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우주에는 생명체가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그 우주를 삶의 터전으로 꾸며낼 수 있을까. 영화‘레드 플래닛’은 우주, 그 중에서도 화성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동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 4월 14일 오전 11시에 시작한 방담회에는 매스컴에 잘 알려진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의 조경철 박사가 참석해 해박한 지식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얘깃거리를 통해 우주에 대한 인간의 꿈과 현실은 어디까지 와있는지 점쳐보자.
서기 2025년.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인구증가로 지구가 포화상태에 다다른다. 국제 연합은 지구를 대체할 인간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화성을 선택하고, ‘화성 식민지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화성 식민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중이던 ‘토양 생성 프로젝트’에 갑작스런 이상이 생기자,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탐사대가 구성된다. 문제 조사와 해결을 위해 조종사 겸 지휘관인 ‘케이트 바우만’(캐리 앤 모스)과 탐사대원들은 화성탐사 우주선 마스1호에 탑승, 화성으로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뜻밖의 고통이 시작된다. 탐사선의 고장으로 본선에서 분리된 셔틀이 화성에 불시착하게 된 것. 메마른 사막처럼 황량하고 낯선 화성에 고립된 그들이 의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 대원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전개되는데….
ㅣStaffㅣ
원제 : Red Planet 감독 : 안토니 호프만
출연 : 발 킬머, 캐리 앤 모스
ㅣ참가자ㅣ
김의준(인터메이저, 의준) 노성래(노아시스템, 성래)
이충환(과학동아 기자, 충환) 장미경(과학동아 기자, 미경)
장성환(과학동아 디자인팀장, 성환)
조경철(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 조박사)
ㅣKey Wordㅣ
왜 화성인가 : 화성은 지구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대기 밀도가 있고, 드라이아이스 비슷한 극관이 깔려있다. 최근에는 물이 흘러나온 흔적이 발견돼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채질한다.
이끼와 산소 : 영화에서 이끼는, 화성을 인간이 숨쉴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데 쓰인다.
로버와 모뎀 : 1997년 패스파인더호가 실어간 이동탐사차량 소저너(로버)에서 모뎀을 떼어내 통신에 이용한다. 로버의 모뎀은 과거 화성탐사일지를 떠올리게 하는 팁으로 등장한다.
ㅣ<;레드 플래닛>;의 별점 ★★★ㅣ
사이언스 별점은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과학성과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방담회 참가자들이 평가한 점수다(다섯개 만점).
성환_ 먼저 왜 하필 화성인지에 대해 얘기해보는 게 어때요.
충환_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때문에 화성이 선택된 것 같아요. 지형적 특성이 비슷하고 물도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실험에서는 비슷하게 나오지 않았어요.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가서 확인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오겠죠.
조박사_ 2050년쯤 되면 인구가 1백20억이 넘습니다. 완전히 포화상태죠. 2025년부터 본격적인 달나라 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달나라는 지구 크기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고 표면적도 2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인구의 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달나라보다 화성이 좋은 조건인 이유는 1976년 바이킹 1·2호의 탐사 결과가 말해줍니다.
화성 표면에는 지구의 10분의 1 정도의 대기 밀도가 있고, 드라이아이스 비슷한 극관이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물이 흘러나온 흔적 사진이 많이 발견돼서 조금만 가공하면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1999년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했다가 자꾸 연기가 돼서 현재 사람을 보내는 일은 2009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지구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성에 가는 것이죠.
성래_ 화성에는 대기도 있고 물이 흐른 흔적이 있어서 달보다 더 좋은 환경이라고 했는데, 달은 지구와 떨어진 거리가 일정하잖아요. 화성은 다른 공전 구조를 갖고 있어서 거리가 불규칙한데, 그렇다면 화성과 지구를 왔다갔다 할 때 달과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조박사_ 태양을 끼고 지구와 화성이 도니까 태양빛은 일정하게 받습니다. 지구로부터 화성으로 간다고 하지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사는 것이니까 문제가 없겠죠.
미경_ 박사님은 1960년대에 미항공우주국(NASA)에 계셨는데, 그 때 체험하셨던 화성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조박사_ 1965년 NASA에 있을 때 강당에 집합해서 화성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후 1969년엔 마리나 우주선을 띄워 화성 궤도를 돌게 하면서 화성 표면사진을 9천장을 보내와 본격적인 연구를 하게 됐죠. 1976년에 바이킹 1·2호를 직접 연착륙시켜서 화성 표면에 생물이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주도했던 소팬 박사가 1백도 가열 후 두고 보니 산소가 튀어나오더라고 하면서 생물이 있다고 흥분했어요. 하지만 재실험 결과에는 나타나지 않아서 화성에는 생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죠. 그 외에도 다양한 실험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모두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가서 채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경_ 영화에서는 이끼를 토대로 생명체에 대해 언급하려고 하던데요.
조박사_ 참 좋은 착상입니다. 동물들의 호흡 기구는 산소를 들이키고 이산화탄소을 내뱉게 돼 있지만 식물은 정반대죠. 따라서 이끼를 뿌려 산소를 만들어내려는 것입니다. 화성을 탐사하고 난 뒤에는 금성을 탐사하려 합니다. 금성은 약 5백km의 두터운 이산화탄소 구름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이를 산소층으로 만들어내려면 약 1천4백년 정도가 걸립니다. 달나라에 가서 사는 동안 이끼를 금성 표면에 뿌리려고 하는 것이죠.
충환_ 그렇다면 식물의 호흡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은 어떻게 하죠?
조박사_ 많은 학자들이 화성의 물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을 제기하지만 직접 가서 봐야 물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학자는 태고에 화성이 우리보다 멀리 있고, 지구 중력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지구인과 비슷한 생활을 하는 화성 생물체가 먼저 존재하다가 멸종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화유적이 사막 밑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성래_ 예전에 일본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핵반응 실험을 해서 극관을 녹여 대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죠. 또 화성에 거울 모양의 인공위성을 많이 띄운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어요. 거울에 태양을 반사시켜 극관을 녹인다는 설정이죠.
미경_ 그렇다면 핵반응 실험으로 극관을 녹이는 것이 더 나을까요. 거울에 태양빛을 반사시켜 극관을 녹이는 게 더 나을까요.
조박사_ 핵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까 거울에 태양을 반사시켜 녹여 이산화탄소를 나오게 해서 산소를 유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네요.
성래_ 방송에서는 그런 식으로 산소를 만드는데 약 10만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조박사_ 그건 거짓이 약간 섞인 것 같군요. 지금의 기술 척도로 볼 때 10만년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킬 수 있다고 설정한 2050년 쯤에는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1903년에 라이트형제가 처음 비행기를 발명했는데, 불과 1백년도 안돼서 펄펄 날고 있잖아요. 발전 속도는 내일을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기하급수적입니다. 제 생각에는 2050년에는 다 실현될 것 같은데요.
성환_ 영화에서도 205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수준과 비교해 볼 때 그다지 많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충환_ 현재 화성까지 가는데 6-7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영화에서도 6개월 걸렸잖아요. 현재의 수준과 비슷하다는 말이죠.
조박사_ 그런 것보다 놀랠만한 과학기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단조롭더라구요. 특히 애미라는 로봇이 왜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성환_ 옥에 티죠. 사람을 해치지 않고, 사람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 SF 영화에 등장하는 최첨단 로봇의 역할인데, 여기선 사람을 해치게 되잖아요.
의준_ 애미에게 전투 모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조박사_ 아무 용도가 없는데 가져간 것이죠. 후에 배터리 하나 얻기 위해 가져가는 식이 돼버린 것인데….
성래_ 맞아요. 애미가 처음 등장할 때 “이건 무슨 배터리를 쓰지?”라고 묻는 복선이 있었습니다.
의준_ 헬륨 핵에너지라고 하더라구요.
성환_ 또 하나 이상했던 것은 보이스 네비게이션입니다. 인터페이스가 너무 일관성이 없더라구요. 단추 작동도 지나치게 많아서 과연 보이스 네비게이션이 맞는가 의심스러웠어요.
의준_ 영화를 보면서 기분 나빴던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2057년쯤 되면 지구가 오염되고 사람이 포화상태라고 설정했잖아요.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독단적으로 진행한다고 표현돼서 불쾌했어요. 미국영화니까 할 수 없겠지만 말이죠.
성래_ 대부분 SF 영화에서 비슷한 설정을 하는데요. 화성을 개발하는 것이 싸냐, 지구의 오염을 없애는 게 싸냐. 개인적인 생각으론 화성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저렴하고 전망도 좋을 것 같아요.
조박사_ 화성 개발은 환경 문제라기보다 인구 문제로 돌아가죠. 인구 문제를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경우, 7-8년 전만 하더라도 1년에 70만명이 증가했지만, 이제는 40만명 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전세계의 인구증가가 이뤄지면 30년 후에 1백억이 되는 걸로 추측합니다. 3백년 후에는 1조가 되죠. 지구 전체에 땅이 3분의 1, 3분의 2가 바다인데, 3분의 1 중 쓸만한 땅은 10분의 1밖에 안되요. 현재 지구 표면적의 30분의 1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1조라는 인구를 뿌리면 10평방미터에 한사람씩 서있는 꼴입니다. 도로도 없고, 집도 없죠.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구 증가 문제가 초점입니다.
성래_ 인구가 늘어나서 달나라, 화성을 단계적으로 개척한다고 했는데, 화성까지 포화되면 금성으로 팔을 뻗친다고 했습니다. 모두 포화 상태가 돼 갈 곳 없는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박사_ 계산해서 따져보니 약 3천4백년 후에 닥친다고 합니다. 달에서 3백년, 화성에서 1천2백년, 금성에서 1천6백년, 지구에서는 앞으로 50년 등. 목성으로 시야를 옮겨보면 어떨까요. 목성에서의 우리 모습은 호빵처럼 눌리게 됩니다. 목성의 중력은 지구의 3.5배이기 때문에 현재 인간이 갖춘 직립의 형태는 오래 견디지 못해 도저히 살 수 없죠. 토성을 볼까요.
토성은 지구의 9배 이지만 태양에서 너무나 멀어서 표면온도가 영하 1백90℃입니다.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할 상태입니다. 결국 3천4백년 후에는 태양계에서 살 곳이 없고, 별나라로 눈길을 돌려야 하죠. 여기서 문제는 거리입니다. 다행히도 3천4백년쯤 지날 무렵이면 빛의 속도까지 점령을 하고, 그밖에 여러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뭔가 새로운 것이 생겨나지 않겠어요. 타임머신 개념도 등장할 것 같구요. 50년이나 1백년쯤 지난 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멋있는 세계와 고달픈 세계를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성환_ 이 영화는 미래의 진보된 사고방식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많이 비추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남성보다 여성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태풍의 경우 여성 명사로만 붙였다가 최근 여권주의자들에 의해 바뀌는 추세잖아요. 미래에는 더욱 긍정적으로 변할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사회적인 부분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았습니다.
메인 대장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도 에일리언에서 봤던 시고니 위버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타났고,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것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의준_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중 메인 작가가 ‘데블스 어드버킷’을, 서브 작가가 ‘바이러스’를 만든 사람입니다. 저희가 흔히 아는 SF 영화의 거장이라는 개념에서는 많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영화는 지금의 기술로 화성에 갔다는 설정을 그린 것 같아요. 공상과학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기술로 화성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죠.
성환_ 배신형, 의리형 등 휴먼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모순이 느껴졌어요.
의준_ 영화의 앞부분에서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데,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설득력도 없고 중간 중간에 죽어버리고…. 특히 발킬머는 특별한 특징 없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그것도 이상했어요.
성환_ 보이스 네비게이션에서 옥에 티가 또 생각납니다. 우주선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러시아어, 영어 등 많을텐데 번역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황당하더라구요. 통역도 쉽게 되는데 말이죠. 더 진보된 기술이라면 그런 번역이나 통역 기술 쯤은 매우 쉽잖아요. 아마 극적 효과를 주려고 영화의 플롯에 맞추다 보니까 옥에 티가 돼버린 것 같군요.
의준_ 기술적으로 정상적이라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돼서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제대로 돌아오는 게 맞죠.
성환_ 영화에서 갑자기 비행선이 수동 작업으로 변환된 이유는 뭐죠?
의준_ 칩이 녹았다고 하더라구요.
조박사_ 제가 궁금한 것은 통신이 어떻게 그 조각으로 가능한가였습니다.
의준_ 자료를 봤더니 로버라고 이름이 나오더라구요.
충환_ 1997년에 발사됐던 패스파인더에 실렸던 이동탐사차량입니다. 단순할 것 같지만 인공지능 로봇이죠. 시간 딜레이가 있는 왕복 40분 동안 뭘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자체적인 프로세싱을 하면서 알아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2004년에는 1997년 패스파인더호의 로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화성 탐험 로버’라는 이동탐사차량 2대가 도착해 하루에 1백m씩 움직이면서 화성의 표면을 탐사할 예정입니다.
성래_ 저는 우주선 뚜껑을 열어 2L의 기름을 뽑는 장면에서 영화 다이하드가 떠올랐어요. 다이하드 3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 뚜껑을 열어서 기름을 뽑고 불을 붙이죠. 마치 액체처럼 쉽게 뽑아내는데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조박사_ 휘발유보다 휘발성이 덜한 연료가 사용되긴 하지만 듣고 보니 이상하군요. 기술적인 문제를 자꾸 탓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 영화에서 화성의 풍경이 정말 근사하게 표현되지 않았나요?
미경_ 우주 복장도 상당히 간편해진 것 같아요.
조박사_ 우주 복장을 언급하니 생각나는게 있군요. 비행사들이 산소를 어떻게 공급받죠? 복장이 너무 간편해서 산소통이 보이지 않았어요. 6-7시간 동안 공급하는 것치곤 너무 간단한 것 같아요.
성래_ 금속 안에 기체를 가둘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첨단기술을 사용한 것 아닐까요.
성환_ 저도 액체 금속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어요.
조박사_ 그런 걸 고려한다고 해도 복장이 지나치게 간단해서 이상하더군요.
의준_ 화성에 나타났던 생물체를 영화에서는 삼엽충이라고 하던데 그런 종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습니까. 이끼를 먹고 산소를 뿜는 생물로 설정돼 있고, 사람도 먹는 괴물에 흡사하던데…. 그런 생물이 화성에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또 20년이라는 기간 안에 자생적으로 생겨날 수 있을까요.
성래_ 말이 안되요.
성환_ 20년 사이에 그렇게 고등곤충이 진화한다는 것은 진화의 시각으로 볼 때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공격적인 면까지 갖추고 있잖아요.
조박사_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부엌에서 바퀴벌레가 막 생겨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 그 쪽에 이끼가 있고, 수분이 충분하다면 원시세포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할 것 같아요. 원래 화성에 있었던 생명체가 빠르게 진화해서 씨의 원천이 거기에 있었는데, 다만 물, 공기, 산소가 없다가 조건이 갖춰지니까 확 나타날 수 있죠. 피를 빨아먹는 것은 영화의 상상력으로 가능한 것이구요.
성래_ 어떤 벌레알은 사막에서 3천년 이상 견딜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성환_ 토탈리콜에서 유리창이 깨져서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압력차가 생겨나는데 그건 어떻게 가능하죠?
성래_ 사람 몸도 1기압인 상태에서 0.1기압인 상태로 변하니까 터지게 돼죠. 화성이 10분의1이니까 터지게 됩니다.
의준_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헬멧을 벗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겠군요.
성래_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핵폭탄으로 극관을 녹였으니까 이끼가 있고, 산소가 생겨났으니 말이죠.
의준_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사람이 생존가능한 산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기술의 발전이 그렇게 빠르다면 우리나라의 현 실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15년 후에는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던데 실제로는 어때요?
조박사_ 우주 조약에 묶여서 로케트를 1백50km 이상 발사하지 못하게 돼있죠. 그나마 풀린 것이 3백km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손아귀에 묶여 있죠.
성래_ 제가 알기론 미사일이 그렇게 돼 있다고 들었는데….
충환_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의준_ 만들 수는 있는데 국제적인 협약으로 규제된 것이군요.
성환_ 또 하나 특이했던 것은 환경 척도의 기준으로 개구리를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산천어나 토끼를 기준으로 하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개구리 피부를 기준으로 삼아 얘기하는 것은 처음 들었어요.
의준_ 개구리가 피부로 호흡하기 때문이겠죠.
미경_ 그건 알지만 그래도 좀 어색하더라구요.
충환_ 화성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룬 ‘미션 투 마스’와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의준_ 저는 미션 투 마스가 더 나았어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미지가 버렸지만 중반부까지는 이 영화보다 긴장감이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성환_ 미션 투 마스는 지구에서의 얘기가 길어요. 지구에서의 갈등 얘기가 너무 길고, 화성에서 팀 로빈스가 어이없이 죽고 나서 황당하게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의준_ 저도 그 부분은 공감해요. 마치 두편의 영화가 섞여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성환_ 외계인의 모습도 유치찬란하죠. ^^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의준_ 이 영화는 굳이 SF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미션 투 마스는 SF 영화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 영화는 SF 영화라기보다 과학영화인 것 같아요. SF 영화는 환타지와 팩트 두가지가 결합돼야 하는데 ‘레드 플래닛’은 팩트에만 치중돼 있죠. 반면 미션 투 마스는 팩트를 얘기하다가 극적 환타지로 빠지게 되구요.
의준_ 저는 영화를 보면서 두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돈이 많아야 과학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빨리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 우리나라가 최근 기초과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진고 전자공학 등 공학적인 측면에서 관심이 많고, 어린 아이들도 다들 컴퓨터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입니다. 과학이라는 것은 진리를 탐구하거나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생활적인 부분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이러한 영화를 통해서도 그렇고, 과학동아 잡지를 읽는 많은 층들도 사고의 폭을 더욱 넓히면 좋겠어요. 박사님께서도 같은 맥락의 말씀을 하신 것처럼 폭넓은 사고로 스케일이 커져야 과학이 발전할 수 있고, 기초과학을 튼튼히 다진다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겠죠. 좀더 사명감을 갖고 기초과학에 접근해야겠어요.
조박사_ 기초과학과 과학동아의 역할을 아주 잘 얘기해 주셨습니다.
성환_ 저는 이 영화가 현재 우리 지구의 모습을 미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드 플래닛이 비추고 있는 사회구조도 미국 중심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현재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흑인도 없고 동양인도 없는 백인 중심의 사회. '스타트랙' 같은 경우는 화합적이잖아요. 흑인, 백인, 장애인, 여자, 동양인 등이 다 등장하거든요. 극작가의 함량미달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현실일수도 있겠죠. 힘없는 나라나 동양권에서 우주 개발에 참가한다는 것이 멀게만 느껴져 서글프군요. 돈도 결국 힘으로 버는 것이니까요.
조박사_ 기술적인 문제점이나 옥에 티가 많이 발견되긴 하지만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다양한 각도로 본 소재가 이야기되는 가운데서 우리들의 인지가 모여져 정말 화성탐사를 할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충환_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기초과학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탄탄하게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