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을 직접 땅에 묻는 폐기물 직매립은 가장 직관적인 폐기물 처리법이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몇 가지 있다. 아무래도 넓은 면적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연과 닿아 있다 보니 유해물질 배출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또 폐기물 분해를 미생물 등의 자연적 요인에 맡겨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넓은 면적의 토지를 장기간 이용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소각 방식이 꼽힌다.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방식이 바로 소각 뒤 남은 재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폐기물 소각시설의 장점은 고온의 소각로에서 폐기물을 빠르게 분해하는 ‘통제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유해물질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소각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매립지보다 더 적다는 것도 이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매립보다는 소각을 폐기물 처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5월 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폐기물 소각시설인 하남 유니온파크를 방문했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국내 최초로 폐기물 소각시설을 비롯해 하수처리시설, 음식물처리시설, 재활용시설을 모두 지하에 설치한 환경기초시설이다. 지상에는 잔디광장, 어린이 물놀이 시설 등이 있다. 소각시설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유니온타워는 전망대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유니온파크 지하 4층으로 내려가자 평온한 지상과 사뭇 다른 분주한 풍경이 펼쳐졌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은 모두 땅속 25m 깊이에 설치돼 있다. 대형 폐기물 파쇄기를 거쳐 크기가 균일해진 폐기물은 소각로로 들어가 900~950℃ 온도에서 연소한다. 임태순 하남 유니온타워 환경기초시설 공무과장은 “소각로는 24시간 가동하며 생활폐기물을 시간당 2t씩 소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소각시설에서 활용하거나 음식물 자원화 시설의 건조, 건축설비의 냉난방, 그리고 열병합발전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일반폐기물은 850℃ 이상, 지정폐기물은 1100℃ 이상의 고온에서 소각해야 한다. 구재회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은 ‘잘 태우면 분해돼 사라지는 물질’과 ‘잘 태워도 남는 물질’로 나뉜다”며 “태워서 분해할 수 있는 유해물질은 소각로에서 완전히 분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옥신, 일산화탄소와 같은 탄소화합물은 ‘잘 태우면 사라지는 물질’에 속한다. 이들은 완전 연소를 거쳐 이산화탄소나 물로 분해된다. 특히 소각장의 대표적 유해물질로 많이 언급되는 다이옥신의 경우 온도가 850℃ 이상인 연소실에서 공기를 충분히 공급하며 2초 이상 태우면 완전연소된다.
반면 염화수소, 황산화물과 같은 유해가스와 중금속은 ‘잘 태워도 남는 물질’로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은 추가 작업을 통해 제거한다. 염화수소와 황산화물은 습·건식 세정탑에서 흡착시키거나 약품을 이용해 제거한다. 연소 조건에 따라 배출량이 변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흡착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촉매환원탑에서 분해한다. 그 외 분진이나 중금속, 타지 않고 남은 다이옥신 등은 필터를 통해 여과한다. 이렇게 가스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한 이후에야 소각탑으로 배출한다.
남은 건 소각되고 남은 재(소각재)다. 소각재는 가스에 섞여 공기 중에 뜨는 비산재와 바닥으로 가라앉는 바닥재로 나뉜다. 바닥재는 보도블럭 등의 건축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산재는 온도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농축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다시 흡착할 수 있다. 따라서 비산재는 지정폐기물로 취급해 별도로 매립한다. 임 공무과장은 “폐기물이 소각 과정을 거치고 소각재가 되면 부피는 처음의 12%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무게 역시 처음의 15~20%로 감소한다.
소각재를 매립하면 매립시설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도 변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소각재에는 유기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립가스 발생량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침출수도 비가 유입되며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그 양은 현재 발생하는 침출수에 비해 현저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생한 침출수 속 유기물 농도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