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는 기후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2019년 11월 5일,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153개국의 과학자 1만 1000여 명의 공동 성명이 올라왔다. 기후 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돼 생태계와 인류가 위협받고 있으니 이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23년 3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 증가했다. 크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구 전체가 1℃ 더워지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폭염,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을 기반으로 한 기후 모형을 이용하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IPCC는 위에서 언급한 종합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100년에는 지구 표면의 온도가 적게는 1.4℃, 많게는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준다.

 

기간이 길 땐 기후 모형, 짧을 땐 수치예보 모형

 

IPCC는 기후 모형을 통해 75년 후의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75년 뒤 연평균 기온이 6.3˚C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후 모형이란 무엇일까? 기후는 특정 지역에서 장시간 동안 측정된 평균적인 날씨를 말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이 기후 모형이다. 기후 모형은 지구 대기, 해양, 빙하, 토양 등의 다양한 환경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기후학자 마나베 슈쿠로는 1960년대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량이 지표면 온도와 수온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이해하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이 모형은 현재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기후 모형 개발의 토대가 됐다.

 

오늘날 기후 모형이 고려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 요인은 모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만든 이론을 토대로 수식으로 표현한다. 이 수식을 모두 컴퓨터의 언어로 옮겨 기후 모형을 만든다.

 

 

반면 ‘기상’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루, 일주일처럼 짧은 기간 동안의 날씨를 말한다. 기상 예보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해양 산업, 항공 운항, 군사 작전 등에 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010년부터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세우고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슈퍼컴퓨터는 어떻게 기상을 예측할까?

 

바로 수치예보 모형을 이용해서다. 수치예보 모형에서는 기상에 영향을 주는 기온, 바람, 기압,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을 방정식으로 나타낸 뒤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계산해 미래의 날씨 정보를 얻는다.

 

수치예보를 하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기상에 영향을 주는 온도, 습도, 기압과 같은 값을 측정하고, 계산에 쓸 수 있도록 값을 정리한다. 2단계에서는 대기를 작은 그물망처럼 나눈 격자마다 측정한 값을 예측 방정식에 대입해서 예측값을 구한다. 이때 계산량이 매우 방대하므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계산된 값을 그림이나 표처럼 보기 좋은 형태로 표현한다.

 

 

한국형 수치예보 모형 KIM

 

2020년 우리나라는 장장 8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형 수치예보 모형(The Korean Integrated Model, KIM)을 완성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영국에서 만든 UM(Unified Model)을 사용해 기상을 예측했다. 

 

하지만 UM은 지구를 수직수평으로 나누는 위도경도 격자를 사용해서 지구 곳곳의 날씨를 균일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보통 한 조각에서 일정 개수의 점 위치를 정해 날씨를 예측한다. 문제는 극지방으로 갈수록 격자의 간격이 0km에 가까워져서 한 조각이 너무 작아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적도지방으로 갈수록 조각이 너무 커져서 고정된 점의 개수로 넓은 범위의 날씨를 계산해야 한다.

 

KIM은 이러한 UM의 한계점을 보완했다. 3차원 구를 감싸고 있는 2차원의 구면을 최대한 같은 간격의 격자로 나누기 위해 ‘육면체구’ 모양을 사용했다. 육면체구를 볼록 사각형 6개로 나누면 거의 같은 간격으로 조각낼 수 있어 계산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육면체구는 정육면체에 바람을 불어넣어 구 형태로 부풀린 도형이다. 이 도형은 미국의 기상 모형인 GFS(Global Forecast System)에도 사용된다.

 

 

KIM의 기상 예측 3단계

 

KIM은 이 육면체구 구조를 바탕으로 3단계를 거쳐 기상을 예측한다. 먼저 ‘지배 방정식’을 토대로 기상 모형을 만든다. 지배 방정식은 기상 모형에서 대기 운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오일러 방정식 등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식들이 포함된다. 이 방정식에 온도와 질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을 더하면 기상 모형이 된다.

 

그런 다음 기상 모형은 ‘자료 동화’를 거친다. 자료 동화는 실제 관측한 기상 자료와 기상 모형이 예측한 값을 모두 고려해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 모형에 다시 반영하는 과정이다. 매번 저울 영점을 맞춰주는 것과 같으며, 과정을 반복할수록 모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자료 동화란 모든 관측 자료를 활용해 수치예보 모형에 들어갈 초기 자료를 실제 값에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후처리 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수치들만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수치를 한눈에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만들어 기상 예측 정보를 내놓는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모형으로 기상을 예측하려면 아주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일 동안의 기상을 예측하려면 아래만큼의 계산이 필요하다.

 

 

KIM은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실제로 2023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는 KIM 예측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 반면 UM은 카눈이 한국과 일본 사이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해 예측이 다소 빗나갔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UM과 KIM을 병행해 기상을 예측하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