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의 존재가 예측된 지 8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암시한 다양한 관측 증거를 암흑물질 없이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수정뉴턴역학(MOND)이다.
수정뉴턴역학은 1983년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물리학자 모티 밀그롬이 처음 제안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근사치가 뉴턴역학이듯, 가속도가 0보다 훨씬 클 때 수정뉴턴역학의 근사치가 기존의 뉴턴역학이다. 이를 이용하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도 은하 회전 속도의 불일치(보이는 물질의 중력보다 훨씬 더 큰 중력이 필요할 만큼 은하의 공전 속도가 빠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수정뉴턴역학은 곧 한계를 드러냈다. 은하 규모(수 킬로파섹)에서만 잘 들어맞았던 것. 이는 우주론 관점에서 매우 작은 크기다. 암흑물질을 가정하지 않으면 은하보다 큰 규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즉, 우주거대구조에서 암흑물질은 꼭 필요해진다.
거대 규모에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암시하는 관측 증거는 여럿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06년 허블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위성이 관측한 총알 은하단이다. 이 은하단은 최근에 고속 충돌을 겪은 두 개의 은하단이다. 두 망원경으로 동시에 관측해 질량 분포를 알아낸 결과, 우리가 아는 일반물질의 질량중심과 총질량의 질량중심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두 은하단이 충돌하는 동안 한 은하단의 어떤 물질은 다른 은하단의 모든 개체를 상대적으로 쉽게 통과했어야 했다. 수정뉴턴역학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생성 과정에도 필수다. 현대우주론의 관점에서 우리가 관측한 은하의 분포는 암흑물질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일반물질이 모여 은하가 되는 과정에서 암흑물질이 미리 자체중력으로 거대구조를 만들고 있어야만, 현재와 같은 은하 분포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암흑물질을 가정하고 우주 진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하면, 현재 우주의 거대 구조와 잘 일치한다.
이를 우주배경복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주배경복사의 알록달록한 패턴은 물질의 두 가지 힘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광자의 압력은 우주의 바깥을 향했고, 중력은 안쪽으로 작용해 물질들을 모이게 했다. 이 때문에 광자와 물질이 고밀도 영역으로 진동했다. 이때 암흑물질은 일반물질과 함께 물질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뭉치며 중력을 점점 세게 만들면서도 광자의 압력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광자와 물질의 밀도 요동은 우주배경복사에 패턴을 만들었는데, 이 같은 암흑물질의 존재가 이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특성을 가정해 우주배경복사에 나타날 진동의 강도를 예측한 결과, 실제 더블유맵(WMAP)의 관측 결과와 일치했다.
현재 수정뉴턴역학은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우주거대구조 관측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은하 규모의 작동원리만을 기술할 수 있는 수정뉴턴역학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 분포한 암흑물질은 표준모형에서 다루는 일반물질의 5배에 달하며, 대부분 차가운 암흑물질일 것으로 추정된다. 차가운 암흑물질이란 암흑물질 후보 가운데에서도 무거워서 운동성이 낮은 물질을 뜻한다.
차가운 암흑물질의 후보로는 윔프와 액시온이 꼽힌다. 윔프는 입자물리의 표준모형 너머의 초대칭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Public domain입자인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가속기(LHC)에서 초대칭 이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최근 가능성이 낮아졌다.
현재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연구단을 비롯해 전세계 다양한 연구그룹이 윔프와 액시온을 직접 검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흑물질이 끝끝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우주의 작동원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