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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인슈타인 해 맞아 '빛의 제전' 열린다

아인슈타인 행사 길라잡이

지난 6월1일 UN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선포했다. 이 결의로 세계 각국의 물리학계가 협력해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7대 국회는 지난 12월 2일 2005년을 물리의 해로 공식 선포하고 각종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기초과학 발전이 선진국 진입의 최우선 과제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도록 일반인이 적극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행사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동아가 올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질 아인슈타인 축전을 미리 한번 가봤다.
 

한반도 끝에서 시작되는 빛의 릴레이

올 7월부터 2006년 1월말까지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열리는 아인슈타인 전시회는 설명하기 힘든 아인슈타인의 연구를 체험 위주 전시로 쉽게 풀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기적의 해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연구물이 쏟아져 나온 1905년 당시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아인슈타인은 불과 한해 동안 광전효과와 분자 운동인 ‘브라운 운동’을 이론적으로 설명했고 ‘E=mc2’으로 유명한 특수상대성이론을 차례로 발표했다.
 

전시관은 상대성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빛과 파동·입자관’, 광속에 가까워지면 공간이 수축된다는 이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공간관’,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블랙홀을 주제로 하는 ‘우주관’으로 나뉜다.

전시회 관계자는 “직접 체험을 통해 일상생활에 나타나는 아인슈타인의 연구 업적을 조명해보고 생활 속으로 파고든 그의 이론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잘 알려진 대로 뛰어난 과학자만이 아니라 숭고한 영혼을 가진 예술가이자 박애주의자, 평화주의자임을 보여주는 그의 유품과 예술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올해로 그의 사망 50주기를 기리는 국제적인 추모 이벤트도 국내에서 열린다. ‘물리학이 세계를 밝힌다’(Physics Enlightens the World)라는 이름의 이 국제 규모의 행사는 24시간 동안 빛 신호를 지구 한바퀴 돌린다는 계획. 아인슈타인의 사망일인 4월18일 오후 마지막 숨을 거둔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시작한 빛의 릴레이는 24시간 동안 국경과 대양을 건너 지구 한바퀴를 돌아 프린스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물리학회 리피취 박사는 “전세계에 분포한 물리학자들이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정확히 빛을 받아 다음 위치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물리연구자들의 협동심 고양은 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더욱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에도 관련 조직인 국내 위원회가 구성돼 국내에서 빛의 전달 방법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동시다발적인 빛 이동에 대한 동물보호론자와 환경 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당초 이 국제 행사에 참여하려던 유럽 일부 국가들이 참가를 유보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야생 활동 시간인 밤시간에 빛을 이용하게 되면 이들 동물들에게 광공해 피해를 줄 수 있어 원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한창길 부산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그런 우려를 피하고 야생동물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수준에서 빛 릴레이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린스턴대 앞 나소(Nassau)거리에 있는 사설 아인슈타인 기념관 내부. 세계 물리의 해 각국 조직위원회는 ‘아인슈타인의 대중화’ 를 올해 주요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한편 한국물리학회와 재미한인물리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4월 21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국내에서 1905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주제로 합동학술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4월부터는 매주 전국을 순회하는 ‘대중과 함께 하는 물리 강연’ 행사가 열린다.

이밖에 포항공대 내 설립된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 등 각 지역별 전시회도 주목할 만 하다. 센터는 2월부터 포항 및 경북 일원에서 ‘상대성이론 그후 100년’이라는 주제로 대중강연회와 콘서트, 과학축전 등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아인슈타인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이론 대중화에 초점

 


레이저간섭중력파분석(LIGO)연구소 전경


각국이 운영하는 ‘물리의 해’ 사이트들은 현재 누구나 자유롭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반에 공개돼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올해 행사는 대부분 아인슈타인의 연구 업적을 일반인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인슈타인의 출생지 독일은 아예 올해를 ‘아인슈타인의 해’로 지정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시끌벅적 요란스럽지만은 않다. 3월 독일 물리학회는 아인슈타인 이후의 물리학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물리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대가의 강연이나 현대 물리의 업적, 특히 아인슈타인이 산업에 미친 영향 등이 대중 강연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베를린 주변 물리연구소들이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최근 연구성과를 공개하는 행사들도 주목할 만한 행사들 가운데 하나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적 효과와 더불어 연구실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이중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아일랜드 역시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영국 물리학회도 2005년 물리의 해를 아인슈타인의 해로 선포했다. 영국 물리학회는 올 한해 그의 빛나는 세편의 논문의 현대적 의의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영국 물리학회는 “특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지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매우 어려운 학문으로만 알려진 이유는 그의 이론이 복잡하다는 것도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일반인과의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인슈타인앳홈’(Einstein@Home)프로젝트의 공식포스터.


과학대중화를 위한 멀티미디어 진흥을 위해 지난 1996년 처음 제정된 피렐리상 위원회도 “올해는 특수상대론을 일반인들에게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작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1월부터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아인슈타인 두뇌 강좌,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업적을 소재로 한 1인극 ‘아인슈타인과 함께 한 저녁’공연 등 80여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아인슈타인이 말년을 보냈던 미국에서도 풍성한 행사들이 계획되고 있다.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는 이미 지난 2002~ 2003년 아인슈타인 특별전을 연 바 있다.

우선 새해 벽두인 1월1일부터 강한 전자기장을 가진 펄사를 찾기 위한 대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에서 시작된다. 일명 ‘아인슈타인앳홈’(Einsteint@Home). 1999년부터 시작된 ‘세티앳홈’와 매우 흡사한 프로젝트다. 가정용 컴퓨터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연구자들의 레이저간섭중력파 분석을 돕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값비싼 슈퍼컴퓨터 대신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컴퓨터들을 연결해 복잡한 수식 계산에 이용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레이저간섭중력파연구(LIGO)관련 사이트에서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이 행사는 2005년1월1일부터 2005년12월31일까지 진행된다.
 

아인슈타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독특한 행사도 마련된다. 아이슈타인 사후 50년만에 그가 낸 수수께끼가 그의 사망일인 4월18일 일반에 공개된다.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퍼즐을 푸는 학생들에게는 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그밖에 미국 전역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업적과 삶을 그린 만화 포스터 공모전이 함께 열린다.

이들 행사는 오는 1월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물리의 해’ 공식 출범행사를 전후해 시작된다.
 

물리의 해 한국 행사조직위원회 위원장 김제완 서울대 명예교수
“일반인도 흥미 가질 행사로 기억될 것”


김제완 서울대 명예 교수는 새해 벽두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빠졌다. ‘세계 물리의 해’ 한국조직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국내외에서 벌어질 행사들을 하나하나 직접 챙겨야만 한다. 김 교수를 만나 올해 행사 얘기를 들어봤다.

 

‘물리의 해’행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4년전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모인 한 자리에서 2005년을 물리의 해로 기념하자는 제안이 처음 나왔다. 20세기 현대 과학에 큰 영향을 끼진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논문이 4편이나 발표된 1905년을 기리자는 뜻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아인슈타인이 사망한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이런 입장이 유엔에 전달됐고 지난 6월 유엔 공식 행사로 인정받았다.

어떤 행사들이 열리나. 대표적인 행사 몇가지를 소개해달라

우선 지구 둘레를 빛으로 감싸는‘물리학이 세계를 밝힌다’행사를 꼽을 수 있다.
총 1만개의 참가조직이 정해진 시간에 서쪽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쏠 예정이다.
그 빛은 지구 한바퀴를 돌아 24시간 뒤에 정확히 출발지인 프린스턴으로 돌아오게 된다. 2005명의 과학 영재들을 각국에서 선발해
물리 대사로 임명하는 것도 국제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다.

한국에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고 있나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행사 외에도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아인슈타인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어려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체험 위주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국가를 위한 물리 모임, 지역별 모임을 결성해 물리학이 좀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 30여명의 국내 물리학자들이 국내외 행사 기획과 실무 준비에 결합해있다.

올해 열릴 행사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최근 이공계 진학률이 점점 더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물리분야는 더욱 그렇다. 올해 열릴 행사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이론 뿐만 아니라
물리학이 결코 재미없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우리 국민의 단 1%, 40만명 만이라도 올해 준비되는 행사에
참가한다면 대성공이라고 본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과학 관련서적을 읽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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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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