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가 무한히 많은 집합에는 크기가 유한한 집합에 없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실수 전체 집합의 크기와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 집합의 크기가 같다. 모든 실수를 0과 1사이에 있는 실수와 각각 하나씩 짝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실수와 짝지을 때는 실수를 셀 수 없어도 괜찮다. 대신 함수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함수 y=tan π(x-1/2)은 0과 1사이의 실수를 모든 실수와 일대일로 짝지어 준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 집합은 전체 실수 집합의 크기와 같으므로 여전히 무한히 많은 실수를 원소로 갖고 있다. 그렇다면 0과 1 사이의 실수를 똑똑하게 덜어내면 전체 크기도 줄이고, 셀 수 있는 실수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자연수 같은 실수 집합을 찾아라
칸토어는 0보다 크거나 같고 1보다 작거나 같은 무한히 많은 실수 가운데 일부를 차례로 덜어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얻은 실수 조각의 집합을 ‘칸토어 집합’이라고 부른다.
칸토어 집합에 속한 원소는 무한히 많다. 그렇지만 이미 무한히 많은 수를 지웠다. 따라서 0과 1 사이의 모든 실수보다는 분명히 원소의 개수가 적을 것 같다. 무한집합에도 크기 차이가 있다는 건 앞서 배웠다. 어쩌면 이 집합도 조금 작은 무한집합일지 모른다.
게다가 실수가 빈틈없이 조밀했던 수직선과 달리 이 집합에는 실수가 띄엄띄엄 있다. 그래서 실수 조각을 셀 수 있고, 앞에서부터 차례로 세면 2n이라는 정확한 개수가 나온다. 실수 집합보다는 크기가 작고 원소를 셀 수도 있는, 자연수 같은 실수 집합. 무한호텔에 들어가지 못한 실수 손님은 칸토어 집합이 그런 집합일 것이라 기대했다.
‘칸토어 집합’ 셀 수 있다는 ‘착각’
그러나 칸토어 집합은 ‘실수 집합보다는 크기가 작고, 원소를 셀 수도 있는 실수 집합’이 아니었다. 수직선을 n번 자르면 실수 조각은 2n개가 남는다. 자연수 개수만큼 수직선을 자르면 자연수 집합을 뜻하는 기호 N을 써서 남은 실수 조각의 개수를 2N개라고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0과 1사이의 모든 실수의 개수를 알아보자. 0과 1사이의 모든 실수는 이진법을 써서 소수점 아래 모든 자리의 수가 0 또는 1인 수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0.5는 이진수로 0.1이다. 0.75는 이진수로 0.11이고, 1은 0.1 ˙이다.
소수점 아래 모든 자리의 수가 0 또는 1인 수는 모두 몇 개인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각 자리가 항상 0 또는 1이기 때문에 개수는 2의 거듭제곱꼴이다. 소수점 아래가 3자리인 경우 가능한 수는 23=8개다. 소수점 아래 자리가 자연수 개수만큼 있다면 2N개다. 따라서, 2N이 0과 1 사이에 있는 모든 실수의 개수다.
결론적으로 칸토어 집합의 원소, 0과 1 사이의 모든 실수, 실수 전체는 모두 개수가 2N으로 같다. 칸토어 집합은 여전히 실수만큼 많은 원소를 갖고 있고, 원소가 제 아무리 띄엄띄엄 있다고 해도 결국 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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