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의 시군구별 250개 구역에서 월별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산화질소의 양, 그리고 사망률을 분석해 미세먼지의 영향을 지역별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건강영향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황 교수는 지금까지 분석한 결과 중 일부를 과학동아에 단독으로 미리 공개했다. 사람과 차량이 밀집한 서울이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까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서울은 미세먼지 위험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과 경기 남부였다. 서울 외곽에 있는 경기도의 소도시도 서울에 비해 위험도가 높았다.
황 교수는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차츰 줄어드는 추세”라며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결과 시민들이 미세먼지 위험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제도적 규제가 이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평택 등 경기 남부와 충남 지역은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데다, 무엇보다도 바닷가에 화력발전소 등 공장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규모 공업단지가 있는 울산이나 포항 등 경북 지역은 어떨까. 황 교수는 “경기도 평택이나 충남은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도시로 유입될 수 있다”며 “반면 울산이나 포항은 공장이 있는 바다가 동쪽에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다. 기존 연구는 PM10이나 PM2.5 등 입자 크기에만 주목해, 어떤 성분이 어떤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특정 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걸 보고 짐작만 할 뿐이다. 황교수는 “같은 크기의 먼지라도 어떤 성분인지에 따라 체내에서 일으키는 반응이나 몸 밖으로 배출되는 비율이 다르다”며 “미세먼지 성분별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기작을 알아내는 데 실마리가 되는 연구 결과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2015년 미국 시카고대와 퍼시픽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중금속의 일종인 바나듐이 전두엽에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doi:10.2310/7290.2015.00001 중금속이 뇌에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황 교수는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중금속이 호흡기로 들어가 뇌에 쌓여 치매 등 퇴행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체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부위는 호흡기관인 기관지와 폐다. 황 교수는 지난해 기존 학계에 알려져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실을 밝혀낸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혈액을 응고시키는 세포인 혈소판이 대부분 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doi:10.1038/nature21706
황 교수는 “중금속이 폐에 쌓이면 혈소판의 생성과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혈소판에 이상이 생기면 혈전이 증가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연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공장이나 자동차의 매연 배출량을 규제하고 공사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물청소를 하게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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