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구의아리수정수센터 내 도시대기측정소를 찾았다. 거대한 정수시설 사이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는 은색의 기다란 금속관(샘플링 관)이 여러 개 세워져 있다.
서광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샘플링 관 안에는 관성 충돌을 이용해 큰 먼지는 걸러내고 원하는 크기 이하의 미세먼지만 채취하는 충돌판과 여과지가 들어 있다”며 “매일 여과지를 수거해 24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성분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필터가 하나인 샘플링 관에서는 PM10 입자를, 필터가 두 개 달린 샘플링 관에서는 PM2.5 이하의 입자를 포집한다.
샘플링 관은 진공청소기처럼 모터가 돌아가면서 대기 중 공기를 분당 16.7L씩 빨아들인다. 그러면 먼지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충돌판에 부딪친다. 큰 입자는 관성에 의해 충돌판에 들러붙고 작은 입자만 충돌판을 넘어 여과지까지 날아가 모인다.
전문가들은 수차례 실험을 통해 지름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이하인 입자(PM10)와, 지름 2.5μm 이하의 입자(PM2.5)만 수거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들었다.
필터를 열고 충돌판을 꺼내보니 가운데 조그만 구멍에 시커먼 먼지들이 쌓여 있다. 미처 통과하지 못하고 걸러진 큰 입자다. 그보다 안쪽에는 여과지가 들어 있다. 처음에는 하얀색이지만 하루 종일 미세먼지를 모은 여과지는 회색을 띤다.
베타(β)선 쏴 미세먼지 농도 자동 측정
측정소 옆에 있는 작은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도 옥상에 놓인 것과 똑같이 생긴 샘플링 관이 여러 대 놓여 있다. 이 관들은 건물 내부에 있는 장비들과 직접 연결돼 있고, PM10과 PM2.5에 베타(β)선을 쏴 자동으로 농도를 계산한다. 미세먼지가 있는 부분에서는 β선이 흡수되고, 미세먼지가 없는 부분에서는 β선이 그대로 통과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렇게 측정된 농도는 1시간 마다 공개된다.
전문가들은 여과지에 묻어 있는 미세먼지를 정밀한 저울에 직접 달아 농도를 재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고 무게도 아주 가벼워 일반 저울로는 잴 수 없다. 온도나 습도, 날씨에 따라 수치도 다르다.
이 때문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밀폐 공간에서 미세먼지 칭량로봇이 여과지를 μg(마이크로그램) 단위의 정밀한 저울에 달아 측정한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지만 미세먼지를 하루 종일 포집해야 해 매시간 예보가 불가능하다.
연구원은 β선 자동 측정 시스템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14일간 로봇이 칭량한 데이터와 β선법으로 자동 측정한 데이터가 얼마나 동일한지 반드시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2차원 좌표에 (x, y)로 데이터를 찍은 뒤 이들을 연결하면 y=ax+b 형태의 직선 그래프가 나오는데, 기울기(a)가 0.9~1.1, y절편이 일정 범위(PM2.5는 –2.25~+2.25, PM10은 –10~+10) 안에 해당하면 두 데이터의 오차가 거의 없이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서울 전역 25개 도시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데이터들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환경관리전산실로 모인다. 이곳에서 에어코리아와 서울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보낸다.
미세먼지를 예보하는 애플리케이션(앱)마다 예보 등급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것은 국가마다 등급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어코리아는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 등 4단계로 예보하는 반면,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세계대기오염 홈페이지(aqicn.org)는 6개 등급으로 쪼개 예보한다. 일본기상협회가 운영하는 앱은 7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가령 미세먼지 농도가 40μm/m3로 측정될 경우, 에어코리아에는 초록색(보통)이 뜨지만, 일본 기상협회는 붉은색(주의 등급)으로 예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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