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독자탐방] 미술관에 숨겨진 수학을 찾아서!


지난 11월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지는 과거 조선시대 규장각이 있던 자리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가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는 바로 <;알레프 프로젝트>;!
이 전시가 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서 수학동아 독자기자들이 찾아가 봤다.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큐레이터를 만나 수학과 예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상은 너무 복잡해!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도 수학동아 독자기자들을 막지 못했다. 호기심으로 가득찬 손문선, 이유빈 두 명의 독자기자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을 찾아 <;알레프 프로젝트>;를 기획한 손주영 학예연구관을 만났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수학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이론일까?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 언뜻 보면 미술관과 관련 없어 보여요. 어떤 이론인가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불확실성을 지닌 복잡해 보이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주식시장이나 인터넷, 기상현상등은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복잡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례지요.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최근에는 수학자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이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연구하고 있어요.

한 예로 구글은 이 이론을 활용해서 전세계에서 독감이 발생한 지역을 알아냈어요. ‘독감이라는 검색어를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검색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조사를 시작했지요. 덕분에 독감이 발생한 지역의 주변을 차단해 독감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하면 선거 결과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요. 이처럼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은 실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시각화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오른쪽의 사진은 ‘지식지도’라 불리는 작품이에요. 두 개의 큰 원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두 축인 ‘복잡성’과 ‘네트워키즘★’을 상징해요. 원 주위에 나열된 하위개념들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나타내는 작은 원과의 연관성을 붉은색 실로 연결했어요.

조금 어렵게 느껴지죠? 하지만 너무 걱정 말아요. 이번 전시는 여러분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뤄졌거든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시각화한 지식지도.

네트워키즘(Networkism)★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복잡해 보이는 예술 작품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예술 양식.

한 걸음 더! 척도 없는 네트워크란?

아름답게만 보이는 작품 속에 수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니! 독자기자들은 설명을 듣고도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전시실로 찾아가 작품에 담긴 수학적 원리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전교생의 기말고사 수학점수, 몸무게, 스마트폰 사용시간.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 정규분포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정규분포란 자료가 평균을 중심으로 대칭인 종모양을 이루는 분포를 말해요. 지금까지는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현상들이 정규분포를 따른 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정규분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모두 선으로 그어 보면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비행기 노선을 이어 보면 어떨까요? 인천과 제주 등 몇 군데에 집중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평균을 중심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또한, 어떤 포털사이트는 하루에 수백만 명이 몰리는 반면 누군가의 홈페이지는 아무도 찾지 않죠.

헝가리의 이론물리학자 바라바시는 이런 개념을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고 불렀어요. <;알레프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과학과 수학개념으로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풀어냈어요. 덕분에 수학책에만 등장할 것 같은 개념을 미술관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같이 한 번 둘러볼까요?"

우와! 여기는 미술관이 아니라 마치 과학실험실 같아요!

“유빈 학생이 그렇게 느낄 만한 이유가 있어요. 여러분이 잘 아는 파스퇴르는 이렇게 말했어요. ‘무한히 작은 것의 역할은 무한히 크다.’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눈으로 본 피부는 매끄러워 보여요. 하지만 현미경으로 피부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아주 작은 세포들이 모여 피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한 눈으로 볼 때와는 달리 우둘투둘해 보이기도 해요.
즉, 눈으로 보이는 것만 척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예요. 아주 작은 것들도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니까요.”

나에게 반응한다?! 착생식물원

알레프 프로젝트에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 적용된 작품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웅장한 모습의 <;착생식물원>;에 많은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독자기자들은 알레프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차례대로 작품을 관람해 보았다.

우와~! 활짝 펼쳐진 천사의 날개처럼 보여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세요!

“착생식물원은 우리 몸에서 느끼는 감각들을 연출한 작품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긴장감 등의 섬세한 감각들을 디지털 요소로 표현했어요. 작품에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해요. 즉, 관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작품이지요. 착생식물원은 관람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큰 반응을 보인답니다.”

“다음은 ‘떠도는 기하’라는 작품이에요. 관객들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미술관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작품이지요. 작품의 일부인 태블릿을 통해 관객들이 설문에 참여하면 그 결과가 시각화되어 소리와 함께 나타나요. 완성된 미술관의 모습은 전시 마지막 날에 보여진답니다.”

이번 전시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신기함’이라는 단순한 감정이 중요합니다. 복잡성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죠. 저는 복잡성을 시각화한 전시를 통해 학생들이 신기함을 느꼈으면 해요. 또한, 사람들이 딱딱하게 느끼는 과학과 수학을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는 점은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죠?”

Σ 진로정보
진흙 속 진주를 찾는 큐레이터

큐레이터?


큐레이터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하며,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소장품이나 자료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역할도 맡는다.

적성 및 흥미

큐레이터가 되려면 우선 예술적인 안목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또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창의성과 주의 깊은 관찰력, 탐구 자세도 갖추어야 한다. 역사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에 대해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준비 방법

미술관 큐레이터의 경우, 대학교 또는 대학원에서 미술관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정학예사 1, 2, 3급과 준학예사 자격증이 있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실무경험이 필요한데 국·공립 및 사립·대학박물관,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한 경력 등이 요구된다. 합격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명의의 자격증이 부여된다.

국·공립 미술관

4년제 대학 관련분야 전공자 및 학예사 자격증소지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국·공립 미술관에서는 학예직연구직공무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주로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전문계약직 형태로도 채용하는데, 이때 자격요건으로 박물관 관련 전공 및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

사립미술관 및 상업 화랑

주로 인턴사원을 채용한 뒤, 실무경험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으면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한다.

관련학과

고고학과, 동양화과, 문화재과, 민속학과, 박물관과, 사학과, 서양화과, 예술학과, 인류학과, 조소학과, 회화학과 등

미니 인터뷰

과학을 전공하셨는데, 큐레이터가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공과대학을 다녔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왔어요. 과학과 미술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으로 두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미술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아직까지도 과학을 예술계에서는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에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과학과 예술을 접목시킬 기회가 아직 많다는 뜻이겠죠? 이공계 학생이라도 예술적인 소질이 있다면 큐레이터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최지호(daniel@donga.com) 기자
  • 사진

    장경아 기자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 기타

    손문선
  • 기타

    이유빈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수학
  • 미술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