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전략의 신 2. 고정관념 깨는 선수 기용

야구 경기에서 투수는 선발투수, 불펜투수, 마무리 투수 순서로 나온다. 보통 선발투수가 5~6이닝 동안 100구 내외로 던진다. 불펜투수들이 뒤이어 나와 8이닝 정도까지 던지고, 경기에서 이기고 있으면 마지막 1이닝은 마무리 투수가 나와 상대 팀이 점수를 내지 않게 틀어막아 경기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선수 기용 방식을 비트는 것도 승리를 가져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바로 ‘오프너 전략’이다. 1962년부터 1997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MLB 기록을 보면 1이닝에 가장 많은 실점을 했다. 즉 투수가 경기 초반을 전력 투구해 잘 막아야 이길 승산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선발투수는 5이닝 이상 길게 던져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 온 힘을 다해 던지기 어렵다. 그러니 불펜투수를 선발로 기용해 1, 2이닝을 소화하게 하고, 두 번째로 선발투수가 나와 3~6이닝을, 다시 불펜투수와 마무리 투수로 경기를 마무리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오프너 전략이다. 선발투수진이 약하거나 기존 선발투수가 부상이 있을 때 이 전략을 주로 쓴다.

 

오프너 전략은 2018년 MLB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처음 시도해 성공했다. 당시 선발투수진이 약한데, 새로운 투수를 데려올 수 없었던 탬파베이는 로테이션을 도는 선발투수 5명을 정하기 어려워 이런 전략을 폈다. 

 

탬파베이는 통계를 바탕으로 이 전략을 짰다. 불펜투수 라인인 스태닉 선수는 평균 구속 158km/h의 포심 패스트볼이라는 강력한 구위가 있었지만,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자신의 투구를 하지 못했다. 주자가 없을 때 주자를 내보낼 확률이 0.580이었던 반면, 주자가 있으면 0.690, 주자가 2루 이상 득점권에 있으면 0.900으로 크게 뛰었다. 그래서 주자가 없을 때 등판 가능한 1이닝에 불펜투수인 그를 내보낸 것이다. 

 

그 결과 팀의 ERA가 MLB 전체 3위에 오르며 작전이 성공했고, 이후 MLB의 팀들이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오프너 전략은 감독이나 팀의 사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강력한 불펜 투수가 1, 2이닝을 실점하지 않고 버텨야 이 전략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2번 타자로 타점 기회를 높이자

 

2023년 여름 만년 꼴찌인 한화 이글스가 18년 만에 8연승을 해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이들이 8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강한 2번 타자’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보통 팀 내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3, 4번 타자로 배치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세이버메트릭스 분석가들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은 선수를 2번에 배치할 때 득점 생산력이 가장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람이 주로 야구와 아이스하키 경기의 통계를 분석하는 톰 탱고다. 

 

그는 1961년부터 2014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번 타자의 출루율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잘 치는 타자가 한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서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2019년 키움 히어로즈의 장정석 감독은 연습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스프링 캠프에서 박병호 선수를 2번 타자와 3번 타자로 둘 다 세워본 결과 한 시즌에 2번 타자는 3번 타자로 나올 때보다 40타석 정도 더 설 수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통 2번 타자는 발이 빠른 타자를 쓴다. 1번 타자가 출루하면 안타 또는 희생 번트를 통해 주자를 득점권에 안착시키는 역할이 2번 타자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타자를 2번 타순에 배치하면 득점도 가능하다. 1이닝부터 선발투수를 흔들어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가 8연승 하는 동안 2번 타자로 나선 김인환 선수도 6월 득점권 타율이 4할 9리였다. 한 경기에 네다섯 번 타석에 나와 출루율이 3할을 넘었다. 

 

강한 2번 타자 외에도 타순을 바꾸는 전략은 많다. 1번 타자부터 득점권 타율이나 타점이 높은 강타자를 내서 선발투수를 제압하기도 한다. 전략에 따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어떤 구단에서 새로운 타순 전략을 취하는지 지켜보자.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