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두려움에서 생겨났다. 미세먼지는 ‘매우 작게 부서진 중금속 가루’여서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대기측정소에서 포집하는 미세먼지는 주로 PM2.5에 해당한다. 샘플링 장비에서 24시간 동안 포집한 미세먼지의 양은 0.2~0.5mg이다. 엄정훈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이온(50%)과 탄소 성분(30~40%)이고, 중금속은 2~3%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구성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성질에 맞춰 각각 추출해야 한다. 이온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를 물에 녹이고, 중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산에 녹여야 한다. 이렇게 분석하는 데는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이온은 크게 8종이다. 이산화황(SO4 2-), 질산염(NO3-), 암모늄염(NH4+), 염소(Cl-), 칼슘(Ca2+), 마그네슘(Mg2+), 나트륨(Na+), 칼륨(K+) 등이 해당한다. 이 가운데 이산화황, 질산염, 암모늄염 등 3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산화황은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가스 형태(SO2)로 배출된다. 반면 질산염은 자동차, 특히 디젤차에서 가스 형태(NO, NO2)로 나온다. 암모늄염은 축산 농가에서 가스 형태(NH3)로 배출된다. 과거에는 이런 가스들이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만 주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이 햇빛을 받으면 광반응을 일으키면서 서로 엉겨 붙어 (NH4)2SO4, NH4NO3 등 고체 형태의 먼지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장(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에서 광합성을 이용해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게, 대기 중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햇빛을 받으면 오존과 미세먼지 등 다양한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탄소동위원소 분석으로 출처 연구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황산염(SOx)보다 질산염(NOx)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엄정훈 환경연구사는 “서울 시내에는 공장이 거의 없고 자동차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난방이나 화력발전소 등 다양한 이유로 질산염보다 황산염의 비율이 조금 더 높다. 중국은 황산염의 비율이 특히 높다. 국내보다 석탄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포함된 탄소 성분은 대부분 불완전연소로 생성된 그을음(검댕)이나 타르 같은 유기물이다. 다양한 종류가 미량 들어 있어 현재 국내에서는 성분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탄소 성분은 미세먼지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엄 환경연구사는 “미세먼지에 든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면 먼지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며 “미세먼지의 유래가 석탄인지 목재인지 석유인지 가스인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발생인지 중국에서 유입된 것인지 발생 지역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동위원소 분석은 이미 식품이나 지질 연구에 많이 쓰고 있다.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이용해 겉보기에는 똑같은 빵이라도 어느 밀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고, 지층에 묻힌 화석의 나이도 가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석탄과 석유 등 연료에 따라, 또는 같은 종류의 연료라도 지역에 따라 탄소동위원소 비율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면 미세먼지의 출처를 밝혀낼 수 있다.
엄 환경연구사는 “현재 중국, 일본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동북아 미세먼지의 발생원을 찾고 흐름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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