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발생 즉시 넓은 범위에 큰 피해를 주는 무시무시한 자연재해다. 그러나 지진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한 소리를 식별하면 지진의 전조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9년 미국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직접 만든 2차원 수치예보 모형에 지진이 일어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지진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진 파열이 발생하기 전에 고유한 음향 신호가 나타났다. 이 음향 신호는 단층 사이에 응축돼 있던 힘이 한계를 초과하면서 발생했다. 단층은 지각이 외부의 힘을 받아 두 개로 조각나 어긋난 지질 구조를 말한다.
음향 신호 뒤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단층대에 존재하는 입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시뮬레이션했다.
분석 결과, 음향 신호를 통해 단층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힘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음향 신호를 활용하면 지진 발생을 몇 시간 혹은 며칠 전에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 브라운대학교 지구환경 및 행성과학과 연구팀은 산사태 예측에 주로 사용하는 ‘핀볼 모형’을 이용해 단층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예측했다. 공이 여기저기 부딪히며 이동하는 ‘핀볼 게임’에서 따온 단어로, 돌이 핀볼처럼 굴러 내려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수학 모형이다.
지진 대부분은 단층이 서로 미끄러지거나 단층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지진파는 1초에 진동하는 횟수에 따라 저주파와 고주파로 나뉜다. 기존 수학 모형은 주로 저주파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고주파는 단층이 파열되면서 갑자기 나타나는데, 이런 단층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단층이 갑자기 움직일 때 돌이 단층면에 진동하듯 부딪히며 움직여 고주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기존 수학 모형에 핀볼 모형을 추가해 지진과 연관된 저주파와 고주파를 모두 설명해냈다. 이 모형을 이용하면 단층의 기하학적 구조를 이용해 지진 위험이 있는 고주파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