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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홍성, 당진, 부여 등 총 12곳에서 연쇄적으로 3일 동안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봤다. 우리나라 산처럼 나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숲에서는 한 지점에서 시작된 불이 금세 주위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숲속 나무 밀도에 따라 산불의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수학 이론이 있다. 바로 ‘침투 이론’이다. 침투 이론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각 구성원 사이의 연결 정도가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이론이다. 침투 이론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육각형 격자 안에 구성원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침투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을 ‘자리 침투’라고 한다. 반면 모든 격자 안에 구성원이 있고, 대신 격자 사이에 연결 여부가 확률적으로 정해지는 침투 방식을 ‘결합 침투’라고 한다. 

 

산불은 자리 침투 방식으로 알아본다. 먼저 산불이 퍼지는 방향을 관찰하기 위해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를 구성원이라고 보고, 숲을 아래 그림처럼 단순화해서 그린다. 숲을 벌집 모양의 육각형 격자로 생각하고, 각 육각형 안에 나무 한 그루가 있거나 없다고 가정한다. 이때 어떤 한 칸을 기준으로 그 육각형을 빙 둘러싸고 있는 다른 육각형 안에 나무가 있다면 산불이 번지고, 없다면 산불은 더 번지지 않는다.

 

만약 A 나무를 기준으로 BC의 위치에 나무가 있다면, 산불이 양쪽으로 번진다. 반면 D 나무처럼 주변 육각형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면, 산불은 나무 한 그루만 태우고 꺼진다.

 

 

주변에 나무 있을 확률 70%면 숲 전체로 확산

 

1982년 수학자 조리카 조르제비츠는 이와 같은 2차원 평면 위에 산불이 난 경우 기준 나무 주변에 나무가 있을 확률의 평균을 p라고 할 때, 불이 산 전체로 퍼지기 시작하는 p가 약 0.6962임을 증명했다.

 

산이 무한히 넓다고 가정하고 산불의 진행 방향과 규모를 분석하면, p가 0.6962 미만일 때는 불이 어느 정도 번지다 꺼진다. 즉, 불난 곳 주위에 나무가 있는 육각형이 대략 4개 미만이면 불이 숲 전체를 태우지 않는다.

 

반면 p가 0.6962 이상일 때는 불이 산 전체로 퍼진다. p가 1에 가까울수록 불이 더 빨리 번지고, 더 많은 나무가 불타 버린다. 다시 말해 불이 붙은 나무가 있는 육각형 주위의 모든 칸에 나무가 있다면, 산불은 산 전체로 빠르게 퍼지고 산불 진화 후에 살아남는 나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나무가 빽빽이 모여 있어 p가 1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산불로부터 산림을 보호하려면, 애초에 불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침투 이론은 산불뿐 아니라 질병 확산 패턴, 메뚜기의 이동 등을 설명할 수 있어 여러 피해로부터 대안을 마련하는 데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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