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눈이 어두운 김알버트는 지난 주말 자가용을 타고 시외에 있는 수목원을 가다 길을 잃었다. 그러나 알버트는 걱정하지 않았다. 차에 달려 있는 차량항법장치(Car Navigation)를 켜자 부근 지도와 자신의 위치가 바로 떴다. 수목원으로 가는 지름길까지 나왔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알버트는 이렇게 외쳤다. “고마워, 아인슈타인”.
GPS에 이용된 상대성이론
갑자기 웬 아인슈타인? 차량항법장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것이다. 이 장치를 아인슈타인이 만들었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 이용되는 GPS 인공위성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이용된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의 업적이 스며들어 있다.
GPS를 이용한 제품은 셀 수 없이 많다. 휴대전화의 인기 서비스인 ‘친구 찾기’나 ‘위치 추적’서비스 모두 GPS를 이용한다. 노트북PC와 개인휴대단말기(PDA)도 마찬가지다. 요즘 많은 차량에 GPS를 이용한 차량항법장치가 달려 있다. GPS를 이용해 과속탐지기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운전자들에게 인기다. 자동차가 있는 지점을 위성이 추적해 가까이 있는 과속탐지기를 알려주는 것이다.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비행기, 선박 등은 GPS를 이용해 항로를 정하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보여줬듯 미사일이 목표 건물에 정확히 명중하는 것도 GPS를 이용해 미사일을 원격조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리를 건설할 때도 GPS를 이용한다. GPS를 이용해 강 건너편 다리가 연결될 지점에 정확히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 다리일수록 GPS는 꼭 필요하다.
GPS속에 들어 있는 아인슈타인을 찾아보자. GPS 정보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24개의 GPS위성이 알려준다. 이 위성은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시계를 갖고 있는데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이 시계가 지구 위에 있는 시계와 정확히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위성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높이 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위성은 시속 1만4000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위성은 다르다. 미국 워싱턴대 클리포드 윌 교수에 따르면 위성에서는 하루에 7밀리초(1ms=1000분의 1초)씩 시간이 느려진다.
더 큰 문제는 중력이다. 위성은 지표면에서 2만km 높이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력이 표면의 1/4에 불과하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간다(실제로는 외부 관찰자가 볼 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위성 시계가 지표면보다 더 빨리 가서 하루에 45ms나 더 빨라진다. 2가지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위성에 있는 원자시계는 지표면보다 38ms나 빨리 가게 된다.
따라서 GPS 위성은 매일매일 이 정도의 오차를 보정해야 지구 위에 있는 시계와 똑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상생활과는 상관없을 듯한 상대성이론이 사실은 매우 가까이 있는 셈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밀 애쉬비 교수는 “1970년대 군사용 GPS위성을 처음 띄웠을 때 상대성이론 효과가 나타난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첨예하게 나뉘었다”며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근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위성을 띄운 지 얼마 안돼 아인슈타인이 옳은 것으로 판명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목원에 도착한 알버트는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꺼냈다. 알버트가 다시 한번 “고마워, 아인슈타인”을 외치는 순간이다.
광전효과 이용한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안에도 아인슈타인이 들어 있을까. 그렇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 효과’를 발견해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광전 효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광전 효과는 빛 알갱이 즉 광자가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튕겨 나가는 현상이다. 디지털 카메라 안에는 전하결합소자(CCD)라는 부품이 들어 있다. 이 부품은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종의 광(빛)센서다. CCD는 네모난 판처럼 되어 있고, 그 위에 수많은 광센서가 화소 수만큼 붙어 있다. 400만 화소라면 400만 개의 광센서가 CCD에 붙어 있다.
각각의 광센서 앞에는 컬러 필터가 붙어 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녹색, 파랑 필터다. 빨강 필터는 빨간 색 빛만 통과시키고, 이 빛이 광센서에 전달된다. 이때 광센서가 빛 알갱이를 전자로, 즉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꾼다. CCD에서는 광센서가 보낸 모든 전기 신호를 모아 사진 파일을 만든다.
CCD는 디지털 캠코더, 몰래카메라, 감시카메라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홍채인식장치를 비롯해 지문이나 얼굴 인식 장치에도 CCD가 들어 있다. 태양전지도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햇빛이 태양전지판을 때리면 전자가 나와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전혀 뜻밖의 곳에 광전 효과가 숨어 있다. 바로 음주측정기다. 음주측정기에는 특별한 종류의 가스가 들어 있다. 이 가스가 알코올과 만나면 푸른 가스가 된다. 푸른 가스는 빛을 비출 때 더 높은 에너지의 전자를 내보낸다. 이 신호를 감지해 운전자가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만일 연말연시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면 한번쯤 아인슈타인이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알버트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CD를 틀었다. 그가 좋아하는 보아의 최신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는 다시 한번 외쳤다. “고마워,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이 보아의 숨겨진 아버지란 말인가. CD에 담긴 음악을 재생해주는 레이저가 아인슈타인의 작품이다. 레이저는 할인점에서 바코드를 읽을 때 뿐만 아니라 DVD플레이어 등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 들이는 곳에서 널리 쓰인다. 광통신과 홀로그래피도 레이저를 이용한다.
이밖에도 레이저의 쓰임새는 많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갔을 때 레이저 반사장치를 설치했는데, 이를 이용해 몇 cm 오차로 달까지의 거리(약 38만4000km)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또 점 빼기, 라식 수술 등은 물론 코골이, 쌍꺼풀, 주름살 제거 수술도 레이저로 한다. 이 수술에 사용하는 레이저는 ‘빛으로 된 아주 작고 날카로운 칼’이다. 칼로 피부나 조직을 자르듯이 레이저로 원하는 부위를 자른다.
아인슈타인은 레이저의 아버지
레이저를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찰스 타운스와 러시아 물리학자 니콜라이 바소프, 알렉산드르 프로호로프다. 이들이 만든 것은 당시 레이저 대신 ‘메이저’라고 불렸는데 이는 ‘마이크로파에 의해 만들어진 증폭파’란 뜻이다. 만일 이들이 빛을 이용했다면 레이저로 불렸을 것이다. 이들은 196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들이 이용한 원리는 바로 아인슈타인에서 출발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듬해인 1917년 ‘방사(Radiation)의 양자역학 이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광자가 흥분한 원자, 즉 높은 에너지의 원자를 자극하면 원자는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내놓는다는 이론으로 광자는 결국 2배로 늘어난다. 이 이론은 1924년 실험으로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 빛을 엄청나게 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레이저의 원리다.
1971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를 이용한 홀로그래피의 발명에 돌아간다. 홀로그래피도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생활속에서 홀로그래피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용카드 앞면이다. 홀로그래피는 입체영상이기 때문에 위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비자는 새 그림, 마스터스카드는 세계지도 그림이 홀로그래피로 새겨져 있다.
알버트는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그가 마지막으로 “고마워, 아인슈타인”이라고 외칠 순간이다. 날마다 쓰는 전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쓰이는 전기의 약 40%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원자력발전은 아인슈타인이 만든 공식 바로 ‘E=mc²’을 이용한 것이다.
E=${mc}^{2}$을 이용한 원자력발전
이 공식에 따르면 핵분열을 해서 물질이 분해되면 질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질량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세계2차대전 도중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핵분열을 이용해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으며 독일보다 미국이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쟁은 미국이 원자폭탄을 일본에 떨어뜨리면서 끝났다. 광복절이 8월 15일로 정해진 것도 아인슈타인의 영향이랄까.
전쟁이후 이 공식은 원자력발전을 통해 평화적으로 이용된다. 아인슈타인도 나중에 자신의 주장에 후회하며 핵폭탄 반대 운동에 나섰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가난한 제자 지랄드를 위해 냉장고를 함께 개발하고 특허를 받은 적이 있다. 이 냉장고는 현재 쓰이지 않지만 그 원리는 미래에 다시 한번 이용될 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과 지랄드는 냉매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전자기 펌프를 만들었는데 이 원리는 차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액체금속로에서 냉각제가 새지 않도록 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
또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도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이용한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 4개를 융합해 헬륨 원자 1개를 만들면서 이때 사라진 질량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수소폭탄이 바로 핵융합을 이용한 핵폭탄이다.
핵융합 발전은 원자력발전과 달리 해로운 방사능이 만들어지지 않고 연료도 무한하지만 1억℃의 높은 온도가 필요해 아직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이 바로 자연에 존재하는 핵융합 발전소다. 만일 핵융합 발전이 성공하면 아인슈타인의 영향력은 아인슈타인의 영향력은 인류가 문명을 마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
1. 내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기까지
2. 빛보다 빠른 것은 없을까?
특수상대론 쉽고, 일반상대론 어려워
3. 3·5·6월 3연타석 홈런치다
4. 디지털 카메라에 숨어 있는 아인슈타인
5. 예술과 철학을 뒤흔든 상대성 이론
6. 평범함이 비범의 열쇠
7. 아인슈타인이 가장 좋아하는 유머는?
8. 천재성 뒤의 숨은 공로자들
9. 진동하는 끈이 만물을 지배한다
10. 아인슈타인 해 맞아 '빛의 제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