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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신 3. 철옹성 같은 수비벽 수비 시프트

오프너 전략을 이용했던 탬파베이 레이스는 2010년대부터 타자에 따라 수비수 위치를 조정하는 ‘수비 시프트’를 이용해 실점을 막아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타자가 공을 치면 대부분 왼쪽으로 보낸다고 하면 오른쪽에 있던 수비수를 다 왼쪽으로 보내 철벽을 세운다. 혹은 공을 외야로 많이 보내는 타자라면 외야에 수비진을 배치한다. 

 

실제로 2020년 아메리칸리그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DRS(수비로 실점을 막은 수치)는 44였다. 한 시즌 동안 무려 44점을 수비로 막아낸 것이다.

 

극단적 수비 시프트, 다저스의 벽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의 예로 ‘다저스의 벽’이 있다. 2014년 8월 29일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해 12회 말 2 : 2 동점이었고, 1사 만루인 상황에서 타석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세스 스미스 선수가 등장하자 LA 다저스 내야수 4명이 2루와 3루 사이를 비우고, 1루와 2루 사이에 일렬로 섰다. 

 

 

위쪽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당시 스미스 선수의 타구 중 내야 땅볼은 대부분 1루와 2루 안쪽에 떨어졌다. 그래서 이러한 벽을 세운 것이다. 다저스는 스미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다음 타자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KBO에서도 극단적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다가 MLB에까지 유명해진 사건이 있다. 2015년 5월 13일 KIA 타이거즈와 kt wiz는 9회 초 5 : 5 동점을 이루고 있다. 2아웃 2, 3루 상황에서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은 3루수인 이범호 선수를 포수 뒤에 위치시켰다. 투수인 심동섭 선수는 제구가 좋지 않아 공이 포수 뒤로 빠지는 일이 잦았는데, 만약 이 상황이 벌어지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곧 이 선수는 3루로 돌아가야 했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파울 라인 안의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야구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포수 뒤쪽은 파울 라인 밖이다. 한국 야구계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야구 공식 사이트 ‘MLB닷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이라며 감독을 비판했고, 감독은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제 다저스의 벽처럼 극단적으로 수비수를 옮기는 수비 시프트는 MLB에서 볼 수 없다. 2023년부터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위적인 수비 시프트가 경기 시간을 늘리고, 공격력 저하로 이어져 야구의 역동성을 막아 경기의 흥미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2023년부터 포수와 투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어야 한다. 

 

KBO도 2024시즌부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한다. 수비수들이 1루와 2루 사이 있는 유격수와 3루 사이를 비우고 다른 쪽에 일렬로 늘어서는 것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MLB 야구장 도장 깨는 법 외판원 문제

 

골수 야구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모든 구단의 경기를 각 구단의 홈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것이다. 야구장마다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 등 특색이 다르고 관중을 위한 이벤트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야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MLB에서 이를 하기란 쉽지 않다. 땅이 워낙 커서, 경기가 치러지는 날 딱 맞춰서 경기장에 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서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한다. 

 

만약 한 번 여행할 때, MLB 전 구단의 경기를 직관하려면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까? 수학자들이 이를 찾았다. 가야 할 지역이 정해져 있을 때 비용 또는 시간, 이동 거리 등을 최소인 경로를 찾는 ‘외판원 문제’를 이용해서다. 

 

외판원 문제를 실제 여행할 도시를 대입해 연구한 첫 번째 사례는 1954년 미국 랜드연구소 소속 수학자 3명이 미국의 49개 도시를 여행하는 최단 경로를 계산한 것이었다. 방문할 도시 수가 10개만 돼도 9!(약 30만) 가지가 넘는 왕복 경로가 있고, 도시가 15개면 8700억 가지가 넘어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960년 경제학자인 아일사 랜드와 앨리슨 하코트가 계산량을 줄이는 ‘분기한정법’을 고안했다. 최적의 답이 될 만한 후보를 나뭇가지처럼 늘어놓고 답이 될 가능성이 없는 가지는 자르는 방법이다. 즉 최적의 답이 나올 범위를 정해두고, 범위를 벗어나는 값들을 지워 계산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MLB 야구장 돌려면 며칠 걸릴까?

 

MLB 야구장을 도는 건 경기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어 전통적인 외판원 문제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다행히도 외판원 문제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실생활에 더 밀접하게 적용할 수 있게 외판원 문제를 응용해 연구했다. 그중 하나가 전통적인 외판원 문제에 ‘각 도시에서 외판원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추가해 계산하는 것이다.

 

랍 프래트 SAS(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연구원은 미국 전역의 30개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보고 오는 문제를 풀었다. 2015년 6, 7월 경기 일정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외판원 문제를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24.8일 동안 약 4989km를 이동하는 경로가 최적의 답으로 나왔다. 다음과 같은 경로로 이동하면 최소 비용으로 모든 경기장을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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