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과다로 측정된 여성들의 유산율은 정상의 4배에 달했다.
특정 성호르몬의 이상(異常)과잉이 불임과 유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최근 영국의 한 의학연구팀에 의해 제기됐다.
영국 의학지'란셋'(Lancet)의 최근호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약2백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관찰에서 생리주기 초기의 황체형성호르몬(luteiuizing hormone, LH) 과다분비가 불임과 자궁착상실패의 원인이 되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한 사람인 하워드 자콥스(Howard Jacobs)박사는 현재 그의 연구팀이 과다분비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호르몬의 양을 줄이면 불임과 유산을 막을 수 있는지를 추가로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체형성호르몬은 약칭해서 LH라고도 부르며 배란과 황체화를 좌우한다. 성숙한 여성의 자궁내의 난소(卵巢 알집)에서는 한달에 한개씩의 난자를 만드는데 이것이 배란이다. 배란기를 중심으로 여성의 월경주기는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데 황체는 LH의 자극으로 후반기에 난소에 생겨서 황체호르몬을 분비해 자궁점막을 두껍고 유연하게 한다.
이는 수정한 난자가 착상(着床)하기 쉬운 상태로 자궁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수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황체는 쇠퇴해 황체호르몬을 분비하지 않게 되고 두꺼워진 자궁점막은 벗겨져 출혈을 일으키게 된다. 이 출혈이 바로 월경(menstruation)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우에 황체형성호르몬은 배란 직후인 14일째에 가장 많은 양이 분비된다. (일반적으로 생리주기는 28일이 정상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연구팀이 관찰했던 불임증의 여성들은 미처 배란이 일어나기도 전인 전반기 8일째에 많은 양의 LH가 분비됐다. 또 임신한 여성 중 LH가 많이 분비된 여성들의 유산율은 65%였던데 반해 LH양이 정상인 여성의 유산율은 12%에 그쳤다.
지금까지 자연유산의 원인은 설명된 적이 없어 이 영국팀의 가설은 학계에서 적잖은 주목을 끌고 있다. 자콥스 박사는 불임증으로 고민하는 여성들 중 몇 퍼센트가 LH과다의 원인을 가진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살펴본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기는 하나 낙관적인 견해를 펼친다.
워싱턴대학 생식내분비과 전문의인 마이클 솔스씨는 이 영국 의사들의 발견이 신빙성을 가지려면 LH가 그 이외의 다른 여성호르몬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역할이 제대로 규명돼야한다고 지적한다.
매사추세츠 주의 불임치료전문의인 세이벨은 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월경주기가 정상일 때도 호르몬이상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수정란의 자궁착상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불임증인 여성의 월경주기가 불규칙하다면 그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자궁착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새로운 가설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이벨의 말이다.
보스턴의 아이작 시프박사는 이들의 연구결과가 증명돼 공신력을 갖는다 해도 불임의 모든 문제를 설명해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LH 과다는 모든 원인 중에 부수적인 것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콥스박사는 자신들의 연구가 생리주기의 전반기에 관한 최초의 고찰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불임문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생리주기 후반기에 초점으로 두고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