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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1917년 자신의 중력 이론을 토대로 정지 우주모형을 만들 때, 물질 분포가 거시 규모에서 균일하고 등방하다고 가정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원리’다. 물질이 우주 어디에서나 고르게 분포한다는 의미다(공간적 균일성).

표준우주모형은 이 우주원리에 따라 공간의 곡률이나 물질 밀도의 분포가 완벽하게 매끄러운 우주를 기술한다. 빅뱅 38만 년 이후 약 137억 년 동안 여행해 우리에게 도달한 우주배경복사도 이런 우주를 암시한다. 우주배경복사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온도가 2.73K으로 동일하다. 즉, 등방하다. 등방한 분포는 곧 균일하다. 따라서 우주는 초기에 상당한 정밀도로 균일했을 것이다.


현재 우주는 어떨까. 그동안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같은 외부은하 탐사자료를 활용해 근처 우주 물질이 실제로 균일하게 분포해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다. 주요 결과들은 3억 광년 이상의 규모부터 균일하다고 주장한다.

방법은 이렇다. 탐사 영역 안의 한 은하를 중심으로 특정 반지름의 구를 정한다. 그리고 구 안의 은하들을 센다. 이를 균일한 분포에서 예측되는 개수로 나눈다(상대개수비). 이때 균일한 분포란, 구가 커질수록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해 은하 개수가 증가하는 이상적인 분포를 뜻한다. 만약 진짜로 균일하면 상대개수비는 1이다. 구를 키워가며 모든 은하에 대해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 어느 규모부터 은하 분포가 균일한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밝고 붉은 SDSS 은하들로부터 14억 광년의 반지름 범위까지 상대개수비의 평균을 구했더니, 3억 광년 이상부터 1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렇게 은하 개수의 평균값을 균일성의 지표로 사용하는 방식에는 허점이 있다. 예컨대,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구 안에 든 은하들의 수를 셌더니 편차가 엄청나게 컸다고 해보자. 하지만 평균값을 구해보니 균일한 분포일 때의 예상과 일치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공간에 은하가 균일하게 분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 알려져 있듯, 평균값은 어떤 분포의 통계적 특성을 대표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원리에서 말하는 공간적 균일성 외에, 물질이 분포할 확률밀도함수가 우주 어디에서나 같다는 ‘통계적 균일성(코페르니쿠스 원리)’ 개념도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통계적 균일성조차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간적 균일성, 즉 아인슈타인의 우주원리가 성립하려면 은하 각각의 상대개수비가 위치에 상관없이 1에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하의 상대개수비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 이 편차는 반지름이 커지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14억 광년 규모까지는 이 편차가 균일한 분포일 때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원리가 우주 초기에는 잘 성립했지만, 우주가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하면서 우리 근처의 우주에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질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면, 암흑에너지 없이 우주의 가속팽창을 다르게 설명할 가능성이 열린다. 표준우주모형에서 암흑에너지가 제 역할을 하는 시기는 우주거대구조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와 비슷하다.

우주가 불균일하고 우리가 우연히 그 우주의 거대구조 속 빈 공간(void)에 위치한다고 해보자. 우주는 전체적으로는 감속팽창을 하지만, 물질 밀도가 아주 낮은 우리 근방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가속팽창할 수 있다. 물질이 적은 곳은 자체중력이 약해서 팽창률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원리로 초신성이 예상보다 어둡게 보이는 현상(가속 팽창의 증거)을 설명하려면 반지름이 약 10억 광년이고 밀도가 평균보다 40%가량 낮은 빈 공간 중앙에 지구가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설정은 코페르니쿠스의 원리에 어긋나고, 이 규모에서 실제 물질 분포의 편차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크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 다른 설명은 ‘반작용(back reaction) 이론’에서 나온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불균일한 물질의 분포가 우주의 평균적인 물질 밀도와 공간 팽창률에 영향을 미쳐 우주의 가속팽창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질이 적은 곳은 빠르게 팽창해 부피가 크게 늘어나므로 평균적으로는 우리 근방의 우주가 가속팽창할 수 있다.

이런 이론들은 현재로선 초신성 관측 결과는 잘 설명하지만 우주배경복사 같은 다른 관측 자료를 동시에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주원리가 성립하지 않는 우주에 대한 면밀한 연구도 필요하다. 대안 이론들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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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찬경 교수
  • 일러스트

    박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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