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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기묘한 생물 천국, 해저 5천m의 세계

눈 없는 물고기와 꼬리 달린 해삼

태평양 한가운데, 현지시간 6월 15일 아침 8시 40분. 잠수정 ‘노틸’ 은 잠수준비를 끝냈다. 운반차량에 실려 아탈랑테호 갑판 후미로 이동한 잠수정은 곧이어 케이블에 매달려 물 속으로 들어갔다. 잠수정 창밖으로 아탈랑테호의 스크루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잠수부들이 모선과 연결돼 있던 줄을 풀자 잠수정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계기판의 수온은 27℃, 수심은 1-2초마다 1m씩 깊어졌다. 계기판의 숫자가 커질수록 창밖으로 보이는 물 색깔은 점차 어두워졌다. 수심 50-1백m에서는 수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수심 1백80m 정도가 되자 희미한 빛만이 간신히 남아있다. 잠수정 창밖은 곧 암흑세계가 됐다.

심해 5043.6m 수온은 1.4℃
 

잠수정 ‘노틸’ 이 심해 바닥에 놓여있는 길쭉한 막대 모양 물체를 왼쪽 로봇팔로 집어들고 있다.


9시 30분경 수심 1천5백m를 통과했다. 밖의 수온은 2.7℃. 잠수정 내부가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심해 바닥에 도착하면 탐사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점심식사를 했다. 9시 45분 수심 2천m 통과. 밖의 수온은 2.1℃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조종실 내부 벽에는 물방울이 잔뜩 맺혔다. 조종실 벽은 아주 차고, 좁은 공간에서 3명이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9시 58분 수심 2천5백m를 통과했다. 이제 오늘 잠수할 수심의 절반을 내려온 셈이다. 계기판은 밖의 수온이 1.8℃라고 알리고 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모든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모선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10시 24분 수심 3천5백m를 통과했다. 밖의 수온은 1.5℃. 조종실 벽에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래서 잠수정 밑바닥에는 물받이가 있고, 잠수가 끝날 때쯤 되면 물이 흥건히 고인다고 한다. 10시 40분 수심 4천m를 통과했다. 밖의 수온은 1.4℃. 마지막으로 모든 계기판을 점검하고, 이상이 없음을 모선에 보고했다. 그리고 비디오카메라와 DVD레코더 작동 준비를 완료했다. 탐사가 시작되면 모든 대화내용이 기록된다.

10시 54분 수심 4천5백m. 밖의 수온은 1.4℃다. 이제 부력을 조절해 잠수정이 가라앉는 속도를 늦췄다. 잠수정은 착륙 준비를 하면서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갔다. 수온은 계속 1.4℃를 유지하고 있다. 11시 15분, 계기판에서 수심계의 빨간 숫자는 5천m를 훌쩍 넘겨 5010.3m를 가리키고 있다. 고도계는 바닥까지 33.3m가 남았음을 알린다. 잠수정이 내려가고 있는 해저 바닥 수심은 5043.6m인 셈이다.

잠수정의 라이트를 켰다. 영겁의 세월을 지켜왔을 심해의 푸르디푸른 물이 창밖을 가득 채우고 있다. 드디어 태평양 바닥, 어느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은 처녀지에 도착했다. 이곳의 위치는 북위 9도 34분, 서경 1백50도 1분. 잠수정 실내는 온도가 약 7℃로 떨어져 추워졌지만, 압력 변화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각종 실험장비를 싣고 바닥에 미리 가라앉혀 놓은 부양기를 찾는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11시 30분, 수중음파탐지기가 멀리 앞쪽에 뿌옇게 진흙이 일어난 듯 보이는 곳으로 안내하자 아래쪽에 추, 위쪽에 해양관측부이가 달려있는 부양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천천히 부양기에 접근한 잠수정은 로봇팔로 뚜껑을 열고 퇴적물 채취기를 집어들었다.

개성 만점 생물들의 보금자리
 

태평양 바닥에 사는 심해해삼은 색깔이 화려하고 꼬리가 달렸다. 몸 길이는 50-70cm다.


첫번째 임무는 퇴적물 샘플을 얻는 것. 퇴적물에서는 미생물을 추출해 배양하게 된다. 심해미생물에서 인간 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저에 가라앉은 생물의 사체에서 지방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이용하는 심해미생물로부터 지방분해효소를 뽑아내면, 이를 이용해 찬물에서도 잘 닦이는 세제를 개발할 수 있다. 우선 바닥에서 미생물이 많을 듯한 장소를 찾아봤다. 망간단괴가 널려있는 심해저에 생물이 파놓은 구멍 주변과 유기물이 쌓여있는 2곳을 택해 퇴적물을 채취했다.

다음 임무는 바닷물 샘플을 얻는 것. 퇴적물을 채취했던 장소에서 채수용 튜브에 바닷물을 담았다. 그리고 잠수정의 로봇팔로 바닥에 있는 망간단괴를 채집했다. 2개의 수납공간을 가진 부양기가 어느덧 채집한 샘플로 가득 찼다. 부양기를 물위로 띄우기 위해 양쪽 뚜껑을 로봇팔로 잘 닫았다. 오후 2시 19분, 부양기를 바닥에 붙들고 있던 추에 연결된 줄을 풀자 부양기가 서서히 수면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임무는 심해생물 채집과 사진 촬영. 잠수정은 바닥에 바짝 붙어서 심해생물을 찾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시 24분, 하얀색의 길쭉한 꽃병처럼 생긴 해면이 나타났다. 잠수정은 공룡 입처럼 생긴 로봇팔을 서서히 뻗어 해면을 부드럽게 쥐고 들어올렸다. 그 순간 해면 속에 숨어있던 작고 하얀 뱀장어같이 생긴 물고기가 부리나케 도망갔다.

다음에는 망간단괴에 붙어있는 부채처럼 생긴 원생동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수정에서 채집기기를 꺼내 망간단괴째 채집했다. 계속해서 튤립처럼 생긴 유리해면, 몸이 투명해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해삼도 보였다. 꼬리민태라는 심해물고기가 잠수정을 의식하지 않고 유유히 헤엄쳐 지나갔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이상한 물고기가 눈에 띄었다. 머리가 둥글고 매끈한 달걀모양인데 희한하게 눈이 아예 없다. 빛이 없는 심해에는 눈이 퇴화한 물고기가 살고 있지만, 눈이 없는 물고기를 발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잠수정은 계속해서 천천히 바닥을 훑어갔다. 5-6㎝ 크기의 망간단괴가 바닥에 빼곡히 널려있었다. 군데군데 생물이 기어간 흔적이 보였고, 어떤 곳에는 구멍 주변에 생물이 파낸 흙이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심해생물의 배설물도 여기저기 있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그야말로 심해생물의 보금자리였다. 귀엽게 생긴 하얀 거미불가사리, 심해말미잘과 거무튀튀한 해삼도 눈에 띄었다.

조금 더 가보니 커다랗고 길쭉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고래 뼈처럼 보였다. 로봇팔로 들어올렸더니 고래 뼈가 맞다. 고래 뼈 겉에는 망간단괴들이 빼곡히 자라있다. 이 단괴는 1백만년에 2-6mm 자라니, 망간단괴 크기로 보아 수백만년 전에 죽은 고래 뼈임이 틀림없다. 더 전진하니 길이가 50-60cm쯤 되는 고래 뼈가 또 보였다.

이번에는 길이가 60cm쯤 되는 커다란 해삼이 몸을 펄에 반쯤 묻고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몸 색깔은 연한 보라색. 몸 뒤쪽에 자기 몸길이보다 더 긴 꼬리를 세우고 있었다. 예전에 비슷한 모양의 노란색, 붉은색 해삼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이번 것은 색깔이 다르고 크기가 좀더 컸다.

지나가는 갯지렁이도 가끔 눈에 띄었다. 몸 옆에 잔뜩 나있는 발을 나불나불 움직이면서 우아하게 헤엄친다. 또 머리가 빨갛고 몸통이 하얀 예쁜 새우가 바닥에 가만히 있는 것도 보였다. 곧이어 클리오니라는 동물플랑크톤이 춤을 추며 눈앞에 나타났다. 클리오니는 연체동물의 한 종류인데 몸에 달린 작고 귀여운 날개로 헤엄친다. 곧 눈앞에 붉은색의 커다란 별이 나타났다. 팔이 5개 달린 불가사리다.
 

태평양 바닥에 사는 불가사리. 크기는 20-40cm다.


심해환경 보존 위한 한·불 공동연구
 

국내 최초로 태평양 심해 5천44m를 탐사하는 기록을 세운 김웅서 박사(오른쪽). 탐사를 마친 후 조종사 프랑크(왼쪽), 부조종사 줄리앙(가운데)과 함께 다른 과학자들에게 태평양 바닥에 다녀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종사가 배터리를 확인하더니 이제 물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4시 10분. 2시 20분부터 생물채집을 시작했으니 벌써 1시간 50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아쉬웠지만 탐사작업을 종료해야 했다. 수심 5천m에서 머물렀던 5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모선과 교신을 한 다음 잠수정은 갖고 있던 추를 모두 버렸다. 잠수정의 수심을 알리는 계기판의 숫자가 차츰 줄어들었다. 잠수정이 물위로 올라갈 때는 내려갈 때보다 조금 빨랐다.

수심 2백m가 되자 동녘이 밝아오듯 물 색깔이 짙은 코발트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물 색깔이 점점 밝아지더니, 흔들리지 않던 잠수정이 널판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창밖에 물거품이 난무하고 반짝이는 수면에 물그림자가 너울거려 어지럽다. 5시 45분, 드디어 탐사를 마치고 무사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잠수정 해치를 여는 순간 압력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이때는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좋다. 사람에 따라 귀가 멍멍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 과학자로서 최초로 태평양 심해저 5천m가 넘는 곳을 다녀왔다는 기록을 세워 기뻤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나라의 유인잠수정을 타고 연구를 하게 되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심해저 탐사는 프랑스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작년 10월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는 잠수정 ‘노틸’ 을 이용해 심해저 망간단괴 부존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노디너트’ (Nodinaut)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우리나라에 제안해왔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심해환경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협력하면 상호이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프랑스 심해환경연구 책임자인 조엘 갈레홍(Joelle Galeron) 박사와 수차례 의견을 교환하면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한 후 탐사에 동행했다.

내년에는 온누리호를 이용한 우리의 심해환경탐사에 프랑스 과학자 한명이 동행해 공동연구를 할 예정이다. 해양연구, 특히 심해탐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전문가마저 부족한 분야다. 그래서 기회가 생기면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심해저를 관장하고 있는 국제해저기구(ISA)에서도 심해환경 국제공동연구를 권하고 있다.

이같은 취지로 이번 프랑스의 심해탐사에도 14명의 프랑스 과학자 이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해양생물학자가 각각 1명씩 참가했다.

이번 탐사의 목적은 향후 인간이 심해저 광물자원을 채광할 때 발생할 심해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해생태계를 조사하는 것. 탐사기간 중에 망간단괴 채광 예정 지역에서 모의 환경충격실험을 하고, 심해환경과 생물에 대한 자료를 얻었으며, 탐사해역에 대한 환경지도도 만들었다.

심해환경을 잘 모르면 채광으로 인해 심해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지구 환경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압력이 수백기압이나 되고, 수온이 1.4℃ 정도로 낮은 암흑세계인 심해는 영겁의 세월동안 거의 환경 변화가 없었다. 인간 활동 때문에 훼손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심해자원 채광 방법 개발을 위해 지금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연구하고 있다.

'노틸' 은 어떤 잠수정?
 

‘노틸’(Nautile)은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유인잠수정으로, 수심 6천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노틸’ (Nautile)은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유인잠수정으로, 수심 6천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1천5백회 이상 잠수, 심해탐사는 물론 해저통신케이블 점검, 수중구조물 설치, 다큐멘터리와 영화 촬영 같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침몰한 타이타닉호 수색작업에도 참여했다. 노틸을 운반하는 모선은 1974년 건조된 1천1백42t의 나디르(Nadir)호와 1989년 건조된 3천5백59t급 아탈랑테(L'Atalante)호다.

노틸의 무게는 19.5t이며 길이 8m, 너비 2.7m, 높이 3.81m다. 조종실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내부는 지름이 2.1m인 구형이다. 조종실 내부의 양쪽 면은 각종 전자장비와 계기판, 동영상을 녹화하는 장비가 가득 채우고 있고, 앞쪽에는 밖을 볼 수 있는 지름 12cm의 둥근 창이 3개 있다. 뒷면에는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있다.

잠수정의 자세와 균형은 잠수정 밑바닥에 담긴 수은을 펌프로 이동시켜 조절한다. 예를 들어 수은을 앞으로 보내면 앞이 무거워져 숙여진다. 최장 5시간 동안 해저 탐사활동을 할 수 있으며, 2개의 로봇팔로 수중장비를 조작하고 퇴적물이나 생물을 채집한다. 잠수정 앞쪽에는 자동으로 열고닫을 수 있는 채집통이 있어 채집한 샘플을 보관한다. 꼬리부분에 달려있는 추진프로펠러를 이용해 1.5노트, 즉 1시간에 약 2천8백m 속도로 움직인다. 사람의 보통 걸음걸이보다 조금 느린 셈. 상하전후로 움직일 수 있는 보조추진장치도 있다.

전원은 납 배터리로, 2백30V와 28V의 2가지 전압을 사용한다. 또 2개의 6백50W 라이트, 5개의 4백W 라이트가 달려있다.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2대의 칼라 비디오카메라,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시가 달린 2대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또한 바닥으로부터 잠수정의 높이를 측정하고 수중에서 물체를 찾기 위한 음파탐지기가 부착돼 있다. 잠수와 항해기록은 자동으로 컴퓨터에 저장된다.

3명 타면 꽉 차는 비좁은 공간

노틸에는 모두 3명이 탈 수 있다. 이번 탐사에는 조종사 프랑크 호사자(Franck Rosazza), 부조종사 줄리앙 페누이으(Julien Fenouil)와 함께 과학자인 필자가 동승했다. 과학자는 심해저에 도달하면 탐사 장소와 채집 대상을 결정하고, 실험이나 채집을 할 수 있도록 조종사와 부조종사에게 잠수정 작동을 요청하며, 심해생물 사진을 찍는다. 조종사는 잠수정을 조종하고 로봇팔을 작동시켜 과학자가 요청하는 퇴적물과 생물을 채집한다. 부조종사는 모선과의 교신, 계기판 확인, 비디오카메라 작동과 녹화를 담당한다.

노틸 내부는 지름이 2m 남짓으로 비좁고,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다.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잠수정을 탈 수 없다. 잠수정을 타는 과학자는 잠수정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조절 방법, 화재 발생시 산소마스크 사용법과 화재 진압을 위한 잠수정 내부의 산소 공급 차단 방법, 비상시 수면으로 떠오르기 위해 잠수정 무게를 가볍게 하는 방법, 잠수정 탈출시 내부로 물이 밀려들어오지 않게 공기를 불어내는 방법, 잠수정 카메라 작동하는 방법, 각종 계기 보는 방법, 모선과 교신하는 방법 등을 사전에 익혀야 한다.

잠수정 내부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탐사 전에는 되도록 물을 적게 마시고 커피처럼 이뇨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심해로 들어가면 잠수정 내부의 온도가 낮아지므로 보온용 옷을 준비하고,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열량이 높은 비상식량을 지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노틸은 탑승자가 5일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산소, 물, 비상식량을 갖추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하고, 외부가 춥기 때문에 조종실 내부에 수증기가 맺혀 물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개인사물은 방수가 되는 가방에 넣어가는 것도 잠수정 탑승 요령이다.

심해탐사 1백30년의 역사

심해연구는 1872-1876년 수행된 영국의 챌린저호 탐사를 기점으로 싹텄다. 챌린저호에는 6명의 과학자가 탑승해 수심측량과 심해생물 채집은 물론 수온측정, 퇴적물 채집, 심층수 채수, 해류측정, 기상관측을 했다. 이 탐사에서 4천7백종이 넘는 새로운 해양생물이 발견됐고, 당시로는 가장 깊은 8천1백80m 수심을 측량해 챌린저해연이라고 이름 붙였다. 챌린저호 이후 심해탐사가 줄을 이었다. 1950-1952년까지 수행된 덴마크의 갈라테아호 탐사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도 말미잘이나 해삼 같은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해탐사는 사람이 직접 내려가지 못했다.

사람이 심해를 직접 탐사하기 위해서는 잠수장비가 있어야 한다. 초창기의 잠수장비는 공 모양의 잠수구로, 쇠줄에 매달려 물속으로 내려졌다. 미국 동물학자 윌리엄 비브와 기술자 오티스 바턴은 두께 3.8cm의 강철로 지름이 1백34cm인 잠수구를 만들어 1934년 8월 11일 수심 9백8m까지 들어가는 기록을 세웠다. 그 후 바턴은 새로운 잠수구를 개발해 1948년 1천3백60m까지 잠수했다.

바다의 최고 깊이까지 사람이 내려간 것은 1960년대에 들어와서다. 1960년 1월 22일 미국 과학자 자크 피카르와 해군대령 돈 월시는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마리아나해구의 수심 1만9백16m까지 잠수하는데 성공했다. 1962년 7월 26일에는 프랑스의 오비른과 들로즈, 일본의 사사키가 아르키메데스호를 타고 수심 9천5백45m까지 내려갔다. 비록 수심은 트리에스테호의 기록에 못 미쳤지만, 수백장의 사진을 찍고, 심해퇴적물을 채집하고, 심해동물의 관찰기록을 남겼기에 더 의미있는 잠수였다.

현재 심해 연구를 위한 유인잠수정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정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 로봇팔로 생물과 퇴적물을 채집할 수 있으며, 사진과 비디오를 찍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향후에는 유인잠수정보다 무인잠수정이 심해의 신비를 밝히는데 더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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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웅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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