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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00원짜리 돈은 없을까?

왜 2000원짜리 돈은 없을까?


우리의 일상생활은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매일매일 돈과 관련된 상황을 겪기 때문이죠. ‘이 문제집을 살까?’ 아니면 ‘저 문제집을 살까?’와 같은 사소한 갈등에서부터 ‘비싼 게임기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커다란 고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일상생활 자체가 경제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앞으로 경제생활 속의 이야기를 수학으로 풀어 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 추울~발~!


여러분,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돈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요? 돈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자기 나라에서 만든 돈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만든 돈이나 여러 나라가 함께 만든 돈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나라마다 특성에 맞는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200여 국가가 수백 종에 이르는 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나라마다 사용하는 돈이 다를까요?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이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은 ‘서로의 약속’에 의해 돈으로서의 사용가치(물건이 가지고 있는 쓸모 있는 성질)를 지니게 됩니다. 한 나라에서 국민들이 서로 약속해 새로운 돈을 만들고, 이를 사용하고 있기에 나라마다 돈이 다른 것입니다.

나라마다 돈이 다르다 보니 한 나라의 돈을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는 은행이나 돈을 바꾸어 주는 환전소에서 여행할 나라의 돈으로 바꾸어 가야 합니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화폐(동전과 지폐)의 단위는 어떻게 될까요? 화폐는 표면에 얼마짜리인지를 나타내는 ‘금액’과 그 금액을 부르는 ‘단위’가 표시돼 있습니다. 화폐의 단위는 각각의 화폐에 주어진 이름에 해당합니다. 화폐를 부를 때, 우리나라는 원(\), 미국은 달러($), 일본은 엔(¥), 중국은 위안(元), 유럽에서는 유로(€)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유로’라는 화폐는 2009년 현재 유럽의 29개 국가(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지폐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지폐는 1000원, 5000원, 10000원, 50000원의 4종입니다. 일본에서도 1000엔, 2000엔, 5000엔, 10000엔의 4종류 지폐가 쓰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보다 3종류가 더 많은 7종의 지폐가 쓰입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지폐는 1달러, 2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100달러의 7종류이며, 유럽에서 사용되는 지폐는 5유로, 10유로, 20유로, 50유로, 100유로, 200유로, 500유로의 7종류입니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은 우리나라에는 2000원권 지폐가 없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2달러, 20유로 지폐가 발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0, 100, 1000 단위는 비슷하지만 지폐의 기본수가 (1, 5)냐 (1, 2, 5)냐의 차이가 있는 거죠. 지폐의 기본수는 각 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본적인 소비품목의 가격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쓰이는 물건들의 평균가격은 대부분 1000원 전후에 집중되어 있어 굳이 2000원권 지폐를 발행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는 200여 국가에서 수백종에 이르는 돈을 사용하고 있다. 돈의 종류는 각 나라 국민의 약속과 화폐 사용 습관 그리고 계산의 편의성을 고려해 결정한다.



화폐의 가장 작은 단위와 큰 단위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우리나라에는 1원짜리 동전에서 50000원권 지폐까지 있습니다. 일본에는 1엔짜리 동전에서 10000엔권 지폐까지, 미국에는 1달러의 100분의 1인 1센트짜리 동전에서 100달러권 지폐까지 있습니다. 1970년대 영국 민간조폐회사의 ‘페인’이라는 사람은 한 나라의 화폐 종류가 적당한지 판단하는 ‘디 메트릭’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은 근로자 1일 평균수입을 기준으로 화폐의 최저 단위는 1/5000~1/2000 수준으로, 최고 단위는 2~5배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1일 평균수입이 약 6만 4000원이니까 최저 단위는 13원, 최고 단위는 12만 8000원~32만 원이 됩니다. 이 방식이 제시한 단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수십 년 전에 여러 나라의 화폐 단위를 비교하면서 나온 결과일 뿐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화폐 단위는 그 나라 국민의 화폐 사용 습관이나 계산의 편의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지폐 속의 숫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당연히 각국의 지폐는 해당 지폐의 표면에 표시되어 있는 액면금액만큼의 사용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즉 우리나라의 1000원권은 1000원에 해당하는 의미와 가치를, 5000원권은 5000원에 해당하는 의미와 가치를, 그리고 50000원권은 50000원에 해당하는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유통을 위한 화폐가 아닌 수집 가치를 중시하는 희귀한 기념지폐나 새로운 지폐의 빠른 일련번호 등은 액면금액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널리 쓰이는 대부분의 지폐는 액면금액만큼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돈 속의 그림에 담겨 있는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각국의 돈에는 인물 초상, 동식물, 건축물 등 다양한 소재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돈의 그림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인물 초상입니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돈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입니다. 과거 영국이 세계를 지배했었고 지금도 캐나다, 뉴질랜드 등 50개국은 영국연방 국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지폐에도 위인들이 그림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000원권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5000원권에는 율곡 이이 선생, 10000원권에는 세종대왕, 그리고 50000원권에는 신사임당이 각각 그려져 있습니다. 비록 네 분이 서로 다른 금액의 지폐에 새겨져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모두 똑같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이들의 초상화는 모두 화려한 모습이 아닌 단아하면서도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의 깨끗한 성품과 한결 같은 마음을 국민에게 전하기 위한 뜻이 지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폐 속에 새겨진 그림에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함께 나라의 문화수준과 생활양식, 나아가 그 나라의 국민정서까지 담겨 있습니다.

결국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소중한 물건’이자 ‘사회적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쓰고 있는 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다.



미국의 2달러 지폐가 행운을 가져온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외로움 때문에 2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해요. 그래서 2달러 지폐를 수집하는 데 열성적이었지요. 그러다 1956년 영화 ‘상류사회’의 여주인공‘그레이스 켈리’가 함께 출연했던‘프랭크 시나트라’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받은 뒤 모나코 왕비가 되면서 2달러 지폐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사실 2달러 지폐는 미국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1776년 미국이 독립한 해에 2달러 지폐가 처음 발행된 뒤 미국역사상 중대한 시기에 총 7번에 걸쳐 발행됐습니다. 그래서 2달러 지폐는 지불수단이라기보다 수집의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2000원 지폐가 있다? 없다?

한국은행은 2001년 6월 13일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유통목적이 아닌 2000원권 지폐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2000원권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1000원권 2장이 상·하로 붙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사용 가능하지만 원래 유통목적으로 발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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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이기송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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