다. 중반전이 끝나갈 무렵 도처에 패잔병이 늘려있는 컴퓨터바둑선수는 마침내 'May I resign?'(포기해도 될까요?)하고 물어온다.

이 프로그램은 접바둑과 집계산 복기 기보기억 등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 해도 컴퓨터가 조훈현 9단을 이기는 힘이 부칠 것같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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