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힘들긴 해도 저기 벌써 사탕이 보여! 그런데 내가 망원경으로 살펴봤는데, 대장이 가려는 길보다 훨씬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더라고? 얼른 대장한테 말해줘야겠어!
개미는 빛과 비슷하게 이동합니다. 빛은 항상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경로’를 택해 움직이는데, 개미도 목표물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택하거든요. 개미가 가장 빠른 길을 찾을 수 있는 비결은 빛이 굴절하는 특성과 무척 닮았습니다.
빛은 물속에서 속도가 느려집니다. 이 때문에 물이 담긴 통에 레이저를 쏘면 공기와 물의 경계에서 레이저가 꺾이는 굴절 현상이 일어나죠. 이렇게 빛이 굴절하는 이유는 ‘페르마의 원리’ 때문입니다. 페르마의 원리란 빛이 두 지점 사이를 진행할 때, 그 주변의 무수히 많은 경로 중에서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경로를 택한다는 원리입니다.
최단 거리와 최소 시간 경로가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사람은 육지에서 달리는 속도가 빠르고 물에서 수영하는 속도가 느리므로, 구조원이 물에 빠진 사람에게 빨리 접근하려면 육지에서 뛰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하고, 물에서 수영하는 시간을 줄여야 빠르게 구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선 경로(②)가 구조원과 물에 빠진 사람 사이의 최단 경로지만 수영을 가장 적게 하는 경로(①)를 택하는 게 최단 시간에 구조하는 방법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빛은 페르마의 원리에 따라 공기에서 물로 진행할 때 그 경로가 굴절됩니다.
얀 외틀러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교수팀은 개미도 빛처럼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경로를 택한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3월 20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부드러운 펠트지와 거친 펠트지를 바닥에 깔아놓고 거친 펠트지 위에 먹이를 놓은 뒤 개미가 이동하는 경로를 살폈습니다. 그 결과, 개미들은 비교적 속도가 빠른 부드러운 펠트지 위에서 더 많이 움직인 반면, 속도가 느린 거친 펠트지에서 적게 움직였죠. 이런 움직임은 펠트지의 경계면에서 개미의 경로가 굴절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미들도 빛처럼 페르마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이죠.
개미의 길도 렌즈를 만나면 굴절된다!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교수와 최지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팀은 개미가 렌즈 모양의 장애물을 지나갈 때, 마치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처럼 개미의 경로가 굴절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벨크로를 이용해 볼록렌즈, 오목렌즈, 평면렌즈 모양의 장애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후 개미굴과 먹이 사이에 장애물을 두고 개미의 경로를 기록한 뒤, 각 경로의 분포와 밀집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볼록렌즈 모양의 장애물이 있을 때 개미는 속도가 느려지는 벨크로를 덜 지나가기 위해 벨크로가 얇은 가장자리 지역으로 많이 이동했고, 오목렌즈 모양의 장애물이 주어진 상황에서 개미는 벨크로가 얇은 중앙 지역으로 집중해서 이동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와 비슷합니다. 개미와 빛의 유사점을 알아낸 것이죠.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020년 5월 21일자에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