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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쌤의 꿀팁] 야구 보며 수학 공부한다

인천 인항고등학교 홍석만 교사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불던 5월 1일, 교실 밖에서 수업을 하는 수학 교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학동아가 찾아갔다. 주인공을 만나러 간 곳은 다름 아닌 야구장! 대체 무슨 일로 수학 교사가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한 걸까? 

 

찾아간 곳은 인천 SK 와이번스 야구팀이 있는 문학 야구경기장이었다. 경기장 내에 있는 회의실에 홍석만 인천 인항고 수학 교사와 SK 와이번스 구단의 데이터분석관인 박윤성 매니저, 그리고 서울 고려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홍 교사가 마이크를 잡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스크린에 띄운 내용은 수학이 아닌 야구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야구장의 특징을 알려주더니, 급기야는 야구 경기에 쓰이는 전략을 설명했다. 이어 박윤성 SK 와이번스 데이터 분석그룹 매니저가 구단에서 전략을 짜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전략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박 매니저는 야구에서 확률을 이용한 전략이 있다며, 특정 타자 맞춤형 수비 전략인 ‘수비 시프트’에 대해 설명했다. 수비 시프트는 수비 위치를 바꿔 더 높은 확률로 수비를 성공하려는 전략이다. 유독 오른쪽 안타가 많은 선수가 나오면, 수비수들이 원래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 수비 성공률을 높이는 유명한 전략이다. 


수비 시프트 상황이 걸렸을 때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이승엽 선수 데이터가 오른쪽과 같다. 데이터에서 보듯 이승엽 선수는 오른쪽 타구가 많이 나오는 선수다. 이때 상대팀 수비수는 수비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원래 위치보다 오른쪽으로 수비 위치를 바꾼다. 중앙~오른쪽으로 오는 공이 많으니, 그쪽으로 오는 공을 집중적으로 수비하겠다는 거다. 


수비 위치 변경으로 이 선수가 오른쪽이나 중앙으로 친 공은 무조건 수비수에게 잡히고, 수비수 자리가 비어있는 왼쪽으로 친 땅볼 타구는 무조건 안타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이승엽 선수가 친 땅볼 타구 중 하나라도 안타가 될 확률은 어떻게 될까?

 

야구장에서 갑자기 수학 수업?


분명 야구 강의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니 수학 강의가 돼 있었다. 모두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한 학생이 정답 ‘41.7%’을 말하며 정적을 깼다. 그 순간, 다시 홍 교사가 등장했다. 


“확률의 덧셈정리를 이용해 구할 수 있어요. 이것은 서로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두 사건이 벌어질 확률을 구할 때 이용하는 수학 정리입니다.”


확률의 덧셈정리란 두 사건 A와 B에 대해 A 또는 B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P(A∪B)=P(A)+P(B)로 구할 수 있다는 수학 정리다. 일반적으로 A 또는 B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P(A∪B)=P(A)+P(B)-P(A∩B)이지만,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A∩B=Ø으로 P(A∩B)=0이다. 

 


한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다른 타석에서 벌어진 사건과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니 덧셈정리로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세 번의 땅볼 타구에서 이 선수가 공을 좌측으로 보내 한 번 이상 안타를 만들어 낼 확률은 ‘좌측타구 확률+좌측타구 확률+좌측타구 확률’이므로 13.9%+13.9%+
13.9%=41.7%다!


이날 진행된 강의는 ‘인천SK 야구 수학 Talk 콘서트(이하 야구 수학 콘서트)’다. 홍 교사와 야구 데이터분석관이 학생들에게 실제 야구 경기에서 찾을 수 있는 수학을 소개하고, 그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강의다. 쉽게 오기 힘든 유명 스포츠 구단을 구경할 기회를 제공하고 수학 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흥미와 교육 효과 두 가지 모두를 잡은 것이다. 홍 교사는 왜 야구와 수학을 엮어 강의를 하게 된 걸까? 


야구 덕후의 취미가 교육현장이 되다!


“수학과 야구를 엮으면 재미는 물론 교육적인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야구 광팬이었던 홍 교사는 학교 소풍을 놀이동산이 아닌 본인이 평소 재밌게 놀던 야구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아이들의 반응은 훨씬 더 좋았다. 


이후 야구장을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배우는 학습공간으로 확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홍 교사가 담당하고 있던 영재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며 수학을 학습하는 ‘매스투어’ 활동을 야구장에서 하기로 했다. 그때 홍 교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도움을 준 사람이 지금 류선규 SK 와이번스 데이터 분석그룹장이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홍 교사는 류 그룹장과 야구와 수학을 연계한 활동을 꾸준히 논의했고, 수학과 통계를 이용한 데이터 야구가 활발히 이용되는 흐름에 맞춰 작년에 야구 수학 콘서트를 처음 열었다. 그렇게 기획한 2018 야구 수학 콘서트는 모집 인원이 넘쳐 ‘대박’을 터트렸다. 2018년 행사 흥행에 힘입어 올해는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게 학급, 또는 학교 단위로 신청을 받아서 야구 수학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도 어떻게 스포츠와 수학을 엮어 재밌게 수학 공부를 할지 고민하는 홍 교사가 한마디를 남겼다.


“야구와 수학의 공통점은 많아요. 야구와 수학 모두 어렵지만, 규칙과 공식들을 하나씩 알아가면 재밌고 흥미롭지요. 어차피 해야 할 수학 공부, 기왕이면 재밌게 할 수 있으면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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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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